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크래커] 그들은 왜 '지하철 시위'에 나서나...우리 사회 ‘장애인 이동권’ 현 주소는

입력 2022-02-14 17:46 수정 2022-02-14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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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기획재정부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에 대한 입장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장애인 권리 예산 확보 요구 시위에 출근길 지하철 운행이 또 한 번 지연됐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져 온 출근길 지하철 시위가 설 연휴 이후 매일 이어지자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는 상황이다.

그러나 시위를 주도한 장애인 단체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온건한 방식의 시위로는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애인 이동권을 두고 시민 간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장애인 이동권 시위...시민들은 “글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3일 지하철에 탑승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장연은 이날 오전 7시 30분경부터 서울 지하철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휠체어를 지하철 출입문 사이에 끼우는 방식으로 시위를 진행했다. 이로 인해 10분가량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전장연은 시위를 통해 장애인 이동권·교육권·탈시설 권리를 위한 예산 공약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동권 관련 예산 보장 시위를 벌여온 이들은 설 연휴 이후로는 3·4일, 7~11일 등 매일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시위를 보는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장애인 이동권 증진’이라는 목적에는 공감하지만, 그 수단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0대 직장인 A씨는 “장애인 문제 관련 인식이 미비해서 시민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지하철 시위를 감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몇 차례 지하철 시위를 해서 시민들에게 각인은 한 것 같은데, 계속 이어지면 시민들의 반응이 더욱 차가워질 것 같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지지부진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

▲저상버스에서 내리는 장애인. (뉴시스)
▲저상버스에서 내리는 장애인. (뉴시스)

마냥 장애인 단체만을 비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001년 오이도역에서 첫 휠체어 리프트 사망 사고가 발생한 뒤에도 단체 측이 요구하는 ‘장애인 이동권’ 등이 20년 넘게 보장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에게 대중교통은 ‘그림의 떡’이다. 대중교통은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장애인에게는 위험과 불편을 감수하고 타거나, 아예 탈 수 없는 대상이다. 전장연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한 해 5건 이상의 휠체어 리프트 사망·부상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서울교통공사 관할의 275개 역 중 21곳은 여전히 ‘1역 1동선(장애인, 고령자 등 교통약자가 도움 없이 혼자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는 동선)’이 확보되지 않았다.

저상버스 도입도 지지부진하다. 2020년 기준 전국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약 28%에 그친다. 장애인들은 버스 10대 중 7대를 그냥 보내야만 하는 것이다. 지역별로 도입률도 다르다. 지난해 서울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약 60% 수준이었지만, 제주 32%, 부산 26%, 울산 12% 등 지역별로 도입률은 천차만별이었다.

저상버스 의무화 이끈 미국 장애인 시위... 단체 측 “정부가 나서 해결 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장애인 단체는 이처럼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기에 시위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난해 서울교통공사가 운행 지연에 대해 전장연 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거나 시민들의 싸늘한 반응을 마주하는 등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시위는 이어지고 있다.

사실 장애인 이동권을 요구하며 대중교통을 방해하는 시위는 미국에도 있었다. 1980년대 미국의 휠체어 워리어(휠체어 전사)들은 ‘위 윌 라이드(We will ride. 우리는 탈 것이다)’를 외치며 끊임없이 버스를 막아섰다. 그 결과 미국은 1990년 미국장애인법(ADA)을 제정하며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했다. 장애인 단체의 시위에 국가가 응답한 것이다.

장애인 단체 측도 이러한 방식의 시위로 인해 시민들이 겪는 불편을 이해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민들의 불편을 유발하려 하기보다는 장애인이 실제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겪는 일을 보여주고자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한다.

변재원 전장연 정책국장은 “시민분들이 화내시는 부분도 이해하고 죄송하다. 그러나 이런 시위 방법을 택한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는 ‘출근길 지하철에 휠체어가 타려고 했다’가 그 대답의 전부다”라며 “모두가 불편함을 겪는 상황을 벗어나 정부와 국가가 나서서 장애인·비장애인이 포용적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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