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가 만났다] 이재정 의원 "여당 내부도 반대한 소방관 국가직 전환, 국민이 해냈다"

입력 2019-11-29 18:51 수정 2019-11-3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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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 법안 통과의 일등공신이다.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사안을 수면 위로 올린 그는 29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통과의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 법안 통과의 일등공신이다. 자신의 1호 법안으로 사안을 수면 위로 올린 그는 29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국회 통과의 공을 국민에게 돌렸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을 발의할 때만 해도 사실 20대 국회 내에서 통과될 거라 생각을 못 했어요. 워낙 반대여론이 거셌고,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의결이 안 될 거로 생각했거든요. 국민 여론 덕분에 해낼 수 있었어요. 법안의 국회 통과로 이제 첫 번째 고개를 넘은 것 같아요."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국가직화) 관련 법안이 19일 국가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로써 소방청은 하위 법령 입법절차를 내년 3월까지 마무리하고 내년 4월 1일 전국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일괄 전환한다. 1973년 2월 지방공무원법 제정 이후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이원화된 소방공무원의 신분이 47년여 만에 국가직으로 통합되는 것이다.

올 8월 말 기준 전체 소방공무원 5만4875명 중 5만4188명(98.7%)이 지방직이다. 이들 모두 내년 4월을 기해 국가직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이 통과된 데는 많은 국민적 관심이 있었다. 2017년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지난해 1월 밀양 세종병원 화재, 올 4월 강원 산불 사태 등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마다 소방관들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번 법안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쏠렸다.

본지에서는 29일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이번 법안 국회 통과의 의미와 소회를 들었다.

▲2018년 8월 충북 제천시 왕암동 한 원료의약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이 바닥에 쓰러져 힘들어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8월 충북 제천시 왕암동 한 원료의약품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에서 진화에 나섰던 소방관이 바닥에 쓰러져 힘들어하고 있다. (연합뉴스)

◇"열악한 소방관의 시설·인력, 이제 확 바뀔 겁니다"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앞서 설명한 통계만 보더라도 전체 소방공무원 중 98.7%가 지방직으로 이뤄져 시·도에 소속되어 있다. 이렇게 지방직 공무원으로 소속된 경우 각 지방에서 세금으로 인력 및 장비를 충원하기 때문에 지역만 크고 인구와 소득이 적은 도시는 예산 자체가 적어 소방관들의 지원 자체가 열악한 상황이다.

"65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당시 소방관들의 초기 대응 문제를 지적하는 얘기들이 있었어요. 건물 안으로 조금만 빨리 들어가서 수색 작업을 했으면 좋지 않았냐는 것이죠. 하지만 당시 소방서 측의 설명을 들어보면 먼저 발생한 다른 현장에 출동해서 인력이 부족했고, 건물에서 대피해 있던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에어매트를 설치하는 인력도 필요한 실정이었습니다."

"올 4월 강원도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왜 헬기 하나 못 띄우냐고 지적이 나왔잖아요. 최근에 청주에서는 안마기구에 몸이 끼어 사망한 2세 아이의 사연도 있었죠. 이때도 소방인력이 늦게 출동해 초기 대응이 미비했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 다른 사건에 출동 중이었던 만큼 소방 시설이나 인력 문제가 크다고 봐요. 이처럼 열악한 지역의 소방 문제가 국가직 전환으로 다소 해결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에 국회 통과된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은 지방직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고 대형재난 발생 등 필요한 경우 소방청장이 시도 소방본부와 소방서장을 지휘·감독할 수 있게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다만 소방사무는 원칙적으로 지방 사무로, 시·도 소방본부 인사와 지휘·감독권은 시·도지사가 행사한다.

"물론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회 통과를 위해 어느 정도는 타협이 이뤄진 법안이에요. 지방자치단체에 어느 정도의 권한을 남겨둔 채이기 때문에 이런 상태에서 국가직화가 가능한지 실험을 거쳐야 한다고 봐요. 그래도 국민적 공감대 확산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낸 데 만족합니다. 이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언제든지 국회가 나서서 법률안 개정을 하면 된다고 봅니다."

이재정 의원은 어떻게 이번 법안을 발의하게 됐을까. 사실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은 이재정 의원의 1호 법안이기도 하다.

