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에린의 벤처 칼럼] 유망 벤처가 사양길을 걷는 이유

입력 2018-12-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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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경영학과 교수

조본(Jawbone), 비피(Beepi), 익약(Yik Yak), 메이플(Maple), 스프리그(Sprig), 헬로(Hello). 이름이 재미있는 점 외에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엄청나게 펀딩을 받고도 실패한 벤처들이다. 펀딩 규모에는 차이가 있지만 평균 500억 원 이상의 펀드를 받고도 벤처의 벤치마크 포인트인 8년 고비를 못 넘긴 회사들이다. 특히 조본은 스피커, 건강이나 운동 기록을 재는 웨어러블 디바이스(wearable device)로 1조 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으고 한때 3조 원 정도의 시장 가치를 기록했는데도 실패로 간주되는 벤처로, 2017년부터 회사를 정리 중인 상황이다.

이들 회사는 왜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도 성공하지 못했을까? 분명한 것은 이들이 시장에 내놓은 아이디어가 좋지 않아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비피는 사기를 당하기도 쉽고 속기도 쉬운 중고차 시장에 차를 사고파는 사람들을 투명성을 무기로 잘 연결한 모델이다. 트래킹 장치인 헬로는 손목에 차거나 가지고 다니는 게 아니라 방 안에 두면 우리의 수면 양상을 인지하고 기록하는 상품이다. 유명한 셰프가 만든 메이플은 뉴욕에서, 스프리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패스트 푸드가 아니라 질 좋은 음식을 15분 이내에 배달하는 서비스였다. 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자를 충분히 끌 만큼 혁신적이고 독보적이었다.

우리는 벤처의 성공 요소를 비즈니스의 참신성과 펀딩 능력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위의 예에서 보듯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각사의 가장 중요한 구체적 실패 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분석해보면 공통된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자금을 받았으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인식하고 실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어느 시점에서든 반드시 자금을 회수하려 하며 벤처가 성과를 못 낼수록 참을성이 없어진다. 기다려 주지 않는다.

특히 약속한 성과를 약속한 시간에 달성하지 못하면 한꺼번에 자금을 회수하려 한다. 벤처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런데 자금이 들어올 때는 벤처들이 긴축의 끈과 성과 달성의 절실함을 느슨히 풀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시장의 경쟁 상황에 대처하지 못하는 경우다. 흔히 벤처기업들은 비슷한 모델로 치고 들어오는 벤처들을 경쟁자라고 보기 쉽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더 위험한 경쟁자는 이미 있는 모델이거나 쉽게, 더 싸게 대처가 가능한 방법이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막강했던 조본의 경쟁 상대는 비슷한 상품으로 맞서는 벤처 모델이 아니라 이미 쓰고 있는 휴대폰에 건강이나 수면 트래킹 기능을 앱을 통해 부여한 경우다. 즉 기존 휴대폰이 어느 정도 대체기능을 제시함에 따라 소비자는 따로 들고 다니거나 조작해야 하는 불편을 넘어설 만큼 조본이 가치 있다고 느끼지 못하면서 수요가 급격히 떨어졌다.

세 번째는 발 빠른 피봇을 통해 시장을 확장하지 못한 점이다. 조본은 이런 시장 상황을 인지하는 즉시 넉넉한 자본력과 기술력으로 기존 시장에서 나가 재빠르게 더 확장성과 독자성을 보여줄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만 했다.

네 번째는 도덕성이다. 이 점은 벤처의 실패 원인으로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대학생들을 위한 근거리 연결망 메신저였던 익약은 성희롱 문제로 명성에 금이 가고 충분히 규모가 큰 시장으로 피봇하지 못해 사양길을 간 경우다. 메이플도 서비스로 주는 쿠키를 재활용해 비난받기 시작하면서 큰 타격을 입어 망하게 됐다.

우리 사회는 점점 도덕적이지 못한 기업 활동에 분개하는 경향이 커진다. 특히 시장의 충성 고객이 기존 기업들보다 취약할 수밖에 없는 벤처는 스캔들에 엮이면 거의 살아남기 힘들다. 창업자의 도덕적 자세도 중요하지만, 도덕성과 정당성을 중시하며 실천하는 문화가 벤처에서는 특히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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