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人間, 참으로 오묘하다.

입력 2015-10-20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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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선 커뮤즈파트너스 대표이사

그리 친하지도 불편하지도 않은 사람끼리 “언제 식사 한번 하자”라는 말은 듣는 이와 말하는 이 사이에 미묘한 ‘교감’ 같은 것을 형성한다. 친밀한 관계가 아님을 서로 알기에 허투루 나온 말이겠거니 하면서도, “언제 할까요?”라며 반가운 척 실없이 반문하곤 한다. 상대방의 배려(?)에 조건반사적으로 마음에도 없는 감사(?)의 대답을 했을 뿐인데, 어찌된 영문인지 듣는 이와 말하는 이 둘 다 허탈하기만 하다. 이런 애매함이 어떤 기전(mechanism)일지 궁금하기까지 하다.

“나를 사랑하고 있는 걸까?” 연애를 해 본 사람이라면 상대의 감정상태를 제대로 알아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 인생 최대의 화두(話頭)가 된다. 때문에 과한 호의를 베풀기도 하고, 뜻하지 않은 화를 내기도 하면서 이성의 심리상태, 즉 자신에 대한 사랑의 정도를 확인하곤 한다. 서로를 오해하거나 일종의 성격 차이라는 이유로 이별할 때도 ‘이별의 시간’이 주는 교훈을 경험하다 보면 상당한 아이러니를 느끼곤 한다. 내가 상대방에게 99%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1%를 감추었을 뿐인데도, 1%의 숨김에 대해 자신을 덜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헤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국 그렇게 짧은 이별을 거쳐 제3자를 통해, 혹은 재회(再會)를 통해 그날의 헤어진 연유를 따지다 보면 정말이지 다른 이유가 아니라, 남자에게는 그 1%의 아끼던 속마음, 여자에게는 감추었던 남자의 1%가 이유가 되고 원인이 된다. 헤어진 후 마음 아파하던 남자는 숨겨놨던 남은 1%의 마음을 다 꺼내 보이지 못해 아쉬워하며, 여자는 남자의 마지막 남은 1%의 속마음까지 갖고 싶은 욕심이 과했음을 후회의 말로 털어놓곤 한다. 생각의 관점은 다를지언정 화두는 서로 같다.

연인이건 친구이건 비즈니스건 사람이 살아가는 관계의 맥락은 거의 다름이 없다. 내가 상대방에 대해 무언의 견제를 할 때 상대방이라고 그 견제의 마음을 모르겠는가? 내가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고 싶은 따뜻함이 있는데, 상대방이라고 이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려고만 들겠는가? ‘이 정도 의심하는지는 모르겠지?’, ‘정말 괜찮은 사람일까?’, ‘이 정도 호의를 베풀었으면 뭔가 돌아와야 하는 거 아냐! 너무하잖아!’ 그 동안의 호의가 마음속 밑바닥부터 우러나온 것처럼 보여줬고, 무언의 견제 또한 상대방은 감쪽같이 모를 거라 생각했기에 밋밋한 피드백(feedback)은 더 충격이 크다.

인간은 자기우월과 자기방어를 동시에 갖고 있다. 공부를 잘하지 못하더라도 일상의 생각과 판단이야말로 상당히 스마트한 축에 낀다고 저마다 생각한다. 생각은 하고 있지만 떠벌리지 않을 뿐이다. 겸손이 최대의 미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우월함을 한 방에 알릴 수 있는 ‘거리’를 찾을 때까지만, 불편하더라도 낮은 자세로 임하는 것이다. 자기방어의 자기만족이다. 지나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자신이 상처를 받을까 염려해 나머지 1%를 끝내 보여주지 못한다. 보여주지 못함을 자신의 탓으로 돌릴 만큼 용기도 없다. 연인과 헤어지고 나서야 본심을 다 보여주지 못함을 한탄하거나, 비즈니스가 무산되었을 때에서야 비로소 지나친 욕심에 저항하는 용기가 없었음을 깨닫는다.

인생사 사람의 관계다. 사람(人間)이 한 문장으로 정의될 수 없는 것처럼 내가 누구를 희롱하고 간 볼 수 있는 능력 또한 가질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진심의 끝자락인 자기방어의 1%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와 확신이 있지 않고서는 그 누구도 나와 똑같은 마음일 것이란 생각을 잊지 말자. 내가 아닌 남도 그리 호락호락한 사람은 없다. 그 누구도 자신이 매번 멍청한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저마다 스마트하고, 저마다 상처받기 싫은 세상에서 사람의 마음을 얻고 사랑을 싹 틔우며 살 수 있는 기저에는 상대방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인간 본연의 믿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나도 남도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그 관계는 1%의 자기방어마저 내려놓아야 비로소 돈독해짐을 명심해야 하겠다. 사십대 중반을 살면서도 그 1%를 내려놓기가 어렵다. 인간, 인생사 참으로 오묘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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