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자식 뒷바라지

입력 2016-09-29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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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에서 라디오 출연 요청이 왔다. ‘자식 뒷바라지, 어디까지 해야 하나?’라는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자식의 사업 자금을 위해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 주었다가 전 재산을 날린 사연, 손주 뒷바라지로 허리가 휘었지만 그 공도 모르는 자식 때문에 몸져누운 부모들의 사연이 낯설지 않은 요즈음이다.

중학생, 초등학생 두 아들을 대학교 입학 때까지만 도와주자는 남편과 달리 자신은 대학 졸업까지는 뒷바라지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사연을 보내왔다. 서른다섯 살이 되도록 결혼할 생각이 없는 아들의 밥을 해 주고 빨래를 해 주느라 지친 60대 중반의 여성은 자식을 너무 오냐오냐 키운 것 같다고 후회를 했다.

전국을 다니며 부모교육을 하면서 “자녀들을 경제적으로 완전히 독립시키는 바람직한 시기가 언제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하곤 한다. 취업했을 때라는 대답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자녀들의 결혼과 대학 졸업을 꼽는다.

자식 뒷바라지를 어느 시점, 어느 선까지 해 주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정답은 없다. 각자의 가치관이나 경제적인 형편, 부모·자식 관계에 따라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부모가 상의해서 방침을 정한다면 그것이 정답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부모의 일관된 태도가 중요하다. 자식 잘되라는 마음, 독립심을 키워 주겠다는 의도인 데도 부부가 의견 차이로 싸우고 불화를 빚는다면 어리석은 일일 뿐이다.

서른이 되고 40~50대가 되어도 홀로 서지 못하고 부모에게 의존하고 손 벌리는 자식 때문에 부모·자식 모두가 불행해지는 사례를 많이 본다. 자녀들의 경제적 독립을 위해 부모는 좀 독해질 필요가 있다. 부모의 방침을 미리 알려 주고 자녀들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이 좋다. 부모의 굳은 결심도 막상 때가 되면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경제적인 지원을 안 해 준다고 해서 자식과 인연을 끊는 것은 아니다.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노후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법이다.

자식 뒷바라지에 경제적인 지원만 있는 게 아니다. 심리적, 정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미리미리 가르치고 준비시키는 것도 훌륭한 뒷바라지다. 자녀들의 나이나 발달 단계에 맞춰서 스스로 일어나게 하고, 청소나 설거지 등 집안일도 시키고 용돈은 아르바이트를 해 스스로 벌게 하자. 부모가 뒷바라지해 주지 않아도 혼자 독립할 수 있는 힘을 미리 키워 주는 것이 선행 조건이다. 경제적인 지원은 못 하지만 시어머니·시아버지, 장모·장인으로서 어른 역할을 잘 해 주는 것도 뒷바라지다. 손주들에게 따뜻하고 지혜로운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다는 것만큼 큰 선물이 또 있을까. 찾아갈 수 있는 부모님이 있고 찾아가서 이런저런 문제를 상의하고 하소연할 수 있는 어른이 계시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울타리가 될 수 있다.

자녀들의 홀로 서기를 위해 무조건 경제적 지원을 안 해 주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부모의 도움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어떻게 보답할까 고민하는 자식들이라면 즐거운 마음으로 도와주는 것도 보람이고 기쁨이다. 도와줄 수 있고 뒷바라지해 주고 싶지만 자녀들의 진정한 독립을 위해 절제하는 일이 더 어렵다. 물려줄 게 아무것도 없지만 성실하고 화목하게 사는 부모 밑에서 자란 자녀가 가장 복된 경우인지도 모른다. 자신의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자녀가 원치도 않는 뒷바라지를 한다면서 자식의 생존 능력을 뺏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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