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故김광석 감성에 더해진 디테일, 다시 써낸 '그날들'

입력 2019-04-0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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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날들’에서 대통령 경호원 차정학 역의 엄기준이 동기 강무영을 떠올리며 ‘먼지가 되어’를 부르고 있다.(사진제공=이하 창작컴퍼니다)
▲뮤지컬 ‘그날들’에서 대통령 경호원 차정학 역의 엄기준이 동기 강무영을 떠올리며 ‘먼지가 되어’를 부르고 있다.(사진제공=이하 창작컴퍼니다)
고(故) 김광석의 노래들로 이뤄진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수식어는 '그날들'에겐 무거운 왕관이다. 애절하고, 애틋하고, 가슴 먹먹한 고 김광석의 노래가 20년이라는 기억을 두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사라진 '그날'의 기억을 좇는 데 녹아든다니. 관객은 자연스레 무대 위 배우와 원곡 가수를 비교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담을 '그날들'은 극복해냈다. 화려한 무대 장치는 시각적 만족감을 줬고, 노련한 편곡은 감성의 폭발을 일으켰다. 절도 있는 군무는 박진감을 느끼게 했다.

'그날들'은 한중수교 20주년 기념행사에서 경호부장이 된 '정학'에게 20년 전 '그날'처럼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며 시작된다. 정학과 그의 친구 '무영'이 처음 만났던 시점부터 현재까지 시·공간이 교차하는데, 그 안에 남겨진 단서에 따라 '사라진 그날'을 추억하고 좇는다. 1992년 한중 소교 당시 중국어 통역을 맡은 '그녀'로 인해 시작된 사랑도 김광석 노래 20여 곡과 만났다.

가요를 엮어 만든 뮤지컬은 기존에 발매된 곡에 맞춰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므로 개연성이 부족하거나 구성이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곤 한다. 이러한 평가는 '그날들'도 피할 수 없다. 이를 의식한 듯 기승전결에 맞춰 '충실히' 편곡을 했다.

원곡의 분위기는 편곡으로 상당 부분 달라졌다. 슬픈 단조의 선율은 배우의 고조되는 감정과 만날 때 장조 화음으로 바뀌었다. 구슬픈 감성으로 통기타 연주에 맞춰 읊조리듯 노래하는 김광석의 노래가 강렬한 비트와 만나 웅장한 느낌의 뮤지컬 넘버가 됐다. 뮤지컬 넘버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 도입부는 배우 혼자 시작해도 후반부에는 군무와 합창을 강하게 넣었다. 전 시즌에 무영과 그녀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할 때 흘러나왔던 '먼지가 되어'가 이번에는 정학의 쓸쓸한 마음을 표현할 때 쓰였다.

▲고 김광석의 '변해간'를 배경음악으로 무영 역의 오종혁이 연기를 하고 있다.
▲고 김광석의 '변해간'를 배경음악으로 무영 역의 오종혁이 연기를 하고 있다.

관객과 배우의 호흡이 완벽하게 일치하는 것도 관전 포인트다. 관객들은 '변해가네', '이등병의 편지', '서른 즈음에' 등 듣기만 해도 가슴이 먹먹한 김광석의 노래들이 스토리에 맞게 흘러나올 때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함께 입을 맞췄다.

작품 중간중간 배치된 절도 있는 앙상블의 군무와 합창도 매력을 더한다. 배우들은 파워풀하고 실감나는 장면을 위해 고강도의 혹독한 무술 연습을 받았다. 23명의 앙상블과 함께 꾸민 레펠, 아크로바틱, 무술, 격파 등을 접목한 화려한 군무와 액션은 무대를 꽉 채운다. 이들의 동선에 따라 무대도 원을 돌며 움직인다. 배우들의 상의 탈의 액션신이나 탈의실 장면은 벌써부터 입소문을 탔다.

대중적인 호응을 얻기 위한 캐스팅도 인상적이다. 1980~90년대 김광석의 감성을 기억하는 이들 외에도 젊은 세대들의 취향까지 고려했다. 정학 역에는 유준상·엄기준·이필모·최재웅, 무영 역에는 오종혁(클릭비)·온주완·남우현(인피니트)·윤지성(워너원), ‘그녀’ 역에는 최서연·제이민이 각각 캐스팅됐다.

'그날들'은 2013년 초연 이후 매년 새 단장을 하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5월 6일까지.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만 7세 이상. 16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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