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86.4cm, 완벽한 커브드 모니터 사용기

입력 2016-01-0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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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기사를 쓰다보면, PC 화면에 띄워놓은 창이 점점 늘어난다. 검색에 검색을 더 하고,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 헤매면 창의 바다에 둥둥 떠있는 내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현재 56.4인치 모니터를 사용하고 있는데 솔직히 비좁다. 특히 여러 작업창을 한눈에 볼 수 있게 띄워놓으려 하면, 단칸방에 여덟식구가 살고 있는 것 같은 비좁음을 느낀다.

해외 사이트에서 자료를 찾아 번역기를 한번 거치고, 텍스트 입력 창과 자료 이미지를 함께 보며 기사를 쓰고 중간 중간 메신저도 사용해야 한다. 아아, 아까 보던 창이 어디갔더라? 어딨지? 그래서 큰 소리로 듀얼 모니터가 필요하다고 투덜댔다. 열심히 일하고 싶은데 화면이 좁아서 일을 못하겠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며칠 후, 출근하니 이렇게 크고 거대한 물건이 내 책상에 서 있었다. “그렇게 큰 모니터가 필요하면 리뷰나 한번 해봐”라는 편집장의 말을 들으며, 86.4cm 커브드 모니터 삼성 SE790C의 박스를 뜯었다.

우와아. 내가 여태껏 써본 모니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크기다. 책상이 가득 차는 거대함에 압도되고 말았다. 무려 86.4cm. 그것도 부드럽게 휘어있는 커브드 모니터다. 크고 아름답구나.

고해상도 동영상을 띄워놓으니 화면 속에 빠질 것 같다. 카메라로 모니터를 찍어봤는데, 픽셀이 어찌나 세밀한지 실물을 촬영한 것처럼 선명해 보인다. 화면 비율이 시네마뷰 비율이기에 아래위 블랙바가 생기지 않는 것도 큰 장점.

모니터 가로 길이가 아주 길다. 화면 비율이 21:9라고. 흔히 쓰는 16:9 화면비보다 약 34% 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내 입장에서야 좋다. 가로 방향으로 온갖 작업창을 늘어놓고 쓰기 딱 알맞으니까. 해상도는 무려 3440×1440. 벌써 업무 효율이 올라가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몰아친다. 그런데 나를 포함해 비좁은 모니터에 지친 동료들이 하이에나처럼 몰려든다. 우린 각자의 스타일로 3440×1440 픽셀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1. 일단, 인터넷의 바다에 사는 나

솔직히 처음엔 조금 어지러웠다. 화면 왼쪽 끝부터 오른쪽 끝까지 훑어보는게 너무 멀게 느껴지더라. 어쩜 이리 클까, 생각하면서 업무에 집중하다보니 야무진 나란 사람은 결국 86.4cm를 꽉 채우고 말았다(작은 집에서 큰 집으로 이사하고 나면 적응하는데 딱 하루 걸린다더니 사실이었다).

자, 본래 책상도 지저분하게 쓰는 나는 이렇게 작업 창도 여러 개 띄워놓는 것을 좋아한다. 삼성 기어VR에 대한 기사를 쓴다고 가정해보자. 일단 기어VR의 기본 스펙에 대한 정보를 찾고, 이미지를 찾고, 유튜브에서 사용 영상도 확인해보고, 외국 매체에 나간 기사도 보고, 번역기도 돌리고, 텍스트 편집기도 열어야 한다. 더불어 잠깐 잠깐 동료들과 메신저 면담의 시간도 가져야 하며, 이 시간 이 나라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도 확인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짬짬이 인터넷 쇼핑도 하면 금상첨화고. 사람은 가끔 딴짓도 해줘야 하는 법이니까. 이 수많은 작업창을 띄워 놓았음에도 86.4cm의 너른 세계는 혼란스럽지 않다. 역시 짐이 많으면 짐을 줄일 게 아니라 큰 집으로 이사하는 게 답이었다!

