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자 비리 의혹'… '가족 소유와 경영 분리' 외친 신동빈의 의지, 시험대 올랐다

입력 2016-06-06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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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결과에 따라 신영자 이사장, 8개 계열사 등기임원 물러날 가능성 커

▲(왼쪽부터)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왼쪽부터)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 회장에 이어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다음은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의 퇴진인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재계 5위의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와 변화 겪고 있다.

지난해 7월 갖은 잡음과 내홍 속에서 1949년 창립 이후 66년만에 롯데그룹의 주인이 된 신 회장은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거의 승기를 잡고 올해 '한ㆍ일 롯데 원톱 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투명한 롯데 만들기' 작업이 순탄하지가 않다. 그의 발목을 이번에는 아버지와 형이 아닌 누나가 잡았다. 신 이사장이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부정한 뒷돈을 받은 혐의로 위기에 몰렸다.

줄곧 '가족 소유와 경영 분리'라는 대원칙을 강조하면서 '투명한 롯데 만들기' 개혁을 추진해온만큼 이번 수사결과에 그의 의지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신 이사장의 탈법행위가 조금이라도 확인되면 신 이사장은 계열사 등기임원 자리에서 모두 물러날 가능성이 커 경영일선에서 롯데그룹을 주름잡았던 오너일가 중 신 회장만 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6일 롯데그룹과 재계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현재 호텔롯데, 부산롯데호텔, 롯데쇼핑, 롯데건설, 롯데자이언츠, 대홍기획, 롯데리아, 롯데재단 등의 등기임원을 맡고 있다.

현재 신 이사장은 수감 중인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로부터 면세점 입점 로비 과정에서 수억~수십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 검찰은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롯데측은 일단 수사 상황과 관련해 "롯데면세점이 조직적으로 어떤 로비에 연루된 사실은 없는 것으로 안다"며 신 이사장과 롯데그룹 사이에 선을 긋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현재 신 이사장이 롯데면세점을 운영하는 호텔롯데를 포함해 8개에 이르는 계열사의 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만큼, 계속 그룹과 분리해 '개인비리'만을 강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따라서 조만간 설득을 통해 신 이사장이 등기임원에서 스스로 물러나게 하거나,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롯데계열사들이 이사회를 통해 신 이사장을 해임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수사 내용을 알 수 없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신 이사장의 등기 임원 지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다만 위법행위가 드러나 법적 처벌이 불가피해지면 등기임원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신 이사장은 롯데그룹 '원톱' 지위를 굳혀가고 있는 신 회장과 그동안 원만한 사이를 유지해온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3월 열린 호텔롯데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총괄회장이 재선임되지 못하며 43년 만에 경영진에서 퇴진한 것과 달리 신 이사장은 재선임되며 건재를 과시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경영권 분쟁 초반 신 전 부회장 측에 섰던 신 이사장이 신 회장의 편에 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면서 결국 롯데를 떠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경영권 분쟁 이후 가족(소유)·경영 분리, 그룹 투명성 개선 등의 원칙을 여러 번 천명했기 때문에 형이 확정되기 전에 신 이사장의 등기임원 해임을 서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 회장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제가 부회장, 회장으로 취임한 뒤 거버넌스(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각 계열사 이사회에 막강한 권한을 줬다. 이사회가 저를 해임, 해직할 수도 있다"며 "롯데 그룹이 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능력이 없고 투명성 등의 측면에서 부적합하다면 자신의 회장 지위도 언제든지 내놓을 만큼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또 같은 해 12월 롯데그룹 전체 사장단 회의에서도 신 회장은 "기업의 투명성 강화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하며 "친환경적 경영, 사회적 책임, 그리고 투명한 지배구조는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사항임을 명심해달라"고 사장들에게 당부했다.

롯데 관계자는 "이사회나 주총의 결과를 뛰어넘어 '아버지(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이라며 후계자를 자임하는 신동주 전 부회장의 주장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 바로 신동빈 회장의 '소유-경영 분리 원칙' 때문"이라며 "아직 의혹의 사실 여부를 알 수 없지만, 수사 결과에 따라 신영자 이사장 건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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