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밝힌 본사의 갑질

입력 2017-07-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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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 바뀔 거 제대로 바뀌어야지.”

피자, 치킨, 햄버거, 제빵 등 프랜차이즈 본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실태 조사는 물론 ‘가맹분야 불공정 관행 근절 대책’을 발표한 18일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을 찾았다. 공정위가 그간 업계 관행으로 치부했던 불공정 거래에 대해 칼을 빼들어서일까. 처음에는 밝히기를 주저하던 가맹점주들이 본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들을 하나 둘 털어놨다. 이들은 이번 대책을 계기로 불공정 관행이 공정위 발표안처럼 ‘근절’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A씨는 그간 경험해 온 본사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 토로했다. A씨는 “매장마다 사정이 달라도 신 메뉴가 나오면 무조건 만들어야 한다”며 “점주들 의견을 묻지 않고 일단 전단지나 재료부터 보내니까 그거 처리하는 것도 일”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신 메뉴 무조건 취급’은 가맹계약서에도 없는 내용”이라며 “가맹점주가 모인 커뮤니티에 이 같은 고민을 드러내는 사람이 여럿“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B씨는 “치킨을 튀길 때 특정 기름을 써야 하는데 본사 공급 가격과 시중 가격의 차이가 두 배 이상으로 너무 크다”며 “이럴 땐 개인적으로 기름을 사서 쓰고 싶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빵집을 운영하는 C씨는 관행적으로 이뤄지는 ‘밀어 넣기’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우리는 현금을 먼저 입금하고 물건을 받는 시스템인데 본사에서 실적 때문에 물건 좀 미리 당겨 받아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며 장사가 안될 땐 이런 게 큰 부담이라고 밝혔다. C씨는 “밀어 넣기를 거부하면 운영과장과 사이가 안 좋아지는 곤란한 상황이 생길까 봐 울며 겨자 먹기로 받아주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말도 덧붙였다.

국내 유명 프랜차이즈 햄버거 업체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해당 가맹점포를 13년간 운영해온 D씨는 “경쟁사가 많아지니까 본사에서 매출을 올리려고 판촉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며 “본사의 판촉 강요는 눈으로 보이는 매출을 끌어올릴 순 있어도 눈에 잘 띄지 않는 수익구조는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될 때 가장 피해를 보는 건 가맹점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는 본사와 가맹점주 간 거래가 계약서대로 이뤄진다고 해서 전부 합리적이고 공정한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한 햄버거 업체 가맹점주로 있는 E씨는 “대표적으로 ‘원가’를 보는 시각이 다르다”고 말문을 뗀 뒤 “계약서에 본사가 원가를 제공한다고 돼 있을 때 본사가 생각하는 원가와 가맹점주가 생각하는 원가의 내용이 다르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생각하는 원가에는 햄, 패티, 빵, 소스 등만 제한적으로 포함하는 반면 가맹점주는 햄버거를 포장할 때 필요한 비닐, 종이봉투뿐 아니라 기름, 케첩, 빨대 등도 원가에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씨는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원가’의 개념을 공정위가 확실히 규정해주길 바랬다.

이처럼 계약서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내용 자체가 불합리한 경우가 적지 않다.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F씨는 최근에 바뀐 규정 때문에 치킨집을 그만두고 싶어도 그만두지 못하는 사정을 토로했다. F씨는 “가게를 그만두고 싶은데, 새로 들어오는 가맹업자가 주방 인테리어를 새로 해야 하는 규정이 생겨서 사람들이 부담스러워하고 안 들어온다”는 것이다.

F씨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업체는 인테리어 변경 등에 드는 부대비용을 일정 평수 이상의 매장에만 제공하고 있다. 이에 대해 F씨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려 매장 크기가 작은 영세업자들은 지원을 못 받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 공정위가 칼을 꺼내 들었으니 이왕 바뀔 거 제대로 바뀌었으면 한다”며 공정위의 움직임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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