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조선업종, 대량해고의 책임은?

입력 2016-04-27 10:35 수정 2016-04-27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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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남상태 전 대우조선 사장,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지난 수년간 우리 조선산업을 사면초가로 몰아넣었던 인물들이다. 1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한계업종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해 수만명의 해고자를 양산한 조선업계에서 이들 명단은 어떤 의미로 해석될 것인가. 과거 잘못된 조선산업 정책을 고집하다가 결국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을 만들지는 않았을까.

정부는 26일 조선사를 향해 “빅딜을 통한 구조조정은 없다”며 더 강도 높은 인력구조 조정을 주문했다. 일감이 바닥난 상황에서 ‘해고’를 통한 조직 슬림화만이 회생의 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대규모 감원만으로 구조조정의 수단이 압축됐을 때 더 많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더구나 총선 직후 조선업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정책적 판단은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영 실패, 관료들의 정책 실패를 덮고 학살형 해고에만 집중한다는 의심을 떨칠 수 없게 한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이 업황이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처럼 모두 존재할 경우 또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또 대량 해고는 2009년에 쌍용자동차 사태라는 비극도 상기시킨다.

작금의 조선산업 위기는 정부의 어정쩡한 봉합 수술이 주 원인이다. 수조원의 혈세를 들여 대우조선의 수명을 연장한 게 결국 조선사 간의 출혈경쟁을 부추기고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정부가 대주주로 바뀐 이후 대우조선 사장 자리는 낙하산 자리로 둔갑했다. 단기 실적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저가 수주 경쟁을 만들고, 독이든 성배라는 해양플랜트 수주에 치중하게 된다. 대주주인 정부의 정책이 실패로 돌아서면서 오히려 부실을 숨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이는 곧 업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게 됐다.

최근 인터넷 검색창에 ‘거제의 눈물’이라는 키워드가 형성됐다.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계가 밀집한 경남 거제에 대규모 실직 사태가 임박했다는 공포를 표현한 것이다. 누군가의 자랑스러운 아빠이고, 든든한 남편인 조선사에 몸 담고 있는 가장들의 서글픈 현실이다.

20대 총선 유세 때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현대중공업 쉬운 해고 없다”는 발언이 참으로 무색하게 됐다. 선거가 끝나자 거제도를 중심으로 수만명의 하청업체 직원들의 원성이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정부는 이날도 인력 구조조정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하청업체 직원들의 일터를 위태롭게 했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해 인력 감축이 최후의 수단으로 선택된 만큼 감원에 따르는 실업대책 또한 패키지로 나와야 한다. 정부와 대주주, 경영진의 기업 부실화에 대한 책임 없이 직원들의 일방적 희생만 강요해선 안 된다. 달콤한 호황을 맛보던 시절 지금의 불황에 대비하지 못하고 거품만 키운 경영 실패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할지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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