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론] 위대한 시민혁명

입력 2016-11-28 10:43 수정 2016-11-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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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지난 20일 대한민국 검찰은 현직 대통령이 최순실, 안종범과 공모하여 직권 남용과 강요를 통해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아냈다는 취지의 충격적인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로 입건되는 순간이었다. 검찰은 또 26일 차은택을 기소하면서 대통령도 강요 및 직권남용 등의 범죄에 공모했음을 확인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라 불리는 이 사건은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인 대통령이 연루되어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대통령이 관여한 정경유착 사건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래 역대 정권에서 계속 발생해 왔던 문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이후 사라졌던 ‘대통령 본인에 의한 정경유착 사건’이라는 점에서 법치주의와 민주주의가 퇴행했다고 규정할 수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 열린 5차 촛불집회에는 100만 명이 훨씬 넘는 시민들이 모여 대통령 퇴진을 외쳤다. 중고생들도 대거 대통령 퇴진을 외치면서 거리로 나왔다. 중고생들이 이렇게 거리로 나온 건 4·19 혁명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심지어 필자의 초등생 아들들도 집에서 대통령 ‘하야가’를 부르며 흥얼거리고 다닌다.

대한민국 헌법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명백하게 천명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국가원수이자 정부의 수반으로서 대통령이 가지는 권력도 모두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일 뿐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어려운 시절 자기 옆을 지켜줬다’는 이유로 민간인 최순실을 위하여 그 권한을 남용하고, 심지어 국정을 최순실의 ‘컨펌’을 받아 수행하기도 했다. 우리 국민 누구도 최순실에게 권력을 위임하지 않았는 데도 말이다.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 대통령 자신이 헌법을 파괴하는 행위를 한 것이다.

한 달이 넘게 광화문을 비롯하여 전국에 피어오른 촛불 행렬과 4%에 불과한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력을 거두어들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자연인 ‘박근혜’는 실질적인 헌법의 차원에서 이미 대통령이 아니다. 탄핵은 단지 이러한 국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일 뿐이다. 그러나 ‘박근혜’대통령은 자의로 대통령직을 물러날 의사가 없는 것 같고, 이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닌 사람이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반헌법적인 상황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반헌법적인 상황을 중지하기 위해서 필자는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첫째, ‘박근혜’대통령은 이미 국민이 자신에게 부여한 권력을 철회하였다는 점을 인지하고, 더 이상 버티지 말고 주권자인 국민이 명하는 바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둘째, 대한민국의 모든 공무원은 그 자신이 대통령이 아닌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이며, ‘국민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는 헌법 규정을 상기하여야 한다. 국민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위임을 철회한 이상 국민의 뜻에 반하는 대통령의 명령에 따르는 것은 헌법을 위반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특히 경찰은 이를 명심하고, 주권자인 국민의 뜻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권한을 행사하려 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대통령 퇴진을 외치는 국민의 행동을 헌법을 수호하는 행위로 간주하여 국민을 보호해야 한다.

셋째, 국민도 주권자로서 책임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을 퇴진시켜 헌법을 수호하기 위해 국민의 의사를 결집해야 한다. ‘대통령은 퇴진하라’는 국민의 의사가 대한민국에 넘쳐 흘러 더 이상 ‘박근혜’대통령이 버틸 수 없게 압박해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은 철저히 평화로운 것이어야 한다. 요즘 SNS상에서 많이 제안되고 있는 일상적인 의사 표현도 좋다. 집집마다 태극기와 함께 ‘하야기’를 달거나, 대통령 퇴진과 관련한 문구를 자동차 뒤에 붙여도 좋을 듯하다. 그 외에도 대통령 퇴진 압박을 위한 의사표현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이러한 행동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으로서 우리 국민이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숭고한 행위이고, 역사는 이를 1960년 4·19혁명, 1987년 6·10 민주항쟁에 이은 또 하나의 위대한 시민혁명으로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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