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 톺아보기] 정보위원회, 유일한 ‘국정원 감시자’… “오히려 통제받는다” 비판

입력 2015-08-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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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불법해킹 의혹 등 잇단 논란에도 보안 이유 자료 제출 거부 비일비재

▲국가정보원의 해킹프로그램 의혹과 관련, 국회의 진상조사가 시작된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이병호 국가정보원장(가운데)이 출석한 가운데 의원들이 질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회 정보위원회는 상임위 중에서도 가장 은밀한 곳이다. 국가정보원을 감독하며 기밀을 다루기 때문이다. 회의 대부분은 비공개로 진행되고 소속 의원의 보좌진조차 접근이 제한된다.

국내 기관 중 유일하게 국정원을 통제하지만, 기능은 제한적이다. 국정원에서 여러 불법적인 문제가 불거졌을 때마다 진상조사에 애를 먹었던 것 역시 정보위가 가진 권한의 한계 때문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본지는 최근 불거진 국정원의 불법해킹 의혹으로 세삼 다시 주목받고 있는 정보위에 대해 살펴봤다.

◇ 정보위 탄생 배경과 기능= 정보위의 탄생은 민주화와 궤를 같이 한다. 1990년 집권여당인 민주정의당과 제2야당인 통일민주당, 제3야당인 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 논의 때 김영삼 당시 통일민주당 최고위원이 정보위 설치를 주장했다. 이후 안기부(현 국정원) 수사권의 범위와 보안업무에 대한 조정·감독권 등을 두고 진통을 거듭했고, 결국 13대 국회에서는 정보위 설치가 무산됐다.

그러다 문민정부가 탄생하면서 1993년 정보기관에 대한 외부 통제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안기부 주도로 열렸던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먼저 폐지됐다. 또 안기부법에 직원의 정치관여 행위 금지를 금지했고, 1994년 6월25일 국회법을 개정해 정보위가 탄생했다. 정보기관의 가장 큰 목적은 국가안보지만, 정권의 수월한 통치를 위한 기능도 많았다는 점에서 정보위 설치는 민주화의 산물인 셈이다.

가까스로 정보위가 만들어지긴 했어도 여전히 제대로 된 통제는 이뤄지지 못하는 현실이다. 윤홍중 기자회견 조작사건, 미림팀 불법도청, 최근에 있었던 국정원 댓글사건, 그리고 현재 진행형인 해킹의혹까지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 국정원 감독기관임에도 오히려 통제받는 격= 다른 상임위에서 정부 기관들을 관리·감독하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국정원에 대한 감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다.

작년 국정원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장은 의원들의 자료요청을 보안상의 이유로 여전히 거부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산도 전체규모는 알 수 있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다볼 수 없어 투명한 감시가 안 된다. 정보기관 출신이 정보위에 들어가면 팔이 안으로 굽듯 오히려 국정원 보호에 앞장서는 경우도 있다.

국정원 자체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보니 여당은 국정원에서 문제가 터져 나와도 막는 데 급급하고, 야당이 공세를 펴는 모양새가 이어진다. 입법부의 기능보단 여야 편 가르기가 되는 셈이다. 정보위의 권한을 강화하지 못하는 건 이런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

그 때문에 일각에선 정보위가 오히려 국정원의 통제를 받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보위 회의 자체가 비공개로 진행되고, 그 중 언론에 공개할 내용을 여야가 조율하다보니 국정원의 실태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는다. 국정원은 이런 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이를테면 해킹의혹처럼 국정원이 코너에 몰렸을 때 유리한 정보만 공개하는 식이다. 한편에선 특정 여당 의원을 이용해 필요한 정보를 흘리고, 이를 이슈화함으로써 국면전환을 꾀하기도 한다.

◇ 보안유지와 정보공개, 접점은 없다= 그럼에도 정보위에서 다루는 정보의 보안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숙제다. 정보공개와 보안유지 사이에서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다. 어디까지 정보를 공개하고 어디까지 비공개로 할 것인지는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정원이 수집한 대북정보를 무턱대고 공개했다가는 오히려 북한이 이를 무력화 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게 된다.

하지만 민감하다는 이유로 국가안보와 관계없는 사항까지 비공개로 한다면 국정원은 정권을 위한 ‘비밀조직’이 될 수밖에 없다. 조금 더 양지로 나와 민의의 기관이 돼야 한다는 게 국민의 일반적인 정서다. 차후 국정원 개혁을 논의할 때 이 문제에 대한 정리도 필요해 보인다.

◇ 미국 정보위, 통제권 강하지만 보안유지에 무게= 우리나라 정보위는 12명의 의원으로 구성된다. 활동기간은 2년으로 정해져 있다.

반면 미국은 CIA(중앙정보국) 등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권한이 우리보다 세다. 하원 정보위 위원은 20인 이하로 구성된다. 세출위원회, 군사위원회, 사법위원회, 외교위원회 위원을 최소한 1명씩 포함시키도록 한 게 특징이다. 이는 예산·안보·법리 등 다양한 각도에서 정보기관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상원 정보위는 17명으로 꾸려진다. 30명의 전문위원 및 행정요원이 의원들을 지원하는 시스템이어서 의원들이 활동하기가 우리보다 용이하다.

또한 미국 의회는 의사규칙에서 정보위가 관여할 수 있는 소관 정보기관 정보활동의 범위를 자세히 정해 놨다. 중앙정보국장·국방부장관·국무부장관·연방수사국장 등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들은 연차보고서를 정보위에 제출하도록 돼있다. 1990년부터 미국 정보기관들은 비밀작전 내용을 ‘적절한 시기’에 의회 정보위에 통지하도록 하는 규정도 있다.

예산과 관련해서도 정보위가 실질적인 편성권을 쥐고 있다. 일반적으로 정보기관이 요청한 예산을 최대한 반영하지만, 심의 과정은 꼼꼼하게 진행된다.

독일은 별도의 정보위 없이 하원에 정보기관 통제를 전담하는 의회통제위원회를 두고 있다. 11인으로 구성되는 의회통제위의 위원장은 다수당과 소수당이 1년씩 번갈아 맡는다. 독일은 기본법에서 의회 내에 정보기관에 대한 통제기구를 둘 것을 명시해 의회의 정보기관통제에 헌법적 근거를 부여한 게 특징이다.

아울러 의회통제위는 의회에 활동보고서를 임기 중반과 마지막에 제출하며 이 보고서는 일반에게도 배포한다. 국가기밀사항에 대한 정보 공개는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을 경우 외부에 공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부여된 권한만큼 정보위 소속 의원들의 비밀유지 의무도 세다. 기밀을 유출할 경우 징계부터 최대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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