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美대선 시나리오별 대비책 세워야

입력 2024-02-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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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우선주의’ 무역전쟁 우려 고조
누가돼도 미·중 양자택일 압력직면
수출·공급망 다변화 노력 지속해야

미국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되었다. 현재 상황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가 돼 11월 5일 바이든 현 대통령과 리턴매치를 치를 것이 확실해 보인다.

최근 미국 내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우위로 나오자 세계 각국은 바짝 긴장하면서 대비책을 세우느라 바쁜 것 같다. 대미 의존도가 특히 큰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누가 당선될지 예단할 수 없는 현재로선 예상되는 시나리오별로, 그리고 세계경제 영향까지 포함해서 대비책을 세우는 게 정답일 것이다.

가장 우려되는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승리할 경우이다. 트럼프는 ‘아젠다 47’이라는 웹사이트를 통해 대선 공약을 제시하고 있는데, 경제공약의 핵심철학은 ‘미국 우선주의’로의 복귀다. 그는 과거 집권1기 정책이 제조업 활성화, 물가안정, 고용 확대 등의 성과를 냈다고 주장하며 재집권하면 자국중심 무역·통상정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보편적 기본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도입해 전 세계로부터의 모든 수입품에 일률적으로 10% 관세율을 적용하되, △대미 무역흑자가 큰 국가, △환율조작 국가, △불공정 무역관행 국가에 대해서는 추가로 징벌적 세율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상호무역법’(Reciprocal Trade Act)을 제정해 미국-외국 간 관세율 차이를 없애겠다고 한다.

대중국 의존을 완전 종식시킨다는 공약도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정상적 무역관계 지위를 박탈해 60% 이상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또 중국의 미국 내 기간산업 및 핵심기술 투자를 금지하고, 대중 아웃소싱 기업의 정부조달시장 참여를 금지하겠다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국들과 맺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가 ‘미국 이익을 침탈’하는 것으로 봐서 취임 즉시 폐기하겠다고 한다. 이 외에도 경제 분야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재생에너지 보조금 철폐 및 값싼 화석에너지 제공, △파리협정 재탈퇴, △자원개발 규제 제거, △모듈형 원자로(SMR) 투자 확대 등의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 공약이 시행될 경우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미국과의 경제교류에 미칠 영향이다. 트럼프 1기엔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가 커서 한미 FTA가 개정되고, 태양광패널 세탁기 철강 알루미늄 등에 고율관세가 부과되었다. 그런데 작년에 대미 무역흑자가 사상 최대(444억 달러)로 커져 다시 어떤 형태로든 통상압력을 받을 우려가 크다. 또 IRA가 폐지되면 이를 믿고 막대한 돈을 미국에 투자한 우리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의 경영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도 있다.

둘째는 세계경제에의 부정적 영향을 통한 간접 피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 정책이 세계 무역전쟁의 촉발 등 글로벌 경제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글로벌 경제·무역 환경이 악화되면 우리 경제의 피해는 분명하다. 게다가 공급망을 둘러싼 미·중 갈등이 심화되면서 우리가 양자택일 상황에 더 내몰릴 수도 있다.

다른 시나리오로, 바이든이 재선될 경우엔 기본정책 변경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그러나 전혀 변화가 없다고 단정해선 안 된다. 최근 이민문제에 대한 입장 변화처럼 미국인들이 불만을 가진 사안에 대한 정책변화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도 소홀해서는 안 된다.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우리는 한 시나리오만을 대비해선 안 된다. 미 대선이 9개월여 남은 현 시점에서 정부와 기업 모두 예상 시나리오와 외국 사례를 참고해 치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또한 미 대선과 별도로 수출시장 및 공급망을 특정국가에 치우치지 않게 다변화하는 노력도 결코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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