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양적완화 종료…자본유출 가능성 적다지만 韓 실물경제 ‘먹구름’

입력 2014-10-30 12:13 수정 2014-10-30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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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는 미국의 양적완화(QE)정책 종료 선언이 한국 경제에 미칠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양적완화 종료는 그동안 테이퍼링(tapering·자산매입 축소) 프로그램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진 데다 충분히 예상된 조치인 만큼 국내 외환·금융시장 주는 충격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 정부와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또 미국이 QE를 종료하더라도 ‘상당기간’ 제로 수준의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힌 만큼 급격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한국이 높은 외환보유고, 31개월째 흑자행진 등 견고한 경제체질이라 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미국이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유동성이 축소돼 국제금리가 오르고 소비와 기업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금리인상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달러화의 변동성이 확대돼 엔저 현상이 심화되면서 국내 실물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더욱 문제는 미국의 금리 인상 조치가 뒤따를 경우 우리나라의 금리도 오를 수밖에 없어 물가상승, 가계부채와 이자 부담 확대로 한국 경제에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 양적완화 종료, 다음 수순은 금리인상 =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29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양적완화를 이달 안에 종료키로 결정했다. 전세계의 관심이 모였던 금리인상 시점에 대해서는 정책금리를 제로 수준(0∼0.25%)으로 운용하는 초저금리 기조를‘상당기간’이어나가겠다면서 연준의 조기금리 인상 우려를 일축했다.

FRB는 2008년 리먼 사태 후 극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대로 낮췄고, 금리를 더 낮출 수 없게 된 FRB는달러화를 찍어내 금융기관을 통해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렇게 뿌려진 돈으로 미국 경제 성장 흐름이 확고해졌다는 판단에 따라 현재의 3차 양적완화(QE) 프로그램의 종료를 선언하고 다음 달부터 미국 국채와 주택담보부 채권 매입을 중단키로 했다. 과도한 유동성은 인플레이션, 자산 버블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돈풀기를 중단해 비정상적인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려놓겠다는 출구전략인 셈이다.

양적완화 종료는 정책 금리 인상의 신호탄이다. 상당기간 ‘제로’ 상태로 유지될 미국의 금리가 언제쯤 인상될지는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지만, 국제금융시장에서는 그 시점이 일러야 내년 하반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인상 시점을 정확히 못박을 수는 없지만 미국이 예상보다 빨리 금리를 올린다면 미국 경제회복이 더 빨라진다는 의미가 되며, 이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국 경제에 악재임은 분명하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우리의 금리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져 물가가 오르고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진다. 이미 1000조원이 넘는 가계부채 뇌관에 쓸 수 있는 돈마저 줄어 소비가 위축되고 부동산 시장 급락해 내수 경기불황이 계속되는 악순환을 야기할 수 있다. 국내 취약요인으로 지목되는 위험요인들에 대한 대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단기적 금융시장 변동성ㆍ불확실성 확대에 실물경제 타격 우려 = 미국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방향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 심리를 다소 완화시켜줄 것으로 보이지만,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 금융시장은 이번 양적완화가 장기간 예고돼온 사안임에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미국의 국채 금리는 상승세를 타고 달러화는 강세를 띠었으며 신흥국 펀드 자금은 지난 9월 중반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작년 5월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양적완화 종료할 시점이 됐다고 말한 뒤 브라질(-16.7%), 필리핀(-16.3%), 러시아(-14.5%) 등에 다른 신흥국에 비해는 충격이 적었지만 한달간 우리나라 주가는 8.6%나 하락했다.

당장 미국 금리가 인상되지 않더라도 양적완화 종료 선언만으로 신흥국에서는 취약한 부문에는 미리 충격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QE 종료후 국제금융시장 영향 사전 점검’ 보고서에서 “신흥국은 전반적인 매력도가 하락하면서 일정수준의 증권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있으며, 금리인상 전이라도 그간 QE 수혜를 많이 입은 신흥국들, 특히 과다부채 국가, 원자재 수출 국가 등 자금 이탈에 민감한 신흥국들의 불안이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특히 미국의 경기부양책이 사라질 경우 내수 시장 위축으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에서 소비가 줄어들면 대미 수출이 둔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구조 및 금융시장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감안할 때 美 QE 중단 이후 예상되는 국제자금흐름과 국제금융시장의 빠른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미국의 돈풀기 중단으로 우리나라 외환시장으로 유입됐던 자금이 빠져나가는 자금유출 가능성과 이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도 감수해야 한다. 박유나 동부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고용, 물가 등 미국 경제의 중요한 지표가 발표될 때마다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내외 금리차가 줄어들고 환율에 대한 시장 예상이 원화 약세 쪽으로 바뀐다면 분명히 자본유출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여러차례 경고한 바 있다.

양적 완화 종료 이후 달러화 변동성 확대로 엔화 약세가 심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정근 교수는 “미국의 QE 종료에도 일본과 유럽이 완화적인 정책을 펴면서 달러화 강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원·엔 환율의 추가 하락으로 한국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은 차별화”…정부, 시장영향 제한적 = 정부는 이번 연준의 발표 내용은 대체로 “예상된 수준”이었다며 양적완화 축소 선언에 따른 당장의 금융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국제금융센터 등 당국은 3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번 FOMC 결정은 이미 시장이 예상하고 있었던 조치이고 미국 경기가 회복세를 유지하는 사실도 확인하고 있는 만큼 이번 회의 결과가 국내 외환·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많은 전문가들도 미국 출구전략이 예정된 절차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완만하게 경제가 회복되고 있고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는 한국에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월말 현재 외환보유고가 3644억1000만달러에 이르고 경상수지 31개월째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등 다른 신흥국과 달리 기초 체력이 탄탄하기 때문에 미국 출구전략에 따른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당국은 “향후 금리 인상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미국의 주요 지표 변화에 따라 금리 인상 시기 등을 둘러싼 국제금융시장의 양방향 변동성이 심화할 수 있고, 주요국 통화정책 차별화도 주요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외환당국은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에 따른 양방향 변동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가 일부 취약 신흥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점검할 계획이다.

국제금융센터도 보고서에서 미국 출구전략 본격화에 따른 대외 환경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국내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들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과거 주요 선진국이 통화긴축으로 선회하는 경우 신흥국 불안 등 다양한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 대외 불안요인에 더해 국내 취약요인으로 자주 지목되는 가계부채, 부동산, 단기외채 등 ‘대내 위험요인’에 대한 해외 시각마저 악화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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