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가 답이다]존슨앤존슨의 회생•엔론의 몰락… 차이는 ‘윤리경영’

입력 2013-10-02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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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레놀 독극물’ J&J 천문학 비용 들여 제품 수거… 혁신기업 엔론 이중장부 드러나 파산

▲윤리경영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기업의 존폐를 결정짓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최근 기업의 오너와 주요 인사들은 정도경영, 윤리경영에 대한 의지를 다시금 다지고 있다. 뉴시스
최근 재계에는 하나의 물음표가 떨어졌다. 한화그룹에 이어 SK그룹, CJ그룹 총수들이 잇따라 불법 혐의로 법정에 섰다. 재계에서도 G20 비즈니스 서밋에서 논의된 반부패 분과 동향 등 글로벌 윤리경영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인 윤리경영임원협의 회의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윤리경영은 사실 오래된 기업들의 숙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윤리경영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물음표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윤리경영 추진 기업 10곳 중 4곳은 ‘정보와 노하우 부족’을 답변으로 내놓고 있다. 게다가 하루에 평균 3곳의 기업들이 공정거래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기업의 실상이다.

◇기업의 최대의 적은 비윤리 = 지난 2001년 미국에서 엄청난 대기업이 쓰러졌다. 1931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노던내추럴가스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엔론사다. 엔론사는 파산 직전 해까지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가장 혁신적인 기업’ 등으로 선정되는 등 미국 최고의 기업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이듬해 엔론사의 자산과 이익 수치가 대부분 가짜였음이 확인됐다.

회사 회계장부에는 빚과 손실이 교묘하게 감춰져 있었다. 나중에는 엔론의 가장 가치 있는 자산이자 수익원이 회사의 모태였던 노던내추럴가스컴퍼니뿐이라는 사실까지 밝혀졌다. 엔론사는 파산했으며 외부감사인도 함께 문을 닫았다.

이 사건은 기업의 자발적인 윤리 준수의 노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준 사건으로 글로벌 경제사의 중요한 한 페이지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윤리적인 의사 결정은 단 한번의 실수로 기업이 도산할 수도 있는 치명적인 리스크 영역에 속한다는 의식이 확산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01년 일본 식품업체 유키지루시는 사용이 금지된 식자재를 원료로 사용했다가 여론의 지탄의 대상이 되면서 도산됐다.

국내 재벌구조에서는 윤리경영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대기업 총수들이 잇따라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법정에 서고 있다. 특히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경영활동조차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등 경제민주화 폭풍이 그렇다.

◇위기에서 해답은 윤리경영 = 현재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는 위대한 기업들은 윤리경영 시스템이 아니였다면 존재하지 않을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60여개 국가에서 230여개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세계 최대의 건강관련 제품 생산 기업인 존슨앤존슨이다.

지난 1982년 존슨앤존슨 역사상 가장 큰 사건이 발생했다. 타이네놀 병에 독극물이 투입돼 8명이 사망하는 범죄가 일어난 것이다. 존슨앤존슨은 언론 취재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와 함께 2억4000만달러의 비용을 감수하며 3100만병의 제품을 수거해 폐기했다.

이 사건 이후 대형 컨설팅 기관과 일부 경영진들은 타이레놀 브랜드를 포기할 것을 주장했지만 제품은 잠시 생산을 중단한 후 재출시됐고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성공한 상품으로 정착했다.

미국연방법원에는 기업의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판결 지침이 있다.

사원들이 연방법을 위반하는 사태가 발생해도 윤리경영을 실천해 온 기업에 대해 면책 또는 징계수준을 경감해주는 지침이다. 지난 1996년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은 사원들이 저지른 보험사기 사건 등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혐의로 기소된 케어마크사의 이사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 이유는 간단했다. 회사가 사건 발생 이전부터 윤리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는 이유였다.

◇글로벌 1위의 조건은 = 세계 최대 펄프.제지업체인 인터내셔널페이퍼는 윤리경영을 경영위험 통제를 하는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1위 업체로서 반독점 시비와 소비자 저항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경영원칙을 갖고 있다. 경쟁사는 자사 포장용지만을 사용할 수 있는 포장용 기계를 개발해 식음료 포장용지 시장의 90%를 장악했지만 이후 경쟁법 위반으로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아야 했다.

다른 경쟁업체도 다른 회사들과 가격담합을 한 혐의로 막대한 벌금을 내야 했다. 그러나 인터내셔널페이퍼는 이 사건에 연루되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신세계가 윤리경영과 1위 경영을 연결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지난 2002년 국내 최로로 ‘윤리경영백서’를 발간해 경제계의 이슈가 됐다. 신세계가 윤리경영을 시행한 초기 재계에선 국내 여건상 시기상조라는 만류를 들어야 했다.

내부에서도 경영과 영업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다는 반대기류도 있었다. 그러나 그룹 오너는 3가지 이유를 들어 윤리경영시스템을 도입했다. 유통전문회사로 많은 소비자와 기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윤리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 첫번째 이유였다. 두번째는 향후 어떤 경영위기가 오더라도 대처하고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은 윤리경영이라는 판단이었다. 세번째는 고객들의 신뢰를 받고 경쟁우위에 서기 위해서는 다른 우수한 기업문화와 시스템을 능가할 수 있는 글로벌스탠다드 경영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후 신세계는 주변 우려와 달리 까르푸와 테스코 등 외국 선진유통회사들의 진출 속에서도 국내 최대 유통그룹으로 자리를 확고하게 다질 수 있었다.

◇비용 아닌 생존의 문제 =“윤리활동은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어렵다. 윤리경영을 위해서는 많은 비용도 든다. 하지만 윤리가 명확하지 않은 기업은 생존이 어렵다. 비용을 따질 때가 아니다.” 마쓰모토 데이진 윤리위원회 초대 사무국장의 발언이다.

세계 최대 섬유업체 중 하나인 데이진은 지난 1999년부터 윤리경영시스템을 본격적으로 도입해 일본기업 중 윤리경영을 선도한 업체로 부각됐다. 부사장이 위원장을 맡고 각 부문의 임원 및 부장급이 참여하는 윤리위원회를 설치했다. 윤리경영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와 행동 원칙을 담은 기업윤리 핸드북도 배포했다.

세계 3대 엔지니어링 기업인 ABB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전략으로 윤리경영을 선택했다. ABB의 윤리경영에 대한 적극적인 도입 배경은 사회적 기대에 맞춘 경영을 실천함으로써 인정받기 위해서다. ABB는 지난 2000년 13개 항목으로 구성된 사회정책을 발표했다. 발표문에는 기업윤리가 13개 항목 중 하나로 제시됐다.

나머지 항목들도 인권존중, 이해관계자 존중 등 윤리경영과 직접 연결된 내용이다. 특히 ABB는 계열사의 자율적인 경영을 중시하지만 기업윤리 부문에서만큼은 전 그룹에 걸쳐 공통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또 환경과 사회정책에 기여한 바가 큰 사원을 선정해 거액의 상금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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