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갑질 논란과 재벌 3~4세의 경영권 승계

입력 2016-04-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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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민 자본시장부장

“현재 기업이 가진 최대 위기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요즘 우리 기업의 최대 위기이자 변수는 3세 경영권 승계다.”

얼마 전 만난 기업 임원과 나눈 대화다. 최근 재벌가 3~4세의 경영권 승계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기업의 최대 위기 요인으로 3세 경영능력을 꼽은 것이다. 내심 세계 경기침체나 수출부진, 신사업 실패, 중국기업 부상 등이 꼽힐 줄 알았는데 의외의 대답이 나왔지만 한편으론 충분히 수긍이 갔다.

대다수 재벌가 3~4세의 경영권 승계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나 사내 초고속 승진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재벌 3~4세의 경영권 승계는 아무런 제한없이 단지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기업 풍토가 팽배하다. 해당 기업에서는 이들도 경영 능력을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기업이 얘기하는 경영 능력 검증은 그들만의 리그 즉, 형제간이나 사촌 간 경쟁에서 인정받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재벌가 3~4세의 운전기사에 대한 폭언이나 폭행으로 소위 ‘갑질’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점도 이러한 기업 풍토의 어두운 그림자는 아닐까.

예전에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벌 3~4세를 소재로 다룰 땐 주로 백마 탄 왕자와 가난한 소녀의 사랑 얘기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 영화나 드라마에서 재벌가 후계자를 악의 축으로 묘사하는 예가 많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리멤버’나 영화 ‘베터랑’ 등에서 그려진 재벌 후계자의 모습이 그렇다. 영화와 드라마는 현 시대 반영과 짜임새 있는 스토리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야 큰 인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감독들은 소재 선택에 많은 고심을 한다. 이런 점에서 현재 국민이 재벌 2~3세를 바라보는 시각이 어떤지, 이들로 말미암은 반기업 정서가 얼마나 강해지는지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지난해 1월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한 우리 국민의 국내 기업 호감지수는 100점 만점에 44.7점이었다. 이는 2005년 상반기 이후 가장 낮은 점수로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세부항목 중 생산성 향상(60.4점), 국제경쟁력(70.7점)은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윤리경영 실천 점수는 21.9점으로 나와 대기업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무엇인지를 말해준다.

이처럼 재벌 3~4세 경영인이 직원들을 자신의 소유물인 양 취급하는 안하무인의 행태는 경영과 소유가 분리되지 않은 우리 기업의 봉건적 기업 지배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기술 혁신의 아이콘인 애플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일대기는 우리 기업의 봉건적 지배구조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1985년 당시 애플 이사회가 실적 부진으로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던 스티브 잡스를 쫓아낸 모습이나 잡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경영권을 가족이 아닌 전문경영인인 팀 쿡에게 물려준 사실은 우리에겐 생소하다. 하지만 선진국 기업들엔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며 대부분 글로벌 기업들이 스티브 잡스처럼 경영권과 소유를 분리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경영권을 자식에게 승계하는 글로벌 기업도 많지만, 이때 후계자가 받는 경영권 승계 수업은 상당히 혹독하다고 알려졌다. 만일 후계자 검증 과정에서 자식이 능력이 없으면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거나 아예 다른 가문에 기업을 파는 예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 재벌들의 경영권 승계 자화상을 보면 이러한 경영권 승계는 남의 일 같다. 특히 기업 이사회는 재벌 후계자 경영인의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어 자칫 오너 일가의 잘못된 판단은 기업을 존폐 위기로 내몰 수도 있다. 과거 재벌 2~3세 경영인의 잘못된 판단으로 우량 회사가 망해 다른 회사로 경영권이 넘어간 사례는 쉽게 찾을 수 있다. 앞에서 만난 기업 임원이 세계적 경기침체와 저성장 늪에 빠진 한국경제 위기에서 다른 요인도 아니고 3세 경영 능력을 왜 기업의 최대 위기 요인으로 꼽았는지 재벌 총수들은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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