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재센터 요구에 재빠르게 후원한 삼성…檢 “누가 ‘갑’이고 ‘을’인지 알 수 없어”

입력 2017-01-17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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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38) 씨가 실무를 총괄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 원 상당의 거액을 후원한 삼성이 ‘을’의 입장에서 영재센터의 요구에 따른 정황이 공개됐다. 검찰은 영재센터 후원을 ‘VIP(대통령) 지시’로 본 삼성이 무리한 요구도 군말 없이 들어줬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의 심리로 17일 열린 최 씨와 김종(56)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장 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에서 검찰은 삼성과 영재센터가 주고받은 이메일을 공개했다.

삼성은 영재센터의 일방적인 요구에도 오히려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5년 10월 1차 후원계약 당시 영재센터는 후원금을 받는 데 필요한 업체 등록도 안 된 상태였다. 삼성 측은 영재센터 측에 ‘금일 오전 중으로 등록해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영재센터 측이 후원금액을 애초보다 높게 부르자, ‘잘 알겠다. 내부적으로 준비해 4월 2일까지 차질 없이 지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영재센터 측에서 예정일보다 한 달 앞당겨 3월 2일까지 후원금을 달라고 했으나 삼성 측은 볼멘소리 한 번 없었다. 삼성 측은 ‘오늘(3월 2일) 오후에 저희가 보내는 계약서에 날인해 저녁에 퀵으로 보내 달라’고 했다. 검찰은 “누가 갑이고 을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신모 차장은 당시 영재센터 관계자를 접대하는 이영국 제일기획 상무의 모습을 보고 의아했다고 말했다. 신 차장은 검찰 조사에서 “당시 (삼성에 온) 영재센터 직원이 총 15억 원을 요구해 놀랐다”며 “이 상무가 ‘검토하고 답변 드리겠다’고 답한 뒤 1층 로비까지 배웅했다”고 진술했다. 신 차장은 또 “이 상무에게서 ‘의사 결정 내려줄 테니 빨리 돈을 지급하라’고 지시받았다”며 “김재열 사장이 삼성그룹 내 스포츠사업을 총괄하니 (김 사장으로부터) 지시받았을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시를 받은 신 차장은 영재센터 측에 직접 계약서 초안을 만들어 메일로 보냈다. 검찰은 “‘을’이어야 할 영재센터가 상상하기 어려운 금액을 요청하고, ‘갑’이어야 할 삼성이 한시라도 (돈을) 빨리 주기 위해 조급해하는 모습이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고 꼬집었다.

실무를 담당했던 장모 과장도 영재센터의 독촉으로 일을 서둘러 진행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모 상무가 수차례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후원금 10억 추가 지급 요청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상부에서 어떤 압력을 받는 것처럼 느껴졌다”고도 했다. 당시 이 상무는 추가로 10억 원 지원 요청을 듣고 ‘어차피 똑같은 내용인데 10억 원을 또 해야 하느냐’며 푸념을 했다고 한다.

한편 2015년 8월 20일 김 전 차관을 만난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은 ‘영재센터는 BH 관심사’라는 말을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은 그러나 ‘모르쇠’로 일관했다고 검찰은 지적했다. 이 부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영재센터 후원 사실을 몰랐고, 보고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

장 씨 측은 이날 삼성을 압박해 거액의 후원금을 받아내고 센터자금 3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문체부를 속여 7억원 상당의 국가보조금을 편취한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반면 최 씨 측은 “장 씨와 김동성이 재능을 기부해 동계스포츠 인재를 후원하자고 해 설립 취지에 공감해서 도와준 것뿐”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 전 차관에게 기업 후원을 알아봐달라고 한 적은 있지만, 삼성과 그랜드코리아레저(GKL)를 특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최 씨도 직접 나서 “영재센터는 좋은 취지에서 도와준 것”이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 측도 역시 ‘삼성 지원은 자기와 관계없이 이뤄진 것”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2차 공판은 이달 25일 오후 2시 10분에 열린다.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과 이영국 상무가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최 씨는 김 전 차관과 함께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김 사장을 압박해 센터 후원금 명목으로 16억2800만 원을 받아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한국관광공사의 자회사인 GKL에 압력을 행사해 센터에 2억 원을 후원하게 한 혐의도 있다. 장 씨는 최 씨와 함께 ‘2019 평창 동계올림픽’ 관련 각종 이권을 노리고 센터를 설립해 실무를 총괄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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