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내 죄를 네가 알렸다!”

입력 2019-07-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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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행함에 당하여 지득한 피의사실을 공판청구 전에 공표한 때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에 관한 내용이다. 그러나 법무부 검찰 과거사 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피의사실공표죄로 접수된 347건 중 기소된 사례는 0건이다.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이다. 대체로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다. 수사기관을 수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기소로 이어지지 않는 요인으로 꼽힌다.

그런데 피의사실공표죄로 재판에 넘겨지는 첫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생기면서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울산지검은 구속피의자에 대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경찰관 2명을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수사 중이다. 지난 22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울산지검 피의사실공표 사건에 대해 심의하고 수사를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지시했다.

경찰은 김성태 의원이 피의사실공표 혐의로 검찰을 고소한 사건 수사에 착수하며 맞불을 놨다. 자칫 검찰과 경찰의 힘겨루기로 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경찰은 검찰이 피의사실을 공표한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도 피의사실공표에서 자유롭지만은 않은 입장이다. 지난 5월 과거사위원회는 “검찰은 수사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공소 제기 전 피의사실공표를 통해 피의자를 압박하고 유죄의 심증을 부추기는 여론전을 벌이는 등 관행적으로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다는 핑계로 피의사실공표를 입맛대로 휘둘러왔다는 비판이다.

무죄 추정의 원칙.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지만 지켜지기는 어렵다. 어떤 혐의로 검찰,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재판을 받기도 전에 이미 죄인으로 낙인찍힌다. 시작된 계기에 대해서는 말이 많지만 최근 검찰 포토라인, 구속 피의자의 법정 출석 촬영 제한 등 법조계에서 관행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던 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번에 불거진 피의사실공표죄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면서도 수사 기밀성을 유지하고 인권을 보호할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무부 인사가 마무리된 뒤에야 본격적으로 개선이 추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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