이재정 의원은 "국회의원의 1호 법안이라고 하면 국회의원 선임 후 제일 처음 내는 법안을 말해요. 그 숫자 1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어떤 것을 담을까 고민을 많이 했고,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느꼈던 현장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담은 법률안을 발의할까 고민했어요"라며 "사실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은 제가 낸 법안이 아니라 보좌진과 상의를 할 때 보좌진에서 제시한 법안이었어요. 이 법안은 18, 19대 국회에서 발의는 됐는데, 단 한 번 조차 논의되지 않았습니다"라고 언급했다.

그는 "저도 소방관에 대해 국민과 같은 수준의 인식밖에 없었어요. '소방관들 너무나 고생하는데 환경은 왜 이렇게 열악하지'라는 생각만 하다가 보좌관에게 이런 구조 때문에 소방관들의 환경이나 복지가 열악할 수밖에 없다는 걸 배웠죠. 이렇게 큰 틀에 있어서 제도를 반영하는 문제면 도전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이 법안은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도 들었고, 무엇보다 주변 동료들조차 인식을 못 하고 있는 사실이 혁신의 의지를 갖게 했죠"라고 설명했다.

▲이재정 의원은 내년 4월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 이뤄지면 열악한 소방관 장비 등 시설 문제나 부족한 인력난이 다소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재정 의원은 내년 4월 소방관 국가직 전환이 이뤄지면 열악한 소방관 장비 등 시설 문제나 부족한 인력난이 다소 해소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여당 내부서도 반대한 법안, 국민과 언론 덕분에 국회 통과"

하지만 법안이 국회 통과되기까지 걸림돌은 많았다. 야당뿐 아니라 여당 내부에서도 반발했다. 왜 소방관의 어려운 환경과 복지를 증진하려는 노력을 반대한 것일까.

"(국회의원들은) 지방자치에 강점을 두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더불어민주당의 공약에서 이 법안이 빠질 뻔했다는 게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에요. 고전적인 행정학을 공부한 사람이나 법률 공부하는 사람들의 생각에서 '소방'이란 것 자체가 지방자치 사무죠. 하지만 지방자치의 본질적인 의미를 들여다보면 '나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것인데, 그 운명적 공동체 안에서 소방사무도 같이 하자는 거에요. 소방이라는 게 예전이라면 그랬을 수 있어요. 지역의 재난에 대응하고 단층이나 4층 건물 정도야 사다리차 하나로 커버할 수 있었으니깐요. 그런데 지금은 아니잖아요."

이 의원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개념이 이제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대형 사건·사고가 계속 이어지고 건물들도 대형화하는 지금, 지방 소방 시설과 인력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것. 결국,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문제이지만,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의 경우 이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강원 산불처럼 전국 소방서들이 대거 투입될 정도로 대형 화재도 발생하고 건물들도 대형 건물들이 흔하다 보니 지방 소방력으로는 해결하기 어렵죠. 지금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틀에 갇혀서 똑같은 주장으로 논리를 펼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우리가 지방 재정자립도가 높아지고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 부분도 강화된다면 다른 제도를 도입하면 되는 거예요. 제도는 앞으로도 국민 여건에 따라 바뀔 수 있어야 하고 그렇게 유연하게 대처하고 발 빠르게 고민할 수 있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이재정 의원은 이 법안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지만, 대통령의 의지만 반영됐기에는 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었고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기에 여론을 바꿀 수 있었다고도 했다.

"의결정족수 부족이나 당 내·외부에서 거센 반대에 부딪혔기에 사실 국회 통과는 기대도 못 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국민의 관심과 언론의 관심이 이어졌고, 그런 관심이 결국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이끌어냈죠."

(연합뉴스)
(연합뉴스)

◇"인턴에게서 시작된 아이디어, '소방관 GO 챌린지'를 아시나요?"

국민과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낸 것은 사실 '소방관 고(GO) 챌린지' 운동에서 비롯됐다. 많은 유명인이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 홍보를 위해 시작된 이 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고, 대중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소방관 GO 챌린지'는 양동이의 소화분말을 뒤집어쓰는 방식으로 소방관의 처우 개선을 위해 진행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 홍보를 위해 이재정 의원으로부터 시작됐다.

