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는 ‘나스닥 고래’의 일각…꾼들 놀이터 된 옵션시장

입력 2020-09-09 14:27 수정 2020-09-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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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투자자들, 나스닥 랠리에 참여하고자 파생상품 거래 뛰어들어…“주가 폭락 계속되면 최소 10억 달러 이상 손실”

▲마이크로소프트(MS) 최근 1개월간 주가 추이. 8일(현지시간) 종가 202.66달러. 출처 마켓워치
▲마이크로소프트(MS) 최근 1개월간 주가 추이. 8일(현지시간) 종가 202.66달러. 출처 마켓워치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최근 미국 기술주를 대상으로 콜옵션 거래를 주도해 시장 혼란을 초래하는 큰손인 ‘나스닥 고래’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손정의 회장은 빙산의 일각이며 최근 거대 기관투자자들이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지수 랠리에 참여하고자 파생상품 거래에 뛰어들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RBC캐피털마켓의 에이미 우 실버맨 투자전략가는 “소수 기술기업을 대상으로 옵션시장에서 포착된 강세 베팅은 무려 10억 달러(약 1조1900억 원) 이상의 거액이 투입되는 등 대형 기관투자자가 개입한 거래라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레이드얼럿의 헨리 슈워츠 사장은 “지난달 한 달간 콜옵션 프리미엄에 들어간 자금이 약 14억 달러에 달했다”고 추산했다. 프리미엄은 콜옵션을 사기 위한 최소한의 수수료 성격이어서 실제 강세장에 베팅한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RBC와 트레이드얼럿 모두 지난달 5일 마이크로소프트(MS)와 페이스북, 어도비, 세일즈포스닷컴을 대상으로 한 옵션거래에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해당 거래 모두 주가 상승에서 이익을 얻는 콜옵션이었다.

예를 들어, 당시 MS의 11월 만기 콜옵션 거래는 주가가 만기 시점에서 220~240달러를 기록할 때 이익을 얻는 구조다. 이 콜옵션은 지금도 매입할 수 있는데, 프리미엄은 지난달 5일 거래 시작 당시의 주당 6.75달러에서 현재 약 7달러로 올랐다. MS 주가는 해당 콜옵션 개시 당시 약 213달러였지만, 이날 전 거래일 대비 5.4% 급락하며 202.66달러에 마감했다.

최근 뉴욕증시가 롤러코스터처럼 천당에서 지옥으로 순식간에 추락하면서 시장 변동성을 극대화하는 옵션거래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소프트뱅크는 미국 기술주 강세에 상당한 베팅을 했다는 소식이 최근 뒤늦게 전해지면서 7일 주가가 7.2% 폭락했다. 이는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당시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 폭이었다.

그러나 옵션시장에서의 움직임은 콜옵션에 뛰어든 기관투자자가 소프트뱅크만이 아니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실버맨 투자전략가는 “8월 초 콜옵션 거래 배후에 누가 있든지 간에 이들은 최근 뉴욕증시 폭락에도 여전히 장부상 이익을 얻고 있다”며 “그러나 만기일에 가격이 회복되지 않으면 결국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용어설명 : 콜옵션(Call Option)

주식과 외환, 채권 등 특정 자산을 미리 정한 가격으로 미래 특정 시점에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자산이 미래에 오를 것으로 예상한 투자자들이 콜옵션을 매입한다. 만일 약정 시점에 해당 자산이 오르면 이를 매입한 업체는 콜옵션을 행사해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반대로 떨어지면 콜옵션을 매입한 업체는 권리를 행사하지만 않으면 된다. 대신 콜옵션 매도 업체에 지급했던 일종의 옵션 구입 수수료(프리미엄)는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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