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가상화폐 거래소와 독 안에 든 쥐

입력 2021-05-2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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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근 금융부 기자

독안에 든 쥐는 고양이를 문다. 궁지에 몰리면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기 마련이다. 예상 밖의 행동은 리스크를 수반한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퇴로를 마련해 주지 않고 몰아붙이면 큰 반발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최근 가상화폐 거래소를 두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가상화폐를 인정할 수 없는 화폐라며 제도권 편입에 난색을 보인 지 벌써 한 달째다. 미국과 중국 등이 잇달아 가상화폐 규제조치를 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시행 중인 특정금융정보법 유예기간이 9월 종료되면 거래소의 무더기 폐쇄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똥은 은 위원장에게 튀었다.

은 위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0만 명이 넘게 동의했다. 2030세대의 분노는 은 위원장과 기성세대를 겨누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공정’이다. 부동산 투기로 부를 축적한 4050 세대들이 가상화폐를 투기라고 매도하는 건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2030엔 기회조차 오지 못하게 각종 규제를 쏟아내는 것도 분노를 키우고 있다.

문제는 가상화폐 거래소 존폐의 키를 쥔 은행들도 금융당국의 뜻을 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KB와 하나·우리금융지주는 자금세탁 등 범죄연루 위험부담을 고려해 가상화폐 거래소와 실명계좌 발급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9월까지 고객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집단 폐쇄가 불가피하다. 집단 폐쇄가 현실화되면 투자자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

얼마 전 금융위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근 열린 전 직원 워크숍에서 직원들은 지난 4년간 추진한 정책의 성과와 향후 과제를 점검하는 자리에서 “암호화폐 관련 젊은 투자자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선제적으로 시장 규율에 나서지 못한 점이 아쉽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가상화폐 열풍을 단순히 투기로 보는 이분법적 태도 대신 기회의 총량이 줄어들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2030세대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길 바란다. 입체적 고민이 있을 때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궁지에서 빼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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