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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소비자 선택권은 어디에? 그들의 반격이 시작된다

이효영 부국장 겸 유통바이오부장

백화점이 운영하는 무료 셔틀버스가 동네를 누비던 시절이 있었다. 90년대 초반 서울 강남 지역을 시작으로 고객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운영했는데 인근 시장 상인들이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반발했다. 백화점들은 고객 편의를 내세우며 계속 운행해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엔 이용객 수가 크게 늘었다. 얼마 후 이번에는 버스, 택시 업계가 대중교통 사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반발했다. 정부가 나서 운행 자제를 요청해도 유통업계가 순순히 물러서지 않자 결국 이를 금지하는 입법을 추진했다. 유통업계는 헌법에 보장된 영업의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냈다. 헌재의 합헌 결정으로 2001년 백화점 셔틀버스는 퇴장했다.

셔틀버스를 무료로 편리하게 이용하던 소비자들의 의견은 정책 결정에 반영되지 않았다. 일부 소비자들이 행복추구권이 침해됐다며 헌법소원에 동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셔틀버스가 사라진 후 재래시장이, 대중교통 업계가 영업이 잘된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십수 년이 지난 후에도 상황은 어제 일처럼 똑같다. 정부는 영세 상인들의 목소리에만 귀 기울일 뿐 편의를 박탈당한 다수 소비자(유권자)들에는 관심이 없다.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은 2013년부터 실시해 왔는데도 지금도 여전히 휴무일에는 ‘OO마트 휴무일’이 하루 종일 포털 검색어 순위에 오르내린다. 소비자들이 대형마트 휴무일을 미리 파악해 마트에 헛걸음하지 않기 위해서다. 이미 숱한 연구소나 대학교수들의 조사에서 대형마트의 휴무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이나 영세 상점에 가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지만, 휴무일을 일일이 검색하고 피하는 불편은 오롯이 소비자 몫일 뿐이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에는 복합쇼핑몰 휴무 규제를 밀어붙이고 있다. 복합쇼핑몰은 이미 소비자들에게 쇼핑을 넘어 영화, 취미생활, 레저, 스포츠 등을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극강의 한파와 혹서가 일상화하면서 실내 쇼핑몰에서 시간을 보내려는 몰링족은 갈수록 증가세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이나 롯데월드몰 등의 주말 하루평균 이용객 수는 수만~십수만 명에 이르지만 이들의 선택권과 행복추구권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카드 수수료 논란은 또 어떤가. 당정이 신용카드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그동안 최저임금 인상으로 불만이 극에 다다랐던 소상공인들은 약간의 혜택을 보게 됐다. 하지만 카드사들은 당장 소비자들에게 무이자 할부, 할인 혜택 등 부가 서비스를 축소하거나 카드 연회비를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면 또 애꿎은 소비자들만 피해를 입게 될 상황이다.

카풀이나 숙박 등 공유경제를 둘러싼 논란에서도 다수의 소비자들은 소외돼 있다. 해외 여행에서 우버 서비스를 이용해 본 국내 소비자들은 왜 국내에서 이 서비스가 불가능한지 의아해한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따르면 5685명의 조사 대상자 중 90%가 카풀 서비스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카풀 서비스 도입이 출퇴근 및 심야 시간대에 대중교통 승차난과 일부 택시의 승차거부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정부는 신·구 산업의 갈등에 택시업계와 IT업계의 눈치만 보며 서비스 도입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 와중에 서울시는 이르면 연내에 택시 기본요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택시가 불편하다며 카풀 서비스를 도입하자는 소비자들에게 오히려 택시요금 인상 카드를 던진 것이다.

정부가 어떤 사안의 문제를 풀다 보면 기득권을 박탈당하는 쪽과 이득을 보는 쪽이 있기 마련이다. 기득권을 잃는 쪽은 최악의 경우 생존이 위협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힘을 합쳐 죽기살기로 크게 목소리를 낸다. 문제 해결 방향에 따라 소비자들이 입게 되는 이익이나 피해는 침묵 속에 묻힌다.

언제까지 소비자 권리는 무시돼야 하는 걸까. 최근 BMW 화재, 가습기 살균제, 라돈 침대 등의 사태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국내에서도 소비자집단소송제 도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번 신용카드사 수수료 인상과 관련해서도 일부 소비자들의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한다. 침묵하던 국내 소비자들의 반격이 시작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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