[르포] 현대차 헤리티지 라이브쇼…"추억과 자동차가 만나 유산이 되다"

입력 2017-11-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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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립생산한 20M과 그라나다 전시, 추억을 매개체로 고객과 소통

▲현대차가 1969년 조립생산했던 포드 20M이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차가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차가 1969년 조립생산했던 포드 20M이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대차가 원형에 가깝게 보존하고 있는 중이다. (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이런 행사를 준비했다는 것 자체가 일단 대단하다고 봅니다. 독일이나 미국차 보면 옛날 역사를 주제로 영상이나 사진도 많이 남겨놓았잖아요. 우리나라도 이제 이런 행사할 때가 된 거지요. 그런데…이 차 한번 타봐도 되나요?”

김포에서 온 고문성(39) 씨는 행사 시작 전부터 행사장에 전시된 포드 20M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현대차가 조립 생산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호기심을 가득 담은 그의 손길은 거기까지였다. 안타깝게도 20M의 도어는 굳게 닫혀있었다. 머지않아 국보 몇호와 보물 몇호를 다루듯 우리 유산으로 남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행사장에 나온 포드 20M은 현대차가 초기에 조립했던 그 모습과 사뭇 다르다. 1열이 하나로 이어진 이른바 ‘벤치 시트’ 대신, 운전석과 동반석이 각각 나눠진 분리형 시트로 개조돼 있었다.

▲그라나다와 그랜저 등으로 이어진 고급차 라인업의 시작점은 포드 20M이었다. (사진제공=현대차)
▲그라나다와 그랜저 등으로 이어진 고급차 라인업의 시작점은 포드 20M이었다. (사진제공=현대차)

◇반세기를 달려온 현대차의 헤리티지=자동차 기업에게 ‘헤리티지’란 보이지 않는 무기다. 이는 단순하게 역사(History)로 부르기에 ‘궤’가 다르다. 자동차가 시대의 유산으로 여겨질 때, 우리는 헤리티지를 말할 수 있다.

일본 토요타와 미국 GM, 독일 메르세데스-벤츠도 헤리티지를 이야기한다. 이들의 유구한 역사는 엔진의 출력이나 차고 넘치는 옵션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나아가 자동차 회사 존재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된다.

1967년 출발한, 그래서 올해로 꼬박 반세기를 달려온 현대차가 마침내 그들의 헤리티지(Heritage) 이야기를 시작했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추위가 엄습한 11월 어느 주말. 경기도 고양시에 자리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현대차의 ‘헤리티지 라이브 쇼’가 열렸다. 성우 배한성 씨가 MC를 맡고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현대차 브랜드전략팀 권규혁 차장이 나섰다. 미리 신청을 받아 선정된 관객과 자동차업계 관계자 등 100여 명도 추억을 사이에 두고 이들과 마주 앉았다.

▲행사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관객과 소통하는 형태로 이어져 큰 호응이 이어졌다. 사진 왼쪽부터 MC를 맡은 성우 배한성,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현대차 브랜드전략팀 권규혁 차장. (사진제공=현대차)
▲행사는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관객과 소통하는 형태로 이어져 큰 호응이 이어졌다. 사진 왼쪽부터 MC를 맡은 성우 배한성, 자동차 칼럼니스트 나윤석, 현대차 브랜드전략팀 권규혁 차장. (사진제공=현대차)

◇1969년 20M 가격, 지금 돈으로 환산해보니=현대차가 포드에서 부품을 들여와 20M을 처음 조립 생산하던 때가 1969년이었다.

1960년 미국 차는 미친 듯이 차 뒤에 날개를 달기도 했다. 에어로 다이내믹(공기역학) 개념은 철저하게 무시된 모습이었다. 그저 누가 더 큰 날개를 다느냐가 관건이던 시절이었다.

그와 달리 포드 20M이 추구하는 궁극점은 달랐다. 유럽시장을 노리고 개발한 덕에 얌전하고 점잖았다.

1969년 당시 자장면 가격이 60원. 포드 20M의 판매가격은 무려 184만6000원이었다. 반세기 가까이 세월이 흐르는 사이 자장면 값은 100배 뛰었다. 이를 감안하면 당시 현대차가 조립생산했던 20M은 약 1억9000만 원짜리 고급차였던 셈이다.

20M에 이어 1970년대 말 그라나다가 등장했다. 당시 출고 가격이 1150만 원이었다. 비슷한 무렵, 지금은 사라진 한보그룹이 서울 대치동에 은마아파트를 분양했다. 3.3㎡(1평)당 분양가는 55만 원, 31평 기준 분양가는 1700만 원이었다. 당시 그라나다가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녔을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국민학교(초등학교) 다닐 때 봤던 그라나다는 지금 길거리 나와도 별로 어색할 게 없는 디자인이다. 시대를 앞서간 차”라며 옛 기억을 곱씹었다.

권규혁 현대차 차장은 “그라나다 단종 직전 가격이 1900만 원대까지 올라갔다. 부품 국산화율이 60% 미만이어서 높은 관세 탓에 차값이 비쌌다”며 “그라나다 플랫폼을 활용해 새 대형차를 만들기보다 전혀 새로운 개념에서 새 대형차를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바로 1세대 그랜저의 출발점이었다.

▲포드 20M에 이어 원형에 가까운 그라나다와 1세대 그랜저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제공=현대차)
▲포드 20M에 이어 원형에 가까운 그라나다와 1세대 그랜저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제공=현대차)

◇1세대 그랜저에서 본격화된 고급차 역사=1980년대 한국GM의 전신인 대우자동차는 로얄시리즈를 앞세워 중형차 시장을 주름잡았다. 공업합리화 조치 탓에 뒤늦게 중대형차 시장에 뛰어든 현대차는 후발주자였다.

결국 현대차는 대형차 가운데 처음으로 앞바퀴굴림을 골랐다. 미쓰비시와 공동으로 개발한 1세대 그랜저는 덕분에 넓은 실내공간과 연비, 편안한 운전 등이 장점이었다.

권규혁 차장은 “고급차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경쟁차와 맞대결보다 전혀 다른 시장을 만드는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1세대 그랜저가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이었다”며 앞바퀴굴림 그랜저의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단순히 무대에서 객석에 정보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섰다.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현대차의 과거와 우리의 추억을 씨줄과 날줄로 엮었다. 현대차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것으로 객석의 마음을 움직였다. 헤리티지의 힘이었다.

현대차는 내달 16일 두 번째 ‘헤리티지 라이브’를 연다. 권규혁 차장은 “앞으로 고객과 만나는 자리를 많이 늘리고, 내년에도 관련 행사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내달 16일에 열리는 두 번째 헤리티지 라이브 행사의 주제는 ‘고성능’이다. 현대차 최초로 독자개발 알파 엔진을 얹은 스쿠프, 콘셉트카에서 출발해 양산 모델로 성공한 티뷰론, 1990년대에 유럽에서도 인정받은 스포츠카 투스카니 등이 선보일 예정이다. 레이서 권봄이 씨도 등장해 고성능을 향한 현대차의 열정을 직접 소개할 예정이다.

▲사전 신청을 통해 추려진 고객과 자동차 업계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제공=현대차)
▲사전 신청을 통해 추려진 고객과 자동차 업계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사진제공=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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