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표, 차범근ㆍ안정환 압도했다! 왜? [배국남의 직격탄]

입력 2014-07-17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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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배국남의 직격탄] 이영표, 차범근 안정환 압도했다! 왜?

관록도 인기도 노력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카리스마도 화려함도 성실함 앞에선 무릎을 꿇었다. 명성도 스타성도 실력 앞에선 맥없이 무너졌다. 정말이냐고. 진짜다.

노력과 성실, 실력이 배경과 관록, 학벌과 파벌, 인기와 명성 앞에서 그 의미를 잃고 설 자리가 사라진 것이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풍경이다. 학벌이 실력 앞에 놓이고 배경과 인맥이 성실과 노력을 압도하는 게 2014년 대한민국의 하나의 모습이다. 노력, 성실, 실력의 의미는 교과서의 박제된 가치로 전락했다. 그런데 말이다. 최근 노력과 성실, 그리고 실력이 제대로 평가받고 그 가치를 인정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그 사건 진원지는 바로 지난 한 달 동안 지구촌을 달궜던 브라질 월드컵을 안방에 전달한 TV 속이다. KBS, MBC, SBS 등 방송 3사는 사활을 걸며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에 총력전을 펼쳤다. 그 결과와 평가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대회 전 스타 선수 출신으로 다년간의 해설위원으로 명성을 쌓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관록의 차범근 SBS 해설위원 그리고 현역은퇴를 한 뒤 MBC‘아빠 어디가’, SBS ‘정글의 법칙’ 등 시청률 높은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통해 폭발적 인기를 얻은 안정환, 송종국 MBC해설위원의 낙승이 점쳐졌다. 은퇴한 뒤 뒤늦게 해설위원으로 뛰어든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방송의 경험도, 시청자의 관심도, 대중적 인지도도 차범근 안정환 송종국 해설위원에 한참 뒤처져 있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KBS가 길환영 사장 퇴진요구 파업 여파로 중계방송 준비에 차질까지 빚어졌다.

하지만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이 진행되면서 시청자의 평가와 시청률은 이영표의 압승이었다. 시청자들은 경기와 선수에 대한 방대한 자료와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한 분석과 차분한 전달, 알기 쉬운 해설 등을 한 이영표의 손을 들어줬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정확한 분석과 예측, 차분하고 편안한 논리적 중계를 했다”고 말한 한광섭 한국스포츠미디어학회 부회장처럼 전문가의 평가도 시청자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영표의 예상외 압승 비결은 무엇일까. 이 질문의 답은 49세의 젊은 나이로 지난 2007년 5월 23일 숨을 거둔 최고의 스포츠 캐스터 송인득 MBC 아나운서의 ‘야구노트’에 숨겨져 있다. 그가 죽은 뒤 공개된 ‘야구노트’에는 송인득 아나운서가 불세출의 스타 캐스터가 된 비결이 담겨 있었다. “처음에는 기록이 쉽지 않았거든요. 시간도 많이 걸리고요. 그런데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저만의 방법을 터득했죠. 이제 이 노트만 열면 한눈에 모든 야구기록을 알 수 있어요.중계를 나갈 때 이 노트를 가지고 가면 생생한 정보가 담긴 중계를 할 수 있지요. 지금도 하루에 세 시간은 기록 정리에 투자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선수의 특징부터 성적 기록까지 빼곡히 적힌 송인득 캐스터의 ‘야구노트’는 노력과 성실 그리고 그 바탕위에 쌓은 실력이 최고의 스포츠 캐스터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영표가 차범근과 안정환, 송종국을 압도한 이유도 송인득 캐스터가 작성한 ‘야구노트’와 일맥상통한다. 그가 많은 시간과 노력으로 작성한 ‘축구노트’는 경기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이해시켜주고 재미를 배가시켜주며 정확한 예측과 예상을 할 수 있는 해설을 하게 했다. 훌륭한 축구해설을 위해 필요한 것은 실전 경험뿐만 아니라 각국 전력과 선수에 대한 자료와 연구, 전략과 전술에 대한 철저한 분석력, 풍부하고 심도 있는 축구 전문지식, 변화와 트렌드를 파악하는 능력, 그리고 시청자가 쉽고 편안하게 흥미롭게 수용할 수 있는 언어전달능력 등이다. 이러한 자질을 갖추기 위해 이영표는 수많은 땀을 흘렸다.

관록과 인기만을 믿고 알맹이 없는 해설, 말장난과 소리만 내지르는 중계, 자신의 경험담이 유일한 해설의 정답처럼 하는 방송 등은 시청자의 반짝 관심은 얻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시청자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인정을 받기 힘들다.

2014년 지구촌을 뜨겁게 달군 브라질 월드컵 중계방송은 명성과 관록 그리고 인기 보다는 치열한 연구와 공부, 성실한 노력, 그리고 탁월한 실력이 시청자의 눈길을 잡는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그리고 박제돼버린 성실과 노력, 실력의 진정한 가치와 참 의미를 회복시켜줬다. 우리 사회에는 이영표 같은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학벌과 파벌, 지연과 혈연, 명성과 인기의 벽에 갇혀 빛조차 발하지 못하고 있다. 이영표 KBS해설위원이 시청자에게 평가받았듯 이들이 기업에서, 사회에서, 국가에서 인정받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더욱 더 밝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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