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아의 소곤소곤]인기 투표로 전락한 베스트애널리스트

입력 2014-02-18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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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잘 하는 일이지만 너무 잘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화가 되는 경우가 있다.

중국 송 나라에 사는 한 농부는 자신의 벼가 다른 사람의 벼보다 덜 자란 것이 안타까워 궁리 끝에 벼의 순을 조금씩 뽑아 더 자란 것처럼 만들었다. 하지만 이튿날 벼는 하얗게 말라 죽고 말았다. 맹자(孟子) 공손추(公孫丑)에 나오는 ‘발묘조장(拔苗助長)’에 대한 고사이다. 이는 급히 서두르면 일이 성사되기 어렵고, 작은 것에 매달리다 보면 큰 일을 이루지 못한다는 얘기다.

최근 금융당국이 실적 부진 정보를 사전에 일부 애널리스트들에게 알린 CJ E&M 관계자와 애널리스트, 운용사들을 상대로 고강도 제제에 나설 것을 시사하자 업계내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CJ E&M 미공개 정보유출 사건’은 작년 10월 CJ E&M IR담당자가 실적이 안 좋을 것이란 사실을 일부 미디어 담당 애널리스트들에게 귀띔해주면서 불거졌다. 이를 안 애널리스트들이 자신이 관리 하는 기관투자가들에게 정보를 흘렸고, 기관투자가들은 CJ E&M 주식을 160만주 규모를 팔아치웠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집착한 리서치 문화가 만들어낸 참담한 결과라고 꼬집고 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란, 일부 언론사들이 1년에 한 차례 운용사 등 바이사이드 축을 담당하는 기관투자자들에게 투표권을 주고 각 섹터별로 가장 우수한 애널리스트를 뽑는 행사다. 90년대 말부터 자리잡은 베스트애널리스트 행사는 현재 국내 애널리스트들의 몸 값을 좌지우지 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당초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고 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애널리스트의 본연의 임무가 점점 베스트애널리스트 선정에 집착한 과당 경쟁으로 퇴색중이라는 지적이다.

A증권사의 한 리서치센터장은 “애널리스트는 본래 기업의 펀더멘털을 분석하고 순가치를 산정해 투자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주 업무인데, 베스트애널리스트가 자리 잡은 지 20년이 지나면서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며 “애널리스트들이 자신에게 표를 주는 기관, 매니저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기업 정보 분석 대신 사전 정보 제공이나 접대 등 마케팅 등 타성에 젖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증권사 자체적으로도 리서치센터의 몸 값과 등급을 베스트애널리스트 폴 결과로 평가하는 일이 빈번하다. 애널리스트뿐만 아닌 증권사들 역시 베스트애널리스트에만 집착하다보니 애널리스트들은 당연히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번 CJ E&M사건에 연루된 업계 유명 베스트애널리스트들도 자신들이 관리하는 기관들을 상대로 실적 정보를 유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 다른 리서치센터장 역시 “이미 10년전부터 리서치센터 내부적으론 베스트애널리스트 행사가 대한민국 리서치를 망친 주범이라는 소리마저 회자되고 있다”며 “진짜 시장과 투자자가 원하는 베스트애널리스트를 가리기 위해선 오히려 기관들의 표심보다는 객관적인 가이드라인을 정해 공적 기관이 시상하는 방법을 만드는 방안이 논의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베스트애널리스트들과 증권업계에서는 금융당국과 합수단에서 그동안 관행을 너무 확대해석 한다고 토로한다.

그러나 이제라도 잘못된 관행이라면 과감히 틀을 깨는 의지와 신념이 필요하다. 주식 시장을 떠나가는 개미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애널리스트들도 부당한 관행 보다는 합리적인 분석력을 키워야 하고, 증권사들도 베스트애널리스트에만 집착하는 관행을 곱씹어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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