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는 전시 tip] '소멸·흔적·생태'…중진작가들의 '개념미술'

입력 2019-11-21 09:57 수정 2019-11-2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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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헌·허구영展…1월 5일까지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실

▲배종헌, 절골입구N1-01 콘크리트 균열과 생채기, 얼룩, 그리고 껌딱지로부터, 2019, 자작나무 합판에 유화, 70x120cm (사진제공=이하 아르코미술관)
▲배종헌, 절골입구N1-01 콘크리트 균열과 생채기, 얼룩, 그리고 껌딱지로부터, 2019, 자작나무 합판에 유화, 70x120cm (사진제공=이하 아르코미술관)
대구와 대전 지역에서 ‘개념미술’을 토대로 활동하고 있는 중진작가의 2인 전시가 개최된다. ‘소멸’과 ‘흔적’ 그리고 ‘생태’를 화두로 한 회화, 설치, 텍스트 작업들이 소개되는 자리다. 1990년대 개념미술을 토대로 발전시킨 두 작가의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볼 수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2019년 아르코미술관 중진작가 시리즈로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배종헌과 대전에서 활동하는 작가 허구영의 전시를 2020년 1월 5일까지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연다.

아르코미술관의 중진작가 시리즈는 2000년대 초반부터 동시대 시각 예술계의 중진세대 작가들을 조명하고, 신작 제작을 위한 창작 환경을 제고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다. 올해는 미술관의 층별 개인전이자 전체 2인전으로 진행된다.

◇흔적과 균열에서 발견한 ‘그것’ = 아르코미술관 1층 제1전시장에서는 배종헌 작가의 ‘미장제색(美匠霽色)’을 선보인다. 전시의 내재적 부제는 ‘어느 반지하 생활자의 산수유람’이다.

작가는 ‘일상의 경험을 사회적 맥락으로 확장시키는 것’에 관심을 두고, 무용하고 소멸의 위기에 처한 사물과 도구를 재해석하거나, 자연현상으로 생긴 흔적과 균열에 새롭게 철학의 의미를 부여해왔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경험과 이야기는 사회문화적 현상과 동시대 이슈로 확장된다. 이를 위해 소소한 일상의 사물과 현상은 독창적으로 재해석되고, 산업화와 자본주의 물결이 양산한 물질적, 정신적 폐단들은 은유적으로 드러났다.

▲배종헌, 절골입구N1-01_콘크리트 균열과 생채기, 얼룩, 그리고 껌딱지로부터, 2019, Mixed media on paper, 21x29.7cm
▲배종헌, 절골입구N1-01_콘크리트 균열과 생채기, 얼룩, 그리고 껌딱지로부터, 2019, Mixed media on paper, 21x29.7cm

내재적 부제에 걸맞게, 작가는 현대인의 구조화된 폭력성이 자연에 가한 흔적을 ‘산수화’로 변모시켜 자연에 대한 그리움, 낭만적 정서의 회복을 위한 실천적 실험을 보여준다. 대표적 작업으로 시멘트 칠을 하는 미장이의 ‘미장’을 산의 이름으로 명명하고, 시멘트 벽에 생긴 흔적과 균열을 비온 뒤 맑게 갠 미장산의 모습으로 재현한 대형 회화작업 미장제색을 선보인다.

터널 안의 흔적을 자연의 경치로 그려낸 ‘터널 산수’와 영상설치 신작, 구름 형상을 포착해 재해석한 ‘구름 산수’, 콘크리트 벽면의 균열을 산수로 표현한 ‘콘크리트 산수’ 등 일상에서 마주한 현상들을 다종다양한 산수화로 치환하는 작가의 상상력과 섬세한 재현 방식들이 전시를 이룬다.

▲허구영, 두 조각 - 나는 미술을 통해서 미술을 벗어나고 싶다, 2019, 면천에 락커 스프레이 페인트, 90.9x72.7cm
▲허구영, 두 조각 - 나는 미술을 통해서 미술을 벗어나고 싶다, 2019, 면천에 락커 스프레이 페인트, 90.9x72.7cm

◇작품을 해체해 작품을 창조하다 = 아르코미술관 2층 제2전시장에서는 허구영 작가의 ‘여전히 나에게 뜨거운 이미지 중 하나’를 선보인다.

