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터닝포인트] 가해자 없이 피해자만 남는 연예인 성추문

입력 2016-07-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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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부 차장

좋은 뉴스만 골라 보기에도 버거운 세상입니다만, 연예인 성 추문이 잇따라 터지고 있습니다. 그 시작이 누구였는지도 가물거릴 정도입니다. 최근 두 달 동안 연달아 이어진 연예인 성 추문은 논란이 채 가라앉기도 전, 또 다른 스타의 이름이 오르내리며 포털의 뉴스난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이들 사건 역시 비슷한 형태로 진행됩니다. 먼저 논란이 불거진 것과 관련해 자숙의 의미를 담아 일단 침묵합니다. 이어 소속사를 통해 해당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나섭니다. 동시에 고소인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밝힙니다.

실제로 이들 사건의 상당수는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고소인과 피고소인 모두 피해자가 됩니다.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존재하되, 가해자로 규정된 사람은 없는 사건이 되기도 하니까요.

조사 과정에서 성폭행이냐 성매매냐를 따지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집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박유천 측은 사건 직후 “성관계 이후 지갑에 있던 60여만 원을 건네줬다”며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성폭행 혐의를 부정하려다 성매매 혐의를 인정한 발언이었습니다. 성폭행은 범죄이지만 성매매는 죄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4명의 여성에게 성폭행으로 피소된 박유천에 대해 경찰은 성매매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나아가 약속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다며 사기 혐의까지 추가했습니다.

가장 최근 성폭행 논란에 빠진 배우 이진욱에 대해서도 팬들의 안타까움이 이어졌습니다.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에 논란의 끝을 기다려야 합니다. 다만 그의 연기와 평소 이미지를 높게 샀던 팬들의 실망이 이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나온 이 씨도 “무고는 큰 죄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유상무의 성폭행 논란은 이들 사건의 시작이었습니다. 어쩌면 이런 일은 그동안 수없이 일어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을지 모릅니다. 앞서 배우 박시후 역시 비슷한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으니까요. 어느 사회학자는 최근 잇따라 불거진 스타의 성 추문과 관련해 “누군가도 고소했으니 나도 고소해보자”라는 심리가 일부분 작용했다고 분석했습니다. ‘누가 연예인과 성 추문을 터트리고 몇 억 원을 받았다’는 확인되지 않은 낭설이 고소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성 추문은 무죄가 입증되어도 피해자가 됩니다. 박유천의 경우 성폭행이 모두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고 해도 떨어진 이미지를 다시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평소 반듯한 이미지를 앞세워 한류를 대변했던 그에게 실망한 팬들이 여럿이니까요.

정작 고소와 맞고소가 이어지고 피해자와 가해자가 갈리는 사이, 우리도 피해자가 됐습니다. 우리는 1990년대 후반, 세기말의 분위기를 타고 등장한 ‘한류’의 덕을 누려왔습니다. 한류는 단순한 연예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떠나 수출 시장에서 한국이라는 국가의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데 한몫을 했습니다. 한류의 중심 또는 밑거름됐던 이들의 잇따른 성 추문이 전체 한류의 이미지를 흩뜨리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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