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노동법원'… 법조계 "전문성 강화 위해 필요"

입력 2017-08-09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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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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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노동계에 훈풍이 불면서 노동법원 설립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동 사건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위해 노동법원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조재연 대법관은 지난달 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문법원 중 가장 시급한 것은 '노동법원'"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노동법원이란 노동 사건을 담당하는 전문법원이다.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의 상당수 국가에서 노동법원 제도를 도입했다. 노동법원의 가장 큰 특징은 당사자가 참여하는 이른바 '참심제'다. 재판에 법관과 노동자·사용자 측 대표 각 1명이 참여하는 식이다. 명예법관인 이들은 통상 노사 단체의 추천을 받은 교수나 변호사, 공인노무사 등이다. 판결에 노동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2014년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에서 검토한 뒤 18·19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폐기됐다.

노동법원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노동 사건의 특수성을 꼽는다. 노동법은 사회·경제적으로 약자인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만든 법이다. 따라서 노동 사건에서는 양측이 대등하다는 점을 전제로 한 일반 민·형사, 행정 소송과는 다른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법원에서는 노동법의 원칙이 뒤로 밀려나기 쉽다는 지적이다. 대법원이 2013년 통상임금 소송에 적용한 '신의성실의 원칙'이 대표적인 예다. 기업이 경영에 큰 타격을 입을 경우에는 노동자에게 통상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당시 민법상 원리로 노동법을 해석해 이같은 판결을 내렸다. A 부장판사는 "민사소송에서는 민법이, 형사소송에서는 형법이 노동법보다 우선하고 있다"며 "노동 사건의 고유한 속성을 위해서도 노동법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시민의 김선수(56·사법연수원 17기) 대표 변호사는 "일반 민사소송의 절차는 양측 당사자가 대등한 지위에 있다고 전제해 노동자의 약자적 지위 등이 절차적으로 반영이 안 돼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 등은 또 전문성 강화를 위해 노동법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는 등 노동시장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법에 맞는 소송체계를 갖춰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A 부장판사는 "노동법의 고유한 영역을 구축할수록 법리와 법제가 발전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했다.

전문법원이 생기면 판단 기준이 통일돼 결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오락가락한 판결을 막고, 신속한 심리도 보장된다. 현재 노동 행정 사건은 지방노동위원회-중앙노동위원회-행정법원-고등법원-대법원을 거쳐야 해 사실상 5심제라는 비판을 받는다. 여기에 해고 무효나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까지 하면 더 복잡해진다.

법조인들은 참심제가 전문성 강화에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B 부장판사는 "노동법원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판사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기 때문'"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아직 시기상조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C 부장판사는 "노사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한 법원에서 모든 사건을 맡게 되면 진영논리에 휘둘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현재 고용노동부 산하 노동위원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있다. 노동위를 거쳐 본안 소송까지 오는 비율은 전체 사건의 약 4~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B 부장판사는 "노동위 사건들 대부분 당사자가 근무 중인 노동자"라며 "노동위에서 자기주장을 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노동법원 도입을 위해서는 수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필요성에 공감하는 전문가들도 각론에서 나뉜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월 17일 노동법원 도입을 위한 노동소송법 등 10개 법률안 제·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지방노동법원과 고등노동법원을 설치하고, 노동 민·형사, 행정, 비송 사건 등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안에 따르면 노동위 기능이 대폭 축소되기 때문에 노무사 등 업계의 반발도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 측도 자신들에게 불리해질 것을 우려해 꺼리는 분위기다. B 부장판사는 "제도는 처음 만들 때 잘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노동법원도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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