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일임형 ISA상품 판매 초읽기… 은행·증권 제대로 붙는다

입력 2016-03-29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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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하면서 세제혜택도 받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오늘(14일)부터 시판에 들어갔습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다양한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아 운용하면서 세제혜택도 받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오늘(14일)부터 시판에 들어갔습니다. 노진환 기자 myfixer@

국내은행들의 투자일임업 등록 절차가 수일 내로 마무리될 전망이다. 그동안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핵심인 일임형 상품을 판매하지 못하던 은행들이 새로운 상품 판매를 시작하면서 ISA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에 투자일임업 등록 허가를 가장 먼저 신청한 국민·우리·기업은행 등 3곳 은행의 인가를 이번 주에 내주기로 했다.

투자일임업 등록을 마친 은행들은 앞으로 투자성향에 따른 자산 배분 모델인 모델포트폴리오(MP)를 금감원에 신고하고, 특별한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으면 7영업일 이후부터 일임형 ISA상품을 판매할 수 있게 된다.

이르면 내달 11일부터 은행들의 일임형 상품 판매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핸디캡 풀렸다 = 먼저 등록 신청한 국민·우리·기업은행 외에도 신한·하나·농협은행 등 대형 은행들도 내달 중 상품 출시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금융당국이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가를 발표한지 두달 만이다. 보통 새로운 사업이나 상품 설계가 최소 3~6개월 사이로 이뤄지는 것과는 달리 2달 만에 속전속결로 상품 출시를 끝낸 셈이다.

은행들이 일임형 상품 출시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간단하다. ISA에 있어서 가장 높은 마진을 낼 수 있는 효자상품이기 때문이다.

투자 일임이란 금융회사가 고객이 맡긴 돈으로 자유롭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에 나서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고객 대신 주식종목 등을 골라주는 방식으로 증권사를 통해 이뤄졌다.

반면 은행은 '신탁'이 주력이었다. 투자 포트폴리오는 고객이 직접 만들고, 은행은 고객의 돈을 맡아두고 있으면서 투자주문만 대행해주는 방식이다.

신탁형 상품은 고객이 상품 구조가 고정적인 상품을 지정하는 것으로 운영하는 입장에선 수익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일임형 상품 판매가 되면 은행들도 비교적 높은 금액의 자산 운용을 원하는 고객 유치에 숨통이 트였다.

그동안 대부분의 고액 예치 고객들이 증권사로 편중되고 있었다. 은행에서 이런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은행권 소액 '깡통 계좌' 대폭 줄어들 듯 = ISA는 출시 첫 주 65만8040명이 가입했다. 이들의 누적 가입금액은 3204억4000만원이었다.

업권별로는 은행이 증권사보다 가입자 수와 가입금액 모두 앞섰다. 은행은 61만7215명이 1984억원을 ISA에 넣었다. 증권사는 4만643명이 1218억6000억원의 자금을 ISA로 이동시켰다.

반면 1인당 가입금액 측면에서는 증권사가 은행을 크게 앞섰다. 전체 가입자 수의 94%를 차지한 은행은 가입금액에서는 62%를 차지하는데 그쳤다.

증권사는 전체 가입자 수의 6%를 확보했지만 가입금액은 38%의 비중을 가져갔다. 가입자 1인당 평균 가입금액은 은행은 32만원인데 비해 증권사는 300만원으로 10배 가량 많았다.

이는 일부 은행들이 가입계좌 실적에 열을 올리며 5만 안팎의 소액 계좌를 늘리는 데만 주력했기 때문이다.

운용사 관계자는 "은행은 지점을 찾는 기존 고객들에게 'ISA를 일단 만들어두라'고 권유한 만큼 깡통 계좌가 많을 것"이라며 "반면 재테크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은 은행보다 증권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SA발 금융권 경쟁 불 붙었다 = 은행들의 일임형 상품 판매에 따라 증권사와의 격전이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 증권사들이 ISA에서 절대 우위를 점했다면 은행권의 반격이 이뤄질 전망이다.

우선 은행들이 일임업에는 '초보'이지만, 엄청난 노하우를 전수해줄 계열사가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선 이를 두고 큰 형님(은행)을 위해 동생(증권사·보험)들이 과외해주는 모습과 같다는 표현도 쓰고 있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사가 계열 증권사의 자산운용 노하우를 은행쪽으로 빠르게 전수하고, 은행들도 자산 운용 노하우를 익히기 위해 각종 연구인력을 보충하고 있다. 때문에 길지 않은 시일 내 은행권 일임형 ISA상품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접근성이라는 시너지가 합쳐지면 폭발력이 가공할 만하다는 예상이다.

업계가 추정한 ISA의 잠재력은 약 100조원으로 아직 이중 1%로 채우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은행들이 추격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 환경이 결코 나쁘지 않다는 게 금융권의 공통된 시각이다.

시중은행의 한 ISA 상품개발팀 관계자는 "다음달 은행들의 일임형 ISA상품 판매가 이뤄지면, 이를 선택하는 고객들이 증권사를 능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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