2. 드라마를 좋아하는 막내의 선택

이 커다란 화면으로 고작 크롬창이나 띄우는 내가 우스웠나보다. 막내 에디터L이 잠깐 비켜보라며 날 밀어낸다. 이런 화면에선 영상물을 봐주는게 예의가 아니겠냐며, 드라마 한 편 감상하자는 게 아닌가. 업무시간에 당당하게 딴짓을 시작하는 에디터L을 지켜보며, 나도 함께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이건 오로지 리뷰를 위해서다.

확실히 화면이 큼직하니 보는 맛이 살아있다. 화질이 뛰어난 건 말할 필요도 없겠지. 특히 나는 가운데 자리를 선점하고 봤는데, 모니터 정면에서 영상을 감상하면 커브드 화면의 장점을 백분 만끽할 수 있다. 일반적인 모니터는 가운데 앉은 시청자의 눈에서 화면 중앙과 가장자리의 거리가 다르다. 하지만 커브드 화면의 경우 중앙과 가장자리의 거리가 거의 같은 수준이 된다. 덕분에 화면 왜곡이 없어 몰입도가 올라가고 눈의 피로도는 낮아진다. 거짓말 같겠지만, 직접 가운데서 보면 안다. 끝내준다. 괜히 힘들게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개발한게 아니었다. 곡률은 3000R. 3000R은 반지름이 3000mm인 원의 휜 정도를 뜻한다.

그렇다고 이 제품이 1인용 모니터라는 건 아니다. 이렇게 큰데 시야각도 좋다. 상하좌우 178도의 시야율을 제공해 자기 의자를 끌고 모니터 근처로 모여든 기어박스 사람들 모두 드라마를 또렷한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훌륭한 농땡이 시간이다.

3. 게임을 좋아하는 남자 기자들의 시간

남자 에디터들의 참견이 시작됐다. 이 드넓은 화면으로 고작 드라마를 보는건 촌스러운 행동이라고 했다. 나는 납득할 수 없었지만, 뭘 하는지 지켜봤다. 그들은 당당히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더라. 갑작스럽게 86.4cm 화면에 현란한 그래픽이 가득찼다. 남자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지루해진 나는 자리를 떴다.

그런데 1시간이 지나고, 2시간이 지나도 그들은 화면 앞을 떠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마감 따윈 잊은 것 같았다. 내 리뷰에 도움이 되는 피드백을 전하기 위해서라나? 본래 집에서 사용하는 모니터보다 색상이나 화질이 선명하고 화려하다는게 2시간 30분 만에 나온 한 마디의 피드백이었다. 실제로 이 모니터는 3000:1 명암비를 제공해 모든 콘텐츠를 또렷하게 즐길 수 있다. 내가 보기엔 이 선명한 화질은 게임보다는 인터넷 쇼핑에 더 알맞은 것 같은데 말이지. 옷의 소재나 디테일을 확인하기에 딱인데.

 

게임에 열광하던 남자 에디터 K가 새로운 기능을 찾았다며 날 불렀다. 어두운 장면을 더 밝고 선명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게임 모드’가 있다면서. 놀랍게도 게임이 바뀌어 있었다. 무슨 게임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자꾸 총을 쏴댄다. K가 일반 모드에서는 어두운 부분의 디테일을 보기 힘든데, 게임 모드에서는 훨씬 실감나는 그래픽을 즐길 수 있다며 비교해 보여준다. 확실히 차이가 나긴 나더라. 처음엔 눈치보느라 사운드를 줄인 채 게임을 하더니, 결국 편집장까지 합세했다. 이젠 스피커 사운드도 빵빵하게 올렸다. 생각보다 소리가 좋다. 따로 스피커를 연결하지 않아도 볼륨이 상당하라. 7W 듀얼 스테레오 스피커가 내장돼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남자들이 오늘 게이밍 야근(?)을 하려는 것 같다. 편집장까지 합세했다. 나는 그냥 먼저 퇴근해 버렸다.