허구영 작가는 그동안 작품의 장르화, 대상의 타자화에 대한 경계심을 근간으로 매체 간의 전이, 전환, 간섭이 발생시키는 감각과 개념의 다층적 관계를 탐색해왔다. 이를 위해 선보인 작업들은 차용과 오마주, 자기 참조 작업을 비롯하여 회화, 설치, 영상, 텍스트, 월드로잉이 서로에게 관여하는 방식이다. 이로써 90년대 이후 한국미술의 흐름에 나타났던 개념미술의 경향을 이어가고 있다.

▲허구영, 두 조각 - 파랑, 노랑, 빨강으로부터, 2019,  면천에 드로잉과 아크릴, 스프레이 페인트, 65x53cm
▲허구영, 두 조각 - 파랑, 노랑, 빨강으로부터, 2019,  면천에 드로잉과 아크릴, 스프레이 페인트, 65x53cm

특히 오브제의 비물질화에 대한 관심을 주축으로, 사물의 재해석, 무용한 것에 대한 새로운 가치 부여, 권위적 장르화에 대한 저항적 태도를 작업으로 치환해 정체된 미학, 나아가 미술 자체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예술적 수행으로 끊임없이 새롭게 만든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상기한 이전 작업들과 그 태도의 연결성 안에서, 재료와 형식의 순환적 구조를 통해 모두 새롭게 변주한다. 그래서 그의 작업은 기존 작업들과의 조합, 분해, 조립으로 또 다른 맥락에 놓이고, 전시에 펼쳐진 작업들은 모두 또 다른 시점을 위한 매장된 물질이 된다.

전시명 ‘여전히 나에게 뜨거운 이미지 중 하나’도 이전에 선보인 작품명을 그대로 가져와, ‘여전히’가 시간의 축을 따라 지속적으로 생성, 변형되며 갖는 유효한 지점을 모색하고, 동시에 정체되지 않으려는 욕망의 역설적 표현을 전시로 구현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뜨거운’ 이미지가 지니는 생동감을 현재 작가를 구성하는 모종의 정체 중 일부로 간주해 단순한 회상이나 퇴행을 벗어나고자 한다.

▲허구영, 기억은 나를 구성하는 전부이자 동시에 해체되어야할 그 무엇이다 드로잉, 2019, 강철관에 용접 레터링 후 절단, 가변크기
▲허구영, 기억은 나를 구성하는 전부이자 동시에 해체되어야할 그 무엇이다 드로잉, 2019, 강철관에 용접 레터링 후 절단, 가변크기

◇‘개념미술’을 만나다 = 이번 전시에서는 두 작가가 공통적으로 지속해왔던 관심사인 ‘소멸’, ‘흔적’, ‘환경’, ‘생태’를 화두로 한 두 작가의 최근 작업 경향을 일괄하고, 새로운 작업을 소개한다. 특히 두 작가는 일상의 사물 혹은 현상에서 얻은 이미지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해 다매체 설치 및 회화, 텍스트 등으로 시각화해 온 만큼 작업을 통해 일상에 스며든 자연의 흔적, 시간의 흐름을 대하는 작가들의 사유의 방식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업은 모두 구작 변형 혹은 신작으로, 주변 환경이나 사물에서 얻은 단상을 시각예술로 재해석하고 환경, 생태라는 동시대 사회적 이슈를 토대로 소멸, 시간성 등 비가시적인 요소들을 존재화하기 위한 회화와 영상, 오브제 설치 작업들이 주를 이룬다. 특히 언어와 텍스트, 개념 자체를 시각예술의 주요 요소로 개입시켰던 두 작가의 텍스트 및 아티스트북 신작을 비롯해 배 작가의 아카이브, 허 작가의 아르코미술관 장소 특정 드로잉을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아르코미술관은 전시 연계 행사로 두 작가와 함께하는 ‘작가와의 대화’(12월 21일 오후 2시)를 비롯해 전시를 개념적으로 살펴보는 심층 강연(12월 14일 오후 2시), 큐레이터 전시 안내(11월 27일 오후 7시) 및 연말 이벤트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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