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펀치] 새누리당의 험지란?

입력 2016-01-20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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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종로 출마를 고집함으로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주장해온 이른바 험지 출마론이 장애물을 만난 셈이 됐다. 안대희 전 대법관도 험지 출마론에 상당히 불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유명 인사들의 험지 출마론은 얼핏 들으면 당의 입장에선 당연한 소리인 것 같다. 그런데 다르게 생각해 보면, 도대체 험지가 어디를 말하는지 아리송할 때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일단, 현역 의원들은 저마다 자신의 지역구가 험지라고 주장한다. 심지어 대구지역 출마자들조차 대구가 새누리당의 험지라고 한다. 물론 따지고 보면 이런 주장도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싸우러 나가는 사람의 입장에선 ‘안전한’ 곳은 없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 입장에선 험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당 지도부가 이런 험지를 말하기 전에는 지금의 상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험지란 상항 여하에 따라서 변하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가 먼저 생각해야 할 부분은 지금의 변화된 정치판이다. 역대 총선 사례를 살펴보면 탄핵 역풍이 불었던 17대를 제외하고 대부분 야당의 숫자가 많을 때 여당은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야당의 숫자가 늘어난다는 사실은 중도층 유권자의 입장에선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을 의미하고, 특히 여당도 싫고 야당도 싫은 무당파 층의 입장에선 반길 만한 사안이어서 결국 야당의 포션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선거 당시 여당이 보수당인지 아니면 상대적 진보당인지 여부와, 새로이 등장하는 정당이 어떤 이념적 성향을 갖느냐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수당이 집권 여당일 때 진보적 색채가 강한 정당이 등장하면 여당의 지지층은 그대로 있고 야당 지지표만을 갉아먹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럴 경우 야당의 포션은 커지지 않는다. 반대로 중도적 성향의 새로운 야당이 등장할 경우 여당의 지지층을 잠식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경우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13대 총선이다. 당시 직선제 대통령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총재로 있던 민정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끄는 평화민주당 그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이끄는 통일민주당, 마지막으로 김종필 전 총재가 이끄는 신민주공화당이 존재했는데 이때는 YS의 통일민주당이 여당인 민정당의 표를 상당 부분 잠식했다. 예를 들어 보수당의 아성이라고 불리는 강남3구에서도 통일민주당의 후보들은 선전했다. 13대 총선부터 강남구에서 분리된 서초구는 당시 선거에서 무소속의 박찬종, 야당인 통일민주당의 김덕룡 후보를 당선시켰고 강동구에서 갈라져 나온 송파구에서도 통일민주당의 김우석, 평화민주당의 김종완 후보가 당선됐다. 강남구에서도 통일민주당 황병태 후보가 당선됐다.

물론 이런 현상은 당시 군사정권의 연장선상에 있던 민정당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도 한몫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이유가 전부라고 볼 수는 없다. 강남3구에서 평화민주당은 단 1석만을 건지는 데 그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현상은, 보수적 색채가 있는 야당이 등장하면 강남3구와 같은 곳에서도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번 총선에서도 국민의당이 새롭게 등장했다. 국민의당은 더불어민주당과 비교했을 때 중도적 색채가 강한 정당이다. 그래서 국민의당이 후보만 잘 골라 내보내면 강남3구와 같은 지역에서도 상당히 선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새누리당의 험지는 강남3구가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전체 지역구가 험지로 변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험지 출마론이 설득력이 없다는 말들이 나올 수 있음을 당 지도부는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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