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초 김대리가 아침마다 '편의점 순례'하는 까닭은

입력 2014-11-04 06:35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한 갑만 더 파세요. 우리 동네에서는 세 갑씩은 판다니까요."

지난 3일 오전 서울 마포구의 한 편의점에서 인근 회사에 다니는 김모(32)씨가 종업원과 때아닌 '승강이'를 벌이고 있었다.

김씨가 담배 네 갑을 달라고 했지만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1인당 2갑씩만 팔라는 점주 지침을 어길 수 없다고 판매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 편의점 계산대 옆에는 '담배 가격 인상 관련 담배 구매량 급증으로 판매량이 제한되오니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김씨는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우기 때문에 업무 중 왔다갔다하기가 불편해 출근할 때마다 한 번에 4∼5갑씩 산다"며 "그런데 요즘 편의점마다 한두 갑씩밖에 안 팔아서 지하철, 회사 근처 등에 있는 편의점 여러 군데를 들른다"고 말했다.

4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내년 초 담뱃값 인상이 가시화한 뒤 정부가 매점·매석 행위 단속에 나서면서 소매점에서는 판매량을 자체적으로 조절하는 추세다. 판매점을 돌며 담배를 한두 갑씩 사모으는 '개미족'까지 등장했다.

정부는 9월 담뱃값 인상안 발표 후 담배 판매량 급증과 품귀현상이 예상됨에 따라 '매점·매석 행위에 대한 고시'를 2015년 1월 1일까지 시행하기로 했다.

제조·수입판매업자의 경우 올해 1∼8월까지 월평균 반출량(3억5천900만갑)의 104%(3억7천300만갑)를 초과하면 고시 위반이 된다. 도매업자와 소매인도 올해 1∼8월까지의 월평균 매입량의 104%를 초과하면 고시 위반에 해당된다.

이렇다 보니 한 번에 보루(10갑)로 사려는 애연가들도 부쩍 늘었다.

이날 종로구의 한 거리 담배 가판대에서 담배 1보루(10갑)를 구매한 명모(65)씨는 "한 번에 1보루를 사려고 나왔는데, 편의점 다섯 군데에서 거절당하는 바람에 이곳에서는 보루로 판다고 해 왔다"며 "장사를 하는 처지에서는 손님에게 판매하는 것이 당연한데 번번이 구매를 거절당해 기분이 좋지 않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하지만 소매점주들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서대문구의 한 편의점 점주는 "우리 점포는 한 달에 본사에서 공급되는 담배 물량이 70보루밖에 되지 않는다"며 "담뱃값이 오른다는 뉴스를 보고 한 번에 여러 보루를 사려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지만, 한 번에 다 팔아버리면 영업에 지장이 있어 대부분 점포에서 보루 판매를 자체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편의점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한 대형 유통 전문업체 관계자는 "예전에는 점포에서 주문하는 대로 담배 물량을 내줬지만, 정부에서 매점매석을 단속한다고 발표한 이후 물량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점주들 입장에서는 담배 한 갑 사러 왔다가 음료수 등 다른 제품 하나 더 사는 것이 매출에 큰 이득이다 보니 각자 자체적으로 판매량을 제한하는 것까지 본사에서 막을 명분은 없다"고 설명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시간 벌고 보자” 해외부동산 펀드 잇단 만기 연장 [당신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 안녕하십니까]①
  • 中 흑연 규제 유예…K배터리, 자립 속도
  • 고환율에도 한국 안 떠나는 외국인
  • 중국판 밸류업 훈풍에 홍콩 ETF ‘고공행진’
  • “배당 챔피언은 배신 안 해”…서학개미, 공포 속 스타벅스 ‘줍줍’
  • 60% 쪼그라든 CFD…공매도 재개 여부 '촉각'
  • LH, 청년 주택 ‘3만 가구’ 공급 팔 걷어붙였다…청년주택추진단 '신설'
  • '굿바이' 음바페 "올 여름 PSG 떠난다…새로운 도전 필요한 시점"
  • 오늘의 상승종목

  • 05.1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6,301,000
    • +0.42%
    • 이더리움
    • 4,127,000
    • +0.29%
    • 비트코인 캐시
    • 610,500
    • +0.74%
    • 리플
    • 711
    • -0.28%
    • 솔라나
    • 204,000
    • -0.34%
    • 에이다
    • 621
    • -0.48%
    • 이오스
    • 1,110
    • -0.09%
    • 트론
    • 178
    • +0.56%
    • 스텔라루멘
    • 149
    • -0.67%
    • 비트코인에스브이
    • 87,800
    • +0.4%
    • 체인링크
    • 19,030
    • +0.16%
    • 샌드박스
    • 596
    • -0.83%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