다음날 전해 들은 후기로는 다른 모니터보다 눈의 피로도가 적은 것 같다고 하더라. 이건 ‘플리커 프리’ 모니터의 특징인데,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눈을 피로하게 하는 화면 깜빡임이 없어 장시간 업무에 알맞다. 물론 우리 기어박스 소년들은 업무가 아니라 게임에 써 먹었지만. 참고로 눈을 자극하는 블루라이트를 감소시켜주는 ‘아이 세이버 모드’도 지원한다.

4. 디자이너의 멀티태스킹

마지막 차례는 기어박스 디자이너 N이다. 사실, 대화면 모니터를 쓰기 가장 알맞은 인물이다. 이렇게 명암비가 높은 모니터는 보통 디자인 같은 전문 작업에 쓰이곤 하니까. N의 바람은 소박했다. 한쪽에선 동영상을 보며 다른 한쪽에선 포토샵을 열고 싶다고 했다. 지금 쓰는 모니터는 그렇게 쓰기엔 부족하니까. 본인은 멀티태스킹에 능한 인물이라 동영상을 보며 작업해도 전혀 능률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족을 붙이면서…

5. 두 화면의 기묘한 동거

자, 이번엔 궁금했던 SE790C의 PBP 기능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한 대의 모니터를 두 대처럼 쓰는 기능이다. 실제로 두대만큼 크니까. HDMI 입력단자와 DP 입력단자를 통해 다양한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 노트북이나 일반 데스크톱, 게임기 등 다양하다. 서로 다른 기기를 연결해 화면을 독립적으로 분할 사용할 수 있단 뜻이다. 놀랍다. 그래서 우린 (굳이 그래야할 필요가 없음에도 그냥 궁금해서) 두 개의 기기와 모니터를 연결했다. 그것도 서로 다른 OS로 말이다.

두뇌가 두개가 되는 셈이니 본체의 한계가 없어진다. 각각 메모리를 엄청 잡아먹는 작업을 해도 잘 돌아간다. 왜냐면 화면만 함께 쓰고 있을 뿐 전혀 별개의 기기가 구동되는 중이니까. 두개의 PC를 이용해 완전히 다른 운영체제 두개를 동시에 띄워 놓으니 뭔가 신기하다. 동시 화면 모드로 띄운 또 하나의 PC 화면은 크기나 위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혹, 누군가의 PC화면을 감시(?)하면서 일하고 싶다면 이 방법을 써보자.

6. 갖고 싶다 이 모니터

스탠드가 약간 기묘하게 생겼는데, 기울기 조정과 높낮이 조정이 아주 쉽다.

뒷면에는 디스플레이 포트 1개와 HDMI 포트 2개, USB 3.0을 지원하는 포트 4개가 자리하고 있다. 윈도우, 맥OS 모두 호환되는 것도 특징. 사실 널찍한 작업공간과 선명하고 밝은 화질, 근사한 커브드 곡률의 몰입감 등 장점이 많은 모니터다. 하지만 내게 가장 와닿는 건 모니터를 오랫동안 쳐다봐도 눈이 편안하다는 사실이다. 하루종일 화면만 쳐다봐야 하는 인생인데 눈의 피로를 덜었다는 건 큰 메리트다. 아, 다시 본래의 54.6cm사이즈 모니터로 돌아오니 너무나 답답하다. 창을 두개만 띄워놔도 숨이 막힌다. 오늘 리뷰의 결론은 모니터 바꾸고 싶다는 것…

매일 보는 모니터를 업그레이드하니 업무의 능률이 올라가고, 콘텐츠 감상의 즐거움이 배가 되며, 괜히 부자가 된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커브드 곡률이 주는 몰입감과 쨍하고 아름다운 화질까지. 그리고 앞에선 미처 설명하지 못했는데 의외로 사운드에 강하다. 따로 스피커를 연결하지 않아도 자체 스피커로 듣는 소리의 볼륨이나 입체감이 기대 이상이다. 여러모로 강력한 모니터다. 혹, 좁은 화면에서 비좁은 하루를 보내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강력추천한다. 아마 PC 경험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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