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 본 글로벌(Born Global)과 초협력 생태계

입력 2016-01-1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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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1993년 작지만 높은 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는 회사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들을 통상적인 글로벌화 룰을 깬 ‘본 글로벌(Born Global- 태생적 글로벌) 기업’이라고 칭했다. 이런 기업들의 기준을 무엇으로 삼을지 확정된 것은 없으나, 창업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은 일치한다. 이러한 본 글로벌 벤처에 대한 사례 연구는 다수 있으나, 이론적 설명과 인과적 모델은 아직 정립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 벤처 글로벌화 전략의 일부로, 본 글로벌 벤처의 신모델과 미래 전략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벤처 글로벌화 연구자들을 혼란스럽게 한 것은 자원, 기업가 정신, 조직과 글로벌화의 관계가 점진적 글로벌화와 본 글로벌화 간에 상반된다는 것이다. 분명한 점은 기존의 점진적 글로벌화 모델은 본 글로벌 기업들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피터 드러커 교수가 설파한 ‘기업의 본질은 혁신과 마케팅이다’라는 명제에 새로운 초연결 현상을 대입해 보자. 글로벌화의 본질도 혁신과 마케팅의 결합이다. PC와 모바일에 이어 O2O(Online 2 Offline) 컨버전스는 초연결 사회를 형성하면서 전 세계 산업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기존의 아이디어, 개발, 생산, 영업, 서비스라는 단일 기업 중심의 닫힌 가치사슬은 급격히 붕괴하고 있다. 코즈의 이론대로 연결 비용이 급감하면서 기업은 핵심 역량을 제외한 대부분의 활동을 외부와 협력하는 구조로 급격히 개방되고 있다. 초연결 구조는 필연적으로 혁신과 마케팅의 전문화를 초래하게 되고, 본 글로벌은 그 현상의 일부로 보여진다. 즉 마케팅이 쉬워지면서 외국 비용이라는 세계 시장 진입 비용이 급감하게 된 것이다.

이제 초연결 사회의 기업 활동은 차별화된 고유 역량과 생태계의 개방 역량을 결합한 개방 혁신 단계와 혁신을 글로벌 시장에 전파하는 글로벌 마케팅 단계로 이원화되고 있다. 혁신 기업과 마케팅 기업으로 기업이 전문화되면서 그 사이에 혁신 시장인 M&A와 기술거래 시장이 등장하는 것이 바로 창조경제다. 혁신 기업은 혁신을 완성한 후 이를 마케팅 기업에 팔고 다시 창업하는 연속 기업가(Serial Entrepreneur) 현상이 글로벌 마케팅 기업인 글로벌 유니콘과 동시에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본 글로벌 현상은 연속 기업가, 히든 챔피언, 개방 플랫폼, 유니콘 기업들의 등장과 뿌리를 같이하는 초연결 사회 현상 중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 단독 글로벌화에서 초협력 글로벌화로 글로벌화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마케팅 비용이 적은 B2B와 온라인 B2C는 대표적 본 글로벌 분야였다. 대표적 본 글로벌 벤처로 소개되는 기업인 컴투스, 앵그리 버드, 스마일게이트 등은 초기 마케팅 투자가 적은 온라인 기업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휴맥스와 다산네트워크의 경우에는 B2B 형태로 진출하면서 마케팅의 부담이 적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제품의 B2C 사업은 막대한 유통 투자로 인하여 본 글로벌의 한계가 있다. 아직도 복잡한 제품과 서비스는 유통과 교육 그리고 서비스의 마케팅 투자라는 높은 외국 비용으로 점진적 글로벌화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런데 O2O 플랫폼은 샤오미 배터리와 같은 오프라인 제품의 B2C 영역을 확산시키고, 인공지능은 영업과 관리의 비용을 급감시킨다. 결과적으로 본 글로벌의 영역이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마케팅 진입장벽이 낮아지는 것이 기업 활동을 쉽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이 초기부터 글로벌 와해적 혁신으로 집중된 결과 글로벌 시장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면 바로 도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업의 본질은 혁신과 마케팅이다. 이러한 본질에 입각해 본 글로벌을 바로 보고 단독 글로벌화에서 초협력 글로벌화로 기업 전략과 지원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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