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 선물보따리 통했나...실리 챙긴 아베, ‘TPP 설득 대신 경제대화’

입력 2017-02-12 19:19 수정 2017-02-13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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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정상 중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테이블로 되돌아오게 하는데는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그 대신에 양국 재무장관이 이끄는 협의체 ‘경제대화’를 개시하기로 하면서 중국에 넘어가는 듯 했던 아시아·태평양 지역 통상 패권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에 제시한 70만 개 일자리 창출과 4500억 달러 규모의 신시장 창출 약속이 헛되진 않은 셈이다.

▲플로리다 주 팜 비치에 있는 리조트 마라라고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출처=트럼프 트위터
▲플로리다 주 팜 비치에 있는 리조트 마라라고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 안에서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출처=트럼프 트위터

아베 총리는 방미 첫날인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오찬을 겸한 첫 회담을 하고 북핵과 미사일 위협 등에 대한 대처를 비롯한 미·일 동맹 등 안보 및 통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특히 양 정상은 거시 경제와 무역 체계 등 다각적인 경제대화를 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경제대화는 다자간 무역협정인 TPP가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통상 패권이 중국에 넘어갈 것을 우려해 아베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 제안한 것이다. 이 대화의 틀을, 양국을 넘어 아시아·태평양으로까지 확대해 TPP를 대신할 수 있는 지역 내 새로운 무역협정의 틀을 만들자는 취지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회견에서 미·일 경제대화의 목적에 대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을 미·일 양국의 리더십 하에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국 간 경제대화는 아소 다로 부총리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이끌게 되며, 앞으로 ▲재정, 금융 등 거시 경제 정책의 연계, ▲인프라, 에너지, 사이버, 우주에서의 협력, ▲양자 무역 틀 협의 등 3항목을 논의하게 된다.

이번 아베 총리의 방미 일정에 동행한 한 일본 재무성 관계자는 “경제대화에 대해선 두 나라가 논의해 나가겠지만, 논의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표준으로 승화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이 경제대화는 일본 입장에선 큰 수확이다. 일본 정부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0%를 차지하는 거대 공동경제권인 TPP를 아베노믹스의 핵심으로 여기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안전보장 측면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해 특별히 공을 들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탈퇴를 선언하면서 TPP는 발효되기도 전에 좌초할 위기에 처했고, 아베노믹스도 위태로웠다. 이런 상황에서 TPP에서 배제됐던 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상을 추진하겠다며 일본을 자극했고, 아베 총리는 이번 미국 방문에서 트럼프를 설득해 TPP의 필요성을 이해시킬 참이었다.

SMBC 닛코증권의 마루야마 다다시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11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대화를 통해 합의된 무역 규칙을 다른 TPP 참가국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아베 총리는 회담 후 기자 회견에서 “TPP에 대해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자유롭고 공정한 규칙을 만들고, 그것을 미·일이 주도해 나갈 것이다. 이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며, 이 중요성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고 힘주어 말했다. 이외에 두 정상은 TPP, RCEP, 한중일 FTA를 포함한 ‘기존 이니셔티브’를 근거로 일본이 지역 내 주도권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는 데에도 일치했다.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11일(현지시간) 골프 라운딩을 하던 중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진=트럼프 트위터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장에서 11일(현지시간) 골프 라운딩을 하던 중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사진=트럼프 트위터

또 한 가지 주목할 건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이 우려했던 환율 문제나 자동차 무역에 대해선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SMBC 닛코증권의 마루야마 이코노미스트는 “공식적인 외교의 장에서 그런 얘기를 하기는 어렵다. 트럼프의 방식이 이례적이었기 때문에 우려는 있었지만, 일반적인 대통령으로서 행동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주요 7개국(G7) 중 아베 총리가 안정적으로 장기 집권하고 있다는 것과 미국이 앞으로 중국과 엄격한 외교 협상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적으로 일본과의 충돌을 피했다고 분석했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11일에는 팜 비치의 호화 리조트 마라라고 인근의 트럼프 골프장에서 골프 라운딩을 하며 우의를 다졌다. 두 정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프로골퍼인 어니 엘스와 함께 보통 코스의 2배인 27홀을 돌았다. 거액의 마라라고 숙박비용은 트럼프 대통령이 사비로 냈다. 일본 정부가 내면 트럼프 개인에 대한 정치헌금이 될 우려가 있고, 미국 정부가 내면 혈세를 트럼프 사업장 지불해 이해상충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직후인 작년 11월 17일 회동 당시 골프 클럽을 선물한 아베 총리는 이번에는 금색 펜을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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