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선영의 異見] 믿음과 우려 사이

입력 2020-01-16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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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자년 새해가 시작된 지 보름만에 벌써 두 번째 경고가 나왔다. 지난 7일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에는 '더 강력한 대책', '가격 원상 회복' 등 구체적 행동 지침까지 언급했다.

시장에서는 문 대통령의 발언을 하나하나 분석하며 정부가 내놓을 추가 대책을 꼽아보고 있다. 일단 12·16 대책 이후에도 9억 원 이하 및 9~15억원 사이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풍선효과를 언급했다는 점에서 LTV 규제를 강화하거나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주택 가격 구간을 더욱 낮출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또한 집값이 급등한 지역은 가격이 원상 회복돼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보유세 부담이 한층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연히 고가 주택에 대한 거래 조사는 강화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주택거래 허가제까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외에도 재건축 규제 강화, 전월세 상한제, 계약갱신청구권 등 규제와 관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의 이번 부동산 언급 의도가 시장에 경고 메세지를 던진 것이라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듯하다. 그러나 문제는 대통령의 발언들이 단순 경고 메세지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 정부 들어 가장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 12·16대책이 작년 11월 20일 문 대통령이 TV토론에 나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는 자신 있다. 현재 방법으로 못 잡는다면 보다 강력한 방안들을 계속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고 말한 뒤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나왔기 때문이다.

사실 투기 세력이 부동산 시장을 왜곡시켜 진짜 집이 필요한 서민들을 좌절시키고 고통을 줬다는 정부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투기는 단순히 시장 질서를 무너뜨릴 뿐 아니라 건전한 시장 참여자들까지 '비이성적 열광(Irrational Exuberance)' 상태로 끌고 들어간다. 실제 최근 신흥 부동산 투자 세력으로 떠오른 30대들은 부동산 매매를 거주 공간 마련이라는 개념 보다는 수익 창출을 위한 투자행위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현재 부동산 문제를 투기세력 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수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역시 동의한다. 시중에 넘쳐 흐르는 유동성과 해마다 부족해지는 공급 물량, 주거 환경 차이에 따른 서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등 수 없이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며 집값은 폭등했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진단은 잘못된 대책을 불러올 수 있다. "집값이 지나치게 많이 뛴 곳에 대해선 원상 회복돼야 한다"는 발언처럼 말이다. 일단 인위적으로 특정 지역의 집값을 끌어내리는 것도 어렵고, 어떻게 집값을 되돌린다고 해도 그 부작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지목한 강남지역의 집값은 투기 세력 뿐 아니라 월등한 주거 환경과 우수한 학군 등의 이유로 부족한 공급에도 불구하고 실수요자들이 몰리며 올려놓은 부분도 크다.

실수요자들을 고려하지 않고 인위적으로 집값을 끌어내릴 경우 역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당장 대출을 끼고 매입한 실수요자들은 자산가격 하락으로 갚아야 할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부담을 느낄 수박에 없다. 이는 개인적 부담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경기 회복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커질 수 있다.

단순히 부동산을 때려잡을 존재로만 생각해서는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보다 섬세하게 원인을 살피고 세심하게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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