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은행 독립 토대’ 세운 김건 전 한은 총재 별세

입력 2015-04-1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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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은행)
중앙은행 독립의 토대를 세운 것으로 평가 받는 김건 전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1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6세.

6공화국 ‘노태우 정부’ 초기에 한은을 이끌었던 고인은 1951년 한은에 들어가 외환관리부장, 조사1부장, 자금부장, 부총재, 은행감독원장 등 요직을 역임한 정통 ‘한은맨’이다. 이후 1983년부터 한국증권거래소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1988년 3월 친정으로 돌아와 4년간 제17대 한은 총재로 일했다.

그는 총재 재임 시절에 한은 독립의 토대를 닦았다. 영문 이름 이니셜인 ‘KK’로 흔히 불린 고인은 중앙은행 독립을 둘러싼 한은법 파동과 금리 자유화 논란의 중심에서 한은의 입장을 적극 주장했다.

고인은 민주화 바람이 불던 1988년 11월 1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정부 여당이나 야당의 한국은행법 개정안은 중앙은행의 독립성과 거리가 있다”고 주장해 파문을 불러왔다.

당시 ‘금융통화운영위원회’(현 금융통화위원회)는 재무부 장관이 의장을 맡고 있었는데 재무부 장관이 직접 회의에 참석하진 않았지만, 금통위는 정부와의 사전 조율에 따라 재할인율 결정 등의 주요 안건을 결정했었다.

한은 출신의 총재로서 ‘독립성 제고’라는 직원들의 열망을 잘 알고 있었던 고인이 총대를 메고 한은 독립운동의 첫 발걸음을 내디뎠던 셈이다.

이후 한은 직원들은 총재의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뒤 ‘중앙은행 중립성보장추진위원회’를 결성, 전국 15개 도시에서 100만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1988년 11월 시작된 서명운동은 1989년 1월까지 2개월 만에 서명자 수가 100만명을 돌파하는 등 뜨거운 열기를 분출했다.

당시 한은에 재직하며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김학렬 연세대 특임교수는 “당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한은의 독립을 외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김 전 총재는 직원들의 서명운동을 암묵적으로 지원해줬다”고 회상했다.

김 전 총재의 의견 표명과 한은 직원들이 움직임은 추후 1997년 말 한은법 개정을 위한 기반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1950년 한은 설립 이후 한은법이 개정돼 한은 총재의 임기와 독립성이 보장되기 시작한 1997년까지 4년의 임기를 채운 총재는 김유택(1951∼56), 김세련(1963∼67), 김성환(1970∼78), 김건 등 4명에 불과하다.

고인은 총재 퇴임 직후 1992년 6월부터 3년간 금통위원으로도 활동했다.

그는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인 나혜석 씨의 막내아들로 1929년 6월 부산에서 태어났다. 대전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미국 하딘시몬스대 대학원의 경제학과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기도 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광일 씨와 아들 재민(동의대 교수), 성민(KAIST 경영대 교수), 황민(연세대 원주의대 교수)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 발인은 21일이다. 장지는 천안공원. 02-3410-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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