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신영자 스캔들' 어떻게 해결할까?… ‘투명 롯데’ or ‘한ㆍ일 원톱 강화’ 선택의 기로

입력 2016-06-0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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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주 편에 섰던 ‘캐스팅 보트’ 쥔 신영자, 다시 ‘협공’ 할수도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사진=신태현 기자 holjjak@)

"롯데그룹이 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 당시)

"기업의 투명성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투명한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사항임을 명심해달라." (지난해 12월 롯데그룹 전체 사장단 회의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7월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직후 대국민 사과와 함께 공식적인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밝힌 것은 개혁을 통한 '투명 롯데'다. 능력이 없고 투명성 등의 측면에서 부적합하다면 자신의 회장 지위도 언제든지 내놓을 만큼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던 만큼 이번 누나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비리 혐의는 그의 의지를 시험하는 무대가 됐다.

줄곧 '가족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대원칙을 강조했기 때문에 탈법행위가 조금이라도 확인되면 롯데계열사들이 이사회를 통해 신 이사장을 해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이사회나 주총의 결과를 뛰어넘어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라며 후계자를 자임하는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주장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바로 신 회장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 때문"이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신 이사장 건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렇게 되면 경영일선에서 롯데그룹을 주름잡았던 오너일가 중 신 회장만 홀로 남게 된다.

이를 긍정적으로 보면 오너 일가의 각종 이권 개입과 협력사에 대한 '갑질', 임직원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 창업주 시절 형성된 롯데그룹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신동빈의 '한ㆍ일 원톱 시대'에 걸맞은 투명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할 기회의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캐스팅 보트'를 쥔 신 이사장이 다시 신 전 부회장 편에 서 협공으로 '신동빈의 원톱 체제' 기반을 약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이 섣불리 결단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왼쪽부터)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왼쪽부터)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투명 롯데' 위해 창업주 시절 시작된 '비리 고리' 끊어내나 =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등을 대가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10억~20억원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의혹이 사실일 경우 오너 일가의 이권 개입과 협력사에 대한 갑질이라는 롯데의 부정적 이미지는 대중에게 다시 한번 각인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내 유통업계의 절대 강자로 군림해온 롯데는 입점업체 선정이나 매장 배치 등의 권한을 갖고 있어 이를 둘러싼 갑질 및 뒷돈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최고 경영자(CEO)까 지 연루됐던 롯데홈쇼핑 비리는 결국 사상 초유의 영업정지까지 받는 최악의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또 두 결혼과 한번의 사실혼 관계를 통해 '챙겨야 할' 친인척이 많았던 신 총괄회장의 인생 역정 탓에 백화점이나 영화관의 알짜 이권사업을 가까운 친인척에게 몰아주는 부적절한 거래도 비일비재했다. 신 총괄회장의 맏딸이지만, 동주·동빈 두 형제에겐 배다른 누나인 신 이사장의 비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신 이사장이 최대 주주인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는 계열사 영화관 롯데시네마 안에서 매점사업을 거의 독점 운영하다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의 대표 사례로 지탄을 받았다. 결국 롯데시네마는 2013년 영화관 내 매점사업을 직영으로 전환하고, 두 회사의 매점 사업권을 회수했다.

롯데시네마로부터 일감이 끊긴 두 회사는 적자 등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지난 1월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롯데 안팎에 따르면 당시 두 회사의 롯데시네마 내 영업 중단 결정에는 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 일가의 소유(지분 보유)와 경영을 철저히 분리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시네마통상과 시네마푸드의 철수를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이미 시네마통상 사업권을 빼앗긴 경험이 있는 신 이사장의 경우 자신을 애틋하게 생각했던 아버지와 달리 이복동생인 신 회장이 경영권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그룹 내 입지가 급속히 약화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롯데그룹 역시 이같은 속내를 파악하듯 신 이사장에 대한 검찰 수사를 '개인적 문제'로 선을 긋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비리 의혹이 사실인지는 수사가 진행돼봐야 알겠지만 사실이라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신 이사장 개인의 문제이지 회사와는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신 이사장의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어떤 식으로든 신 이사장이 롯데와 연계된 직책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게 될 경우 과거 롯데의 부정적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하는 신 회장에게는 오히려 호기가 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사실상 롯데의 경영권을 장악한 뒤 그룹의 면모를 일신해가고 있지만 신 이사장 등 과거 부친이 챙겨줬던 친인척들을 완전히 정리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검찰 수사가 신 회장에겐 호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캐스팅 보트' 신영자, 동주와 협공하면 '원톱 체제' 기반 흔들 = 재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에 대한 후견인 지정 문제가 마무리되고 신 회장이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할 경우 연말 대대적 물갈이 인사를 통해 창업주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자신이 구상하는 '투명 롯데'의 윤곽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를 모두 아우르는 '원 리더'가 되기 위해 탄탄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신 회장의 지분은 신 전 부회장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신 회장의 호텔롯데 직접 지분은 없으며 롯데제과의 경우 신 회장이 8.78%, 신 전 부회장이 3.96%다. 신 총괄회장이 6.83%를 갖고 있어 안심할 수 없다. 롯데쇼핑 역시 신 회장이 13.46%로 대주주이지만 신 전 부회장이 13.45%로 거의 차이가 없다.

신 회장은 당장 지분 매입에 나서진 않더라도 계열사 주식 확보를 통해 롯데그룹 전체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 나가야 탄탄한 원톱 체제를 구축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 전 부회장은 장기전을 예고하며 끊임없이 반격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 신 총괄회장의 성년 후견인이 완벽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달 말 롯데홀딩스 주총이 예정돼 있다.

당시 6월 정기주총에서 반격하겠다고 선언했던 신 전 부회장은 롯데면세점 로비 의혹을 새로운 빌미로 삼아 공세를 펼칠 계획이다. 롯데홀딩스 최대주주 광윤사의 대표이사인 신 전 부회장은 최근 롯데면세점 압수수색과 관련해 "광윤사는 롯데그룹 모회사에 해당하는 롯데홀딩스 최대주주로서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에 중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겠다"고 말했다. 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 지분 19.07%로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는 또 "신 회장이 주도한 제2롯데월드 건설과 관련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신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을 장기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여기에 다시 신 이사장이 변심해 신 전 부회장 측으로 돌아서면 이는 결국에는 신 회장의 원톱 체제 기반을 약하게 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신 이사장의 지분은 보통주 기준으로 롯데쇼핑(0.74%), 롯데제과(2.52%), 롯데칠성(2.66%), 롯데푸드(1.09%)로 큰 편은 아니다. 다만 롯데재단의 경우 롯데제과(8.69%), 롯데칠성음료(6.28%), 대홍기획(21%), 롯데푸드(4.1%)를 가지고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해를 넘기며 이어져 온 롯데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최근 신 회장의 '한ㆍ일 원톱 체제'를 구축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신 이사장의 '변심'의 영향이 컸다. 신 이사장은 경영에서 물러나고, 지분도 많지 않지만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의 지분 대결 속에서 아버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과 한쪽 편에 서 힘을 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번 신 이사장의 롯데면세점점 로비 연루 의혹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고 평가했듯이 신 회장, 신 전 부회장, 신 이사장 등 3명의 남매간의 갈등과 힘 겨루기가 어떻게 펼쳐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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