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죽어도 못 받던 ‘자살보험금’

입력 2016-05-13 17:29 수정 2016-05-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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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보험금을 주제로 한 영화 '수상한 고객들'(출처=CJ엔터테인먼트)
▲자살보험금을 주제로 한 영화 '수상한 고객들'(출처=CJ엔터테인먼트)

“저 죽으면 돈 많이 나와요?”

영화 ‘수상한 고객들’의 명대사입니다. 틱 장애를 앓고 있는 노숙자 김영탁(임주환 분)이 한 말이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에 자살을 결심한 뒤, 보험설계사 배병우(류승범 분)에게 보험금이 얼마나 되느냐고 묻습니다. “왜 그런 생각을 하느냐”는 반문이 나와야 정상이지만, 병우는 “2년 동안 인생이 희망적으로 변하는 건 군대 계급장밖에 없다”며 가입을 권유합니다.

영화를 본 분이라면 오늘(13일) 이투데이에 실린 ‘자살도 보험금 지급…대규모 분쟁 예고’ 기사를 읽고 고개를 갸우뚱하셨을 겁니다. “당연한 거 아닌가? 이게 왜 뉴스지?” 하고 말이죠.

기사를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어제 대법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하나 나왔는데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도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생명보험 재해사망 특약이 유효하다는 판결입니다.

말이 좀 어렵죠. 보험사는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그 원인에 따라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을 구분해 돈을 주는데요. 원칙을 따지자면 자살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의사고’이기 때문에 보험사는 돈을 줄 의무가 없습니다. 다만 유족들 생계를 위해 가입일로부터 2년이 지난 경우, ‘일반사망보험금’을 주도록 약관에 써놨죠. 2000년 이전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2001~2003년 사이 보험사들이 약관을 바꿨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에도 일반사망보험금과 재해사망보험금을 모두 주겠다’고 말이죠. 자살을 결심하고 보험에 가입해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바뀔 거라고 기대한 겁니다. 그 시간을 2년이라고 본 거고요. 재해사망보험금은 일반사망보험금보다 금액이 훨씬 많기 때문에 가입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돈을 주지 않았습니다. 고객과의 약속을 어긴 거죠. 2010년 약관을 원상태(일반사망보험금만 지급)로 되돌리고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재해가 아니다. 이전까지 약관은 실수였다”고 황당한 변명만 반복했습니다.

보험에 가입한 고객은 화가 났습니다. 들끓는 여론에 금융당국이 회초리(제재)를 들었지만 보험사들 ‘모르쇠’로 일관했죠. 결국, 고객들은 법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고, 어제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난 겁니다.

217,900,000,000원.

2014년 기준, 17개 생명보험사가 고객에게 주지 않은 자살보험금은 2179억원에 달합니다. ING생명이 653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563억원)ㆍ교보(223억원)ㆍ알리안츠(150억원)ㆍ동부(108억원)ㆍ신한생명(103억원)도 100억원대에 달합니다. 대법원 판결까지 났으니 이제 보험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네요.

“고객님의 꿈이 곧 저의 꿈입니다!”

영화 속 병우의 말입니다. 사람들 불행을 ‘돈’으로 따지는 병우(보험사)의 이중성이 그대로 드러나 있네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영화는 결국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수상한 고객들은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병우도 그들에게 진심으로 다가갔죠. 현실 속 보험사들도 영화 같은 결말을 맺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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