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등록(登錄)과 보명(報名)

입력 2018-09-0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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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대학교수이다 보니 각종 학술대회를 안내하는 메일이나 초대장을 많이 받는다. 내용을 살펴보면 거의 대부분 학술회의 진행 첫 순서로 ‘등록’이라는 게 있고, 이어서 개회식이 있다. 개회식은 학회장 인사말, 축사 등으로 이루어진다.

개회식 다음에는 학계의 원로 학자가 학술대회의 주제에 대한 기조 발표를 한다. 그런 연후에 비로소 ‘논문 발표’가 시작된다. 학술회의도 어느 정도의 의식(儀式), 즉 세리머니(ceremony)가 필요하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학회장의 인사말도 있고 축사도 있다.

그렇다면 식순의 맨 앞에 자리한 ‘등록’이란 어떤 의미일까? 학술대회 참가자가 소속과 이름을 밝힘으로써 참가를 확인하는 절차이다. 일종의 출석 체크인 것이다.

등록은 ‘登錄’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오를 등’, ‘기록할 록’이라고 훈독한다. ‘기록을 올리는 행위’가 등록이다. 국어사전은 등록을 “일정한 자격 조건을 갖추기 위하여 단체나 학교 따위에 문서를 올림”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법률 용어로 “일정한 법률 사실이나 관계를 공증하기 위하여 행정관서나 공공기관에 비치한 법정의 공식 장부에 기재하는 일”이라는 풀이도 있다. 주민 등록, 신입생 등록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풀이에 견주어 보면 학술대회에서 간단한 출석 체크를 하는 것을 ‘등록’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지나치게 무거운 표현인 것 같다. 중국어에서는 보명(報名 報:알릴 보, 名:이름 명)이라고 한다. 참가했음을 확인하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알린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출석 체크에 해당하는 말이다.

우리도 어떤 행사에 참가했음을 알리는 정도의 의미라면 登錄보다는 報名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사회적으로 굳어진 말이니 당장은 쉽지 않겠지만 차츰 고쳐 나가는 노력은 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우리의 실정과 맞지 않는 일본식 한자어가 일상생활에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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