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환의 Aim High] 요즘 것들아, Latte is horse(나때는 말이다)

입력 2018-10-02 10:21 수정 2019-01-0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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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경제부장

이 마을에는 전설이 하나 있어. 고대 유적을 파보면 “요즘 젊은 것들은 싸가지가 없어서 큰일이야”라는 걱정이 끝없이 나오더라는 이야기지. 맞는 소리야, “나때는 말이다(Latte is Horse)…”

유머인 듯 유머 아닌 유머 같은 이 전설은 동서고금의 기록을 통해 널리 사실로 확인된 역사의 산물이다.

맘모스를 사냥하느라 인류가 아직도 돌도끼를 휘두르며 몰려다니던 기원전 1700년경, 이미 문자와 문명을 일궈낸 수메르인들(외계인이 틀림없다!)이 남긴 점토판에서는 아들을 걱정하는 아버지의 폭풍 잔소리가 발견된다.

“대체 왜 학교를 안 가고 빈둥거리고 있느냐? 제발 철 좀 들어라. 왜 그렇게 버릇이 없는 거냐? 선생님에게 존경심을 표하고 항상 인사해라. 왜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오지 않고 밖으로 쏘다니느냐? 왜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냐? 열심히 배워야 아비의 직업을 물려받을 수 있다. 모름지기 모든 기술 중 최고는 글을 아는 것이다. 글을 알아야 지식을 전해 받고 또 전해줄 수 있다. 네 형 좀 본받아라.”

네안데르탈인쯤 될 법한 수메르인에 비하면 호모사피엔스급 신인류인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도 요즘 것들이 마음에 안 들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기원전 425년경 “요즘 젊은이들은 마치 폭군 같다. 아이들은 부모에게 대들고, 게걸스럽게 먹으며 스승에게도 함부로 대든다. 폴리스의 미래가 걱정스럽다”라는 탄식을 남겼다.

14세기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쳤던 프란체스코회 사제 알바루스 펠라기우스가 지인에게 보낸 편지는 독설에 가깝다.

“요즘 대학생들은 선생 위에 서고 싶어 하고, 선생들의 가르침에 논리가 아닌 그릇된 생각으로 도전한다. 강의에는 출석하지만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없다. 그들은 무시해도 되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갖는다. 그들은 그릇된 논리로 자기들 판단에만 의지하려 들며, 자신들이 무지한 영역에 그 잣대를 들이댄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오류의 화신이 된다. 그들은 멍청한 자존심 때문에 자기들이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창피해한다. (중략) 그들은 성당에 여자애들을 만나러, 또는 잡담이나 나누려고 간다. 그들은 부모님이나 교단으로부터 받은 학자금을 술집과 파티와 놀이에 흥청망청 써버리며, 그렇게 결국 집에 지식도, 도덕도, 돈도 없이 돌아간다.”

서양 것들이야 원래 근본 없는 오랑캐들이니 그렇다 치고, 삼강오륜을 배운 동방의 도련님들은 조금 다르지 않았을까.

전국시대 말기의 이름 높은 사상가 한비는 한비자 오두편에 이렇게 썼다.

“덜 떨어진 젊은 녀석이 있는데,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욕해도 움직이지 않으며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을 모른다. ‘부모의 사랑’, ‘이웃의 행실’, ‘스승의 지혜’라는 세 가지 도움이 더해져도 끝내 미동도 하지 않고, 정강이에 난 한 가닥 털조차 바뀌지 않는다.”

21세기가 되어도 젊은 것들에 대한 걱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2009년 캐나다 워털루 대학교의 리처드 아이바흐 박사는 노인들에게 1950년대 사건사고 뉴스들을 제목만 보여주고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었다. 언제 일어난 일인지는 알려주지 않았다. 그들은 “요즘 애들은 다 저렇게 잔인하지. 나 젊은 때인 1950년대만 해도 인간미가 있었는데”라고 반응했다.

신세대의 새 생각만 옳고 옛 가치는 글러먹었다는 이야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수메르인부터 아이바흐 박사까지 요즘 것들은 변함없이 싸가지가 없고 세상은 말세다. 그럼에도 3700살이나 된 요즘 것들은 달나라 여행용 로켓을 쏘아올리고 수소로 자동차를 굴리며 멀쩡히 살아간다. 그들도 십 수년 뒤쯤엔 훗날의 요즘 것들에게 “Latte is Horse…”라며 무용담을 펼칠 게다. 교복 모자 거꾸로 쓰고 당구장에서 담배 꼬나 물다 학생부에 끌려가 먼지 나게 얻어맞아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이뤄낸 그때 그 요즘 것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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