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다시 시작된 ‘재계 잔혹사’

입력 2015-03-20 10:59 수정 2015-03-20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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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산업부 차장

기업 사정 한파가 다시 몰아치고 있다. 2013년 CJ그룹 사건 이후 2년 만에 벌어진 본격적인 기업 수사다.

다시 시작된 재계 잔혹사에 대기업들은 “소나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정으로 정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의 부정부패 척결 선언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의 ‘비리 덩어리’ 발언으로 수사에 속도를 붙인 검찰의 모습에 기업들은 가시방석이다.

재계가 당혹스러워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 처음 나온 비리가 아니라 과거 첩보로 진행돼온 내사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소용돌이의 ‘방아쇠’인 포스코의 경우 본지가 지난 2012년 10월 ‘이상한 인수·합병(M&A)’ 기사에서 지목한 성진지오텍이 핵심 수사 선상에 올라있다. 당시 포스코 측은 성진지오텍 인수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지만, 결국 검찰의 행보는 본지의 취재 결과와 같은 궤적을 그리고 있다.

재계에선 이번 기업 사정 칼날의 끝이 전 정권 실세들을 향하고 있다는 관측이 많다. 포스코건설에서 시작한 검찰의 수사망은 포스코그룹은 물론 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 특히 포스코 계열사의 비리가 이명박 정부의 최대 국정 과제였던 자원 외교, 4대강 사업으로 연결되면서 각종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경영진이 줄줄이 소환 대상으로 거명되고, 계열사와 협력사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예사롭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포스코에서 시작된 기업 사정은 재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총수 일가를 정조준하고 있어 극도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현재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곳만 해도 동부, 동아원, 신세계, SK건설, 동국제강 등 6~7개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검찰이 오너 리스크를 겪고 있는 일부 그룹을 대상으로 또 다른 내사 자료를 확보하고 있다는 얘기도 돌고 있다.

동부는 검찰이 2년 동안 묵혀둔 김준기 회장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다시 들춰보고 있다. 검찰은 김 회장이 계열사들로부터 횡령한 수백억원의 자금이 두 자녀에게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도 작년 11월부터 거론된 이명희 회장, 정용진 부회장의 비자금 의혹이 다시 불거져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일가도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장 회장 일가의 역외탈세 등 경영비리 의심 건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3남 재만씨의 장인인 이희상 회장이 대표이사로 있는 동아원도 주가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

‘사정 정국’ 현실화에 재계는 매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경제 회복 ‘골든타임’을 이유로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던 정부가 검찰의 힘을 빌려 길들이기를 하는 모양새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검찰의 동시다발적인 행보는 어디라도 타깃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잘못된 부분은 바로잡는 게 옳다. 그러나 이번 검찰 수사가 과거 정권처럼 집권 3년차 레임덕을 차단하고, 국면 전환을 위한 이벤트성 기획 수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기업 비리 수사치고는 너무 요란하다. 경제 사정이 가뜩이나 안 좋은 상황에서 전방위적인 접근보다는 환부만 신속하게 도려내는 방식이 맞다. 이대로 가다간 이번 정권이 국민과 약속한 경제활성화를 제대로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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