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출근 전쟁

입력 2016-12-27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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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케이론파트너스 대리

여의도로 향하는 아침 출근길. 버스 정류장에 도착하면서 출근 전쟁의 서막이 오른다. 전광판에는 친절한 목소리로 전투가 몇 분 후에 시작되는지 알려준다. ‘잠시 후 도착’이라는 안내가 나오면 전사들은 준비 태세를 갖추기 시작한다. 떨어트리기 쉬운 소지품들은 자신의 옷 주머니나 가방에 넣어 안전하게 보관하고, 출근 가방은 꼭 쥐어야 한다. 치열한 전투 중에 지갑이나 핸드폰을 떨어트리는 순간, 소지품의 안전은 보장받기 힘들다.

버스가 도착하면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버스를 탑승할 땐 앞문으로 승차해야 하지만, 이 순간만은 예외다. 공간이 좁은 앞문으로 진입했다가는 버스를 놓쳐 버리기 일쑤다.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은 포지셔닝이 뛰어나다. 버스의 예상 정차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미리 자리 잡고 있다. 버스 안 전쟁터의 절대강자는 아주머니들이다. 출근 전쟁의 베테랑인 이들은 공간 침투에 최적화된 작은 체형을 갖고 있다.

출근 전사들로 가득 찬 버스는 수차례 시도한 끝에 문을 닫는 데 성공한다. 출근 전사들은 테트리스 블록이 맞춰지듯 각자의 모양으로 무게 중심을 지탱하며 내릴 차례가 되기만을 기다린다. 좌석 테두리나 교통카드 단말기 등 주변 사물을 최대한 활용해 버텨야만 한다. 좁은 공간이다 보니 치한으로 오인받지 않기 위해 손을 들고 가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 땐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동맹을 맺은 기분이다.

여의도 환승센터에 도착하면 출근 전쟁은 1일간 휴전에 돌입한다. 하루의 반이 지나간 것처럼 힘들었지만, 오늘 하루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매일 반복되는 이 전쟁을 끝내기 위해 내일은 꼭 10분 더 일찍 일어나야겠다는 다짐을 오늘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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