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아의 라온 우리말터]성범죄 교사, 해임 말고 파면하라

입력 2015-08-10 16:10 수정 2015-08-17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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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인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하여 물리적으로 신체 접촉을 가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행위’. 표준국어대사전에 명시된 ‘성추행’의 정의다. 입에 담기 불편한 말의 의미를 새삼 밝히는 까닭은 최근 엄청난 충격을 안긴 서울시내 공립고교의 교내 성추행, 성희롱 사건 때문이다. 오랜 기간 사건이 은폐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가해자 가운데 교장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다. 남자 교사 6명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피해 여학생과 여교사는 이미 130명을 넘어섰다. 대한민국 교육현장이 이렇게까지 타락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을 정도다.

불가(佛家)에서는 스승과 제자를 1만 겁의 인연이라고 말한다. 1000겁은 한 나라에 태어나고, 6000겁은 하룻밤을 같이 지내고, 부부는 7000겁, 부모와 자식은 8000겁, 형제자매는 9000겁의 인연이 있어야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제의 연은 가족보다도 더 각별한 셈이다. 사건을 바라보는 국민들이 배신감에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의 피해 학생들이 겪었을 스승에 대한 배신감과 정신적 고통을 생각하면 치가 떨린다.

교사 성추행 파문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서울시교육청은 교사 성범죄에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 번이라도 성범죄를 저질러 형이 확정된 교원은 영원히 교단에서 퇴출하고 이름까지 공개한다는 것이다. 또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의 경우 형사사건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곧바로 직위해제할 수 있도록 교육부와의 법령 정비작업에 들어갔다. 지금은 성범죄에 연루된 교원을 최장 90일까지만 직위해제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는 군인, 교원, 공무원이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경우 벌금형만 선고받아도 임용을 제한하고, 퇴직시키는 것으로 관련 법률을 개정한단다. 특히 성범죄를 저지른 적이 있는 자는 교원자격 취득을 제한하고, 교원 자격을 취득했더라도 사후 취소가 가능토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대책이 발표된 후 공무원의 직위해제, 파면, 해임이 어떤 징계인지를 물은 독자들이 있었다. 현행 국가공무원법상 직위해제는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를 불량하게 할 경우, 혹은 기타 사건 등에 연루돼 조사를 받을 시 공무원 신분은 유지시키되, 직위를 부여하지 않고 대기토록 하는 징계다. 인사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어서 징계 효과는 있지만 징계 자체는 아니고 공무원의 신분은 유지되는 것이다. 직위해제 기간 동안은 보수의 일부가 지급된다.

파면은 해직(解職)제도의 일종으로 강제 퇴직시키는 중징계다. 징계를 받은 공무원을 공직에서 내쫓아 버림으로써 공직 내의 질서를 바로잡고 인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공직에서의 축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5년간 공직에 임용될 수 없으며 연금도 전부 혹은 일부를 받지 못한다.

해임 역시 강제로 퇴직시키는 중징계다. 파면과 다른 점은 해임의 경우 3년간 재임용될 수 없고, 연금법상 불이익이 없다. 다만 돈이나 향응을 제공받거나 공금을 횡령한 경우에만 연금이 삭감된다. 즉, 성범죄로 인해 해임 징계를 받았을 땐 연금에 대한 불이익이 없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2009년부터 성범죄로 징계받은 교사 299명 중 연금이 삭감되는 파면 징계를 받은 교사는 고작 37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87%가량인 262명은 해임 처분을 받아 사학연금 전액을 받고 있다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성범죄 연루 교원은 교원자격의 영구 박탈과 더불어 연금 또한 삭감하거나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 스승은 인품으로, 말 한 마디로 제자를 거듭나게 하는 존재가 아닌가. 그런데 지금은 오히려 선생의 행실을 바로잡아야 할 시대라니…. 이래저래 마음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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