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입도선매' 논란]대형 로펌, 1학년생 선점 경쟁...공정성 도마

입력 2018-05-03 10:00 수정 2018-05-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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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로펌의 로스쿨생 '입도선매' 경쟁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른바 10대 대형 로펌들이 로스쿨 1학년 방학 인턴 제도를 이용해 사실상 신입 변호사를 채용하고 있다. 불분명한 채용 기준에 공정성 시비가 일고, 남은 재학생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 1학년 때부터 대형 로펌 입사 확정받는 로스쿨생

주로 2학년 때 이뤄지던 채용 전제형 인턴이 해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대형 로펌들은 로스쿨 도입 초기부터 인턴 제도를 도입했다. 변호사시험 성적을 공개하지 않아 지원자를 평가할 객관적 기준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80시간 이상 실무경험을 쌓아야 하는 로스쿨 졸업 요건과 맞물렸다.

통상 2학년 1학기를 마친 뒤 지원 접수를 받아 겨울방학 때 인턴 과정을 실시했다. 하지만 최근 김앤장과 광장, 세종, 율촌 등 대형 로펌들은 1학년 겨울방학 때 인턴을 모집한다. 될성부른 떡잎을 찾겠다는 의미다. 인턴 과정에서 눈에 띈 학생들은 '컨펌'을 받는다.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조건이 붙지만 사실상 1학년 때 대형로펌 입사를 확정받는 셈이다. 일부 로펌의 경우 1학년 여름방학 때부터 ‘인재 모시기’에 나선다고 한다.

인턴은 대형 로펌 입사 필수조건이다. 김앤장 등 대형 로펌 대부분은 신규 채용 변호사 가운데 80% 이상을 인턴에서 뽑는다고 한다. 태평양과 세종은 자사 인턴을 거치지 않으면 입사가 불가능하다.

인턴이라는 이름을 붙였지만 1~2주 짧은 기간 동안 현장 능력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오히려 대형 로펌은 이 기간을 실무평가로 활용한다. 인턴들은 각종 과제를 수행하고 평가받으며 수차례 면접을 본다. 별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불분명한 채용 기준에 불안해하는 로스쿨생...입도선매에 박탈감 커져

대형 로펌들은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로스쿨 성적서 등 서류로 인턴을 선발한다. 이때 로스쿨 성적 반영비율이 높지 않다. 1학년 겨울방학 인턴의 경우 우선 1학기 성적만 제출한다. 태평양 관계자는 "선발 시 자기소개서를 주로 본다"며 "우리 로펌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맞는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했다. 율촌 관계자는 "인성과 성실성, 로스쿨 성적, 인턴 기간 중 과제수행평가와 논리적 사고 등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자질과 품성을 갖췄는지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로스쿨생들 사이에서는 선발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나온다. 특히 1학년 인턴의 경우 1학기 성적만으로 예비 법조인을 뽑는 데 의문을 제기한다. 지방 국립대 로스쿨에 다니는 한 학생은 "학생들 사이에서 대형로펌 인턴은 기업 임원 자녀들, 사건을 가져올 학생들을 뽑는다는 인식이 있다"며 "우리 학교의 경우 한 학년에 1~2명 갈 정도로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로스쿨의 한 교수는 "법대를 나오지 않은 학생들은 한 학기 만에 제대로 법을 배우지 못한다"며 "이른바 '리걸 마인드(Legal Mind)'가 생기면 상관없지만 과연 로펌들이 무엇을 보고, 어떤 기준으로 학생들을 뽑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서울변호사협회 회장을 지낸 나승철(41·35기) 변호사는 "로스쿨 입학 전에 성실한 것과 법학도로 성실한 것은 별개 문제"라며 "1학년 때 신입을 뽑는 것은 법조인으로서 필요한 능력과 무관한 조건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몇 해 전 서울대 국립대 총장 딸이었던 A씨를 김앤장이 입도선매했다가 변호사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대형로펌 가운데 바른을 제외하고 별도 시험을 보는 곳은 없다.

로펌 눈에 띄지 못해 남은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른바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SKY' 로스쿨 가운데 한 곳을 졸업한 한 변호사는 "SKY 로스쿨의 경우 통상 한 기수에 20~30명 정도 졸업 전 미리 채용을 확정받는다"며 "남은 학생들은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대형 로펌 인턴 합격이 '바늘구멍 통과하기'인 지방대 로스쿨의 경우는 더하다. 또 다른 지방대 로스쿨 재학생은 "한 기수에 대형로펌에 입사하는 사람이 1~2명에 불과하다"며 "다들 어차피 안 되는 로펌에 지원하기보다는 변호사시험에 열중한다"고 했다.

이 때문에 로스쿨이 대형 로펌 취업 '사관학교’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대형 로펌들이 우수한 학생들을 조기에 선발함으로써 로스쿨이 대형 로펌으로 가는 통로로 변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양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로스쿨 도입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다.

김현(62·17기)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그러나 "우리는 미국 로스쿨 시스템과 같다"며 "미국에서도 조기 채용하는데, 1학년 때 성적 좋은 사람들은 2, 3학년 때도 성적이 높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민간 기업은 알아서 채용해야 하고 기준을 제시하면 비효율적일 수 있다"며 "각각 회사 인재상에 맞게 채용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로펌은 사기업이기 전에 공공성을 띄고 사회정의를 실현해야 할 변호사들이 속해있는 곳이라는 반론도 있다. 그만큼 공정성 등 사회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 대형로펌 SKY 출신 로스쿨생 편중 심각

명문대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대형 로펌은 공식적으로 'SKY' 등 서울 지역 대학과 지방대를 차별하지 않고 인턴을 선발한다. 세종과 율촌 등 대형 로펌 관계자들은 모두 “학교 별로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기준으로 인턴을 뽑는다. 두각을 나타내면 신입 변호사로도 채용한다”고 했다.

그러나 국내 10대 로펌 인턴의 경우 70~90%가 서울지역 로스쿨 재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채용 편중으로 이어진다. 올해 법무법인 지평과 광장, 율촌, 화우, 바른 등 대형 로펌 5곳의 로스쿨 출신 신입 변호사(로클럭·법무관 제외)를 분석한 결과 총 76명 가운데 SKY 출신이 65명으로 전체의 약 85%를 차지했다. 김앤장 역시 올해 경북대 1명을 제외하고 전체 로스쿨 출신 신입 변호사가 SKY 또는 서울 지역 로스쿨 출신 변호사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나마 지방대 로스쿨 합격생의 경우 재판연구원(로클럭) 출신이 많았다. 로클럭은 2년 동안 판례 분석과 보고서 작성 등 법원에서 재판업무를 돕는다. 화우와 율촌 등은 로클럭 출신을 별도로 선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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