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청문회가 남긴 문제

입력 2016-12-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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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조사는 본래 영국 의회로부터 유래했다. 일부는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를 혼동하기도 하는데, 국정감사와 국정조사는 다른 것이다. 국정감사는 3권 분립과 견제와 균형을 근간으로 하는 대통령제 국가에 존재하는 것이고, 국정조사는 영국과 같이 내각제 국가에서도 존재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를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인 국정감사를 매년 실시하지만, 이번과 같이 특별한 사안이 있을 때는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는 국정감사가 아닌 국정조사의 대상인 것이다.

이런 국정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무기’는 청문회다. 국민들은 청문회를 통해 권력에 빌붙어 국정을 농락한 최순실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는 유난히 어려움이 많았다. 중요 증인들은 대부분 불출석한 데다, 그나마 출석한 증인들 중에는 ‘모르쇠’로 일관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청문 위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청문회를 이 정도로 이끈 위원들의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청문회 직전에 독일과 미국을 직접 오가며 증거와 증인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려고 애썼고,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은 검사 출신답게 어떻게든 빠져나가려는 증인들에게 청문회의 매서움을 보여줬다. 그리고 새누리당 의원들 중 다수는 야당 못지않게 객관적 자세로 증인들을 몰아붙임으로써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단순히 여야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줬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이번 청문회는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이 증인 불출석 문제다. 증인들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청문회에 나오지 않으면, 이들을 청문회장으로 불러낼 수 있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그래서 19년 만에 구치소 청문회도 열린 것이다. 그러나 구치소 청문회 역시 최순실의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줄 수 없었기 때문에, 반쪽 청문회라는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동행 명령장 말고 강제 구인할 수 있는 권리를 국조 특위에 줘야 한다. 이런 권리 없이 청문회 출석을 증인들의 ‘의지’에 맡긴다면, 청문회의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그래서 국조특위가 강제 구인권을 갖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번 청문회에서 가장 시끄러웠던 부분은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위증교사 의혹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청문 위원들이 청문회 증인을 사전에 만나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물론 취지는 이해한다. 청문 위원들이 사전에 증인들이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인지함으로써 사전 준비를 더 철저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과 같은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취지는 공감하지만, 증인들을 ‘손 타게’ 만들면 결국 일종의 사전 담합 의심을 받을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전에 증인을 만나는 일을 금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전 만남 대신 미국 청문회에서 사용하는 오픈 스테이트먼트(open statement) 제도를 사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즉, 청문회를 개최하기 전에 청문 위원들이 증인들에게 공개 질의서를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괜한 구설에 오르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청문 위원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되도록 질문은 짧게 하고 증인들이 길게 대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반드시 허점이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들이 고쳐져야 다음 번 국정조사에서는 보다 많은 성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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