사실 이 캠페인의 시작은 우연한 계기에서 이뤄졌다.

"우리 의원실에 졸업 예정이던 인턴이 한 명 있었어요. 대학을 다닐 때도 상상력이 풍부했던 친구였고,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도 제시했는데 현실의 벽은 높잖아요. 하루는 힘들어서 그만두겠다고 하길래 제가 밥을 사주면서 '어떤 정책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다 해줄게. 기획을 한번 해봐라'라고 말했더니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안 홍보를 위해 내게 '의원님, 밀가루 한 번 뒤집어 써주세요'라고 하더군요. 루게릭병 환자를 돕기 위해 진행된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따온 거였어요. 이미 뭐든지 하겠다고 한 말도 있으니 결국 뒤집어썼죠. 제가 '소방관 GO 챌린지'의 첫 번째 주자였던 셈이에요."

이 때만 하더라도 '소방관 GO 챌린지'가 대중에게 알려지지는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배우 정우성, 김혜수, 한지민, 류준열 등 연예인들의 영상이 게재되면서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아이돌그룹 엑소 사무실에서 연락이 오더라고요. 본인들이 지목을 받지 못했지만, '소방관 GO 챌린지'에 동참할 수 없겠느냐고. 이 캠페인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죠."

▲이재정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라며 "남은 6개월간 최선을 다한 뒤 스스로를 평가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재정 의원은 "20대 국회의원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라며 "남은 6개월간 최선을 다한 뒤 스스로를 평가해 보겠다"라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20대 국회에서 제 평가요? 내년 5월로 미뤄주세요"

기자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만큼 20대 국회에서 본인 스스로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이재정 의원은 "벌써 평가를 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아요. 아직 임기가 6개월이나 남았거든요"라고 답했다.

"제가 더불어민주당 안양동안을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어요. 많은 분이 주변에서 '내년 4월 힘내시고' 이런 얘기를 할 때 저는 '임기 내년 5월까지인데요'라고 답을 합니다. 다들 벌써 내년 4월 총선을 향해서 달려가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지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물론 국민의 신임을 받아서 다시 어떤 역할을 하고 싶다는 계획이 없는 건 아니에요. 굳건하고 의지도 결연하지만, 20대 국회가 내년 5월까지라는 것을 모두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직 6개월이나 남은 만큼 그때까지 저 스스로도 해낸 것을 보고 20대 국회에서 저에 대한 평가를 내렸으면 해요."

이재정 의원은 다음 달 9일 정기국회 마무리가 되기 전 꼭 처리했으면 하는 법안으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거사법)을 꼽았다. 이는 과거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자는 법안이다.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 사이 일어난 인권유린 사건이다. 이곳에선 불법감금, 강제노역, 구타, 암매장 등 끔찍한 일들이 자행됐다. 하지만 해당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박인근 형제복지원 이사장은 업무상 횡령 혐의 등만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기자가 인터뷰를 위해 국회를 찾은 29일. 과거사법 국회 통과를 요구하며 24일째 물과 소금만으로 고공 단식을 이어오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의 피해자 최승우 씨는 결국 병원으로 옮겨졌다.

"과거사법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가까스로 통과했고,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이에요. 세부부분에서 조정이 필요했고 합의점만 찾으면 되는 법안이었는데 그동안 여야 간 대립된 정국으로 인해 다소 소외된 법안이기도 하죠. 사실 과거사법은 제가 발의한 법안은 아니에요. 그런데도 이번 국회에서 꼭 통과시키고 싶은 것은 피해자분들의 모습을 봤기 때문이죠. 이분들은 지금 건강도 안 좋은데 24일째 고공 단식 중이에요. 며칠 전에는 제가 설득해서 내려오게 하고 싶었는데 '저 위에서 안 죽으면 내려와서 죽어요'라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절막함에서 죽을 각오를 하고 올라간 분들을 보면서 이런 분을 살리는 일이 국회의원의 역할인데, 왜 못하나 싶더라고요. 오늘 본회의에 상정되길 바랐는데 사실상 불가능해 보여서 더 걱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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