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일정 근무 일수 채워야 주는 상여금은 통상임금 아니다" (종합)

입력 2015-01-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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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통상임금 소송, 사실상 근로자 패소한 이유는

'5조원대 통상임금 소송'으로 재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현대차 근로자들의 임금청구소송 1심이 사실상 근로자 측의 패소로 마무리됐다.

이번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상여금의 '고정성'이 인정되느냐였다. 대법원은 2013년 통상임금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리면서 통상임금 요건 중 하나로 '고정성'을 제시했다. 임금의 고정성이란 특정 조건을 걸지 않고 성과나 퇴직여부에 관계없이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상여금 고정성' 인정되지 않아=이번 사건에서 현대차는 상여금을 지급하기 위한 조건으로 '두달을 기준으로 15일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내용의 세칙을 정했다. 근로자 측은 이 세칙이 무효이지만, 유효하다고 해도 세칙이 상여금의 고정성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두달을 기준으로 15일 이상 근무하지 않을 근로자가 거의 없으므로, 사실상 상여금이 특별한 조건없이 지급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2부(재판장 마용주 부장판사)는 16일 현대차 노조 조합원 윤모씨 등 23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날 "상여금 지급제한 세칙은 유효하며, 이러한 세칙에 따라 상여금이 지급됐으므로 고정성을 결여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상여금은 소정근로 제공 외에 일정 근무일수 충족이라는 추가적이고 불확실한 조건을 성취해야 하므로 고정성 인정되지 않는다"며 "원고 측 주장대로 이 조건이 실질적으로 어렵지 않게 충족된다고 하더라도 통상임금이 갖는 사전적·추상적 성격을 감안하면 달리 볼수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서비스 근로자 중 정비직들만 추가임금 받아=이 판결대로라면 현대차는 구 현대차서비스 소속 근로자 중 정비직 2명에 대해만 400여만원의 추가임금을 지급하게 된다.

현대차는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 현대차서비스를 흡수합병했다. 현대차와 현대정공의 상여금 시행세칙에는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금 지급 제외' 규정이 있지만, 현대차서비스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는 취지다.

이번 사건에서 현대차를 상대로 ‘상여금과 휴가비 등 6개 항목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며 소송을 낸 근로자는 23명뿐이지만, 현대차 노사는 이번 소송의 결과에 따라 나머지 근로자들의 임금도 재산정하기로 합의했다.

따라서 추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노조 회원은 구 현대차서비스 소속 근로자 6000여명 중 일부인 정비직 근로자에 한정된다. 당초 근로자 측이 전부 승소할 경우 판결 효력이 미치는 노조원은 5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었다. 서울지역의 한 판사는 "사실상 회사측이 승소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재계에 유리한 판결로 해석 가능=이번 판결은 재계에 유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상 대부분의 근로자가 성취가능한 조건을 달았어도 '차등 지급되는 임금'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에서도 정상적으로 일을 하고 있는 근로자라면 누구나 2달간 15일 이상 출근이 가능하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도 '조건'이 성취돼야 지급되는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소송에 참가했던 김기덕 변호사는 "재판부가 '고정성 요건'을 실질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형식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기업 측이 상여금을 지급하면서 이번 사건 같은 조건을 달아버린다면 사실상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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