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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S] [기고]동물실험 데이터 확보를 위한 5가지 열쇠

[천병년 대표의 실험동물 이야기⑤]"신약개발과 실험동물실은 신차개발과 주행 시험장 같은 관계..완벽한 시스템 갖춰야"

질병극복을 통한 생명연장에 필수적인 신약이 개발되는 과정은 길고 복잡하다. 먼저 문헌조사, 가설수립, 신물질 설계. 합성 등을 하는 과정인 기초 탐색은 망망대해에서 목적지를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여행에서 정확한 좌표를 위해서는 생명과학, 의학 및 통계학에 기반한 결과물을 얻어야 한다. 그 다음은 특정 질병이나 증상 치료에 효과가 예상되는 물질을 선별하여 살아있는 세포나 동물에서 검증을 한다. 그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검증 결과가 일정하게 재현되어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에 들어간다.

신약개발 과정에서 변수가 많아 개발자 의도대로 쉽게 되지않는 부분 중 하나를 꼽으라면 전임상 단계인 바로 동물실험이다. 이 단계는 주로 후보물질의 유효성과 독성을 시험하게 되는데 통계학적으로 유의성이 있는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확보된 데이터를 통해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 진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연구자들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하고 끝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약개발과 실험동물실은 신차 개발과 주행시험장 같은 관계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신차를 완성하기 전에 완벽한 기능을 발휘하는지 설계자 의도대로 모든 부품이 제대로 동작하는지 등 많은 검사 항목을 꼼꼼히 체크하며 시험장에서 테스트를 한다. 만약 어느 한 항목이라도 불합격이라면 차는 완성단계로 나가지 못한다. 그런데 완벽한 설계부터 디자인, 최신 전자장치에 인공지능까지 훌륭한데 주행 시험장에 문제가 있어서 불합격 판정을 받게된다면 억울할 노릇이다. 이런 일이 신약개발 연구현장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이 바로 실험동물실이다.

제대로 된 실험동물실은 철저하게 과학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는 시스템의 운영으로 신약개발 과정에서 발생되는 기타 변수를 최대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며 여러가지 조건을 구비해야 한다. 첫번째 완벽한 시설이 갖춰져야 한다. 사계절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중환자 급인 예민하고 까다로운 각종 질환모델 동물을 일정한 온습도로 관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세균 감염과 같은 오염을 막기 위해, 시험을 하는 동안 동물들이 동물실험실 외부에 존재하고 있는 감염원의 진입을 완벽히 차단하여야 한다.

반대로, 인체에 치명적인 생물체를 인위적으로 감염시킨 후 그 동물을 가지고 백신 등을 연구하는 동물실험실도 있다. 이 경우는 동물실 내부의 위험한 생물체가 절대로 외부로 유출되어서는 안된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포함 선진국가들은 생물학적 안전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그 기준에 따라 동물실험실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생물 안전도 등급 (biosafety level)은 1등급에서 4등급까지 있는데 1등급은 비병원성 대장균 같은 생물을 연구하는 공간이고 4등급 정도되면 치명적인 바이러스인 '에볼라', '탄저균' 같은 인체에 치명적인 생물체를 다룬다. 절대적으로 감염방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시설이다. 연구원의 실수나 시설 등의 관리 시스템이 부실하여 연구 중에 있는 치명적 생물체가 연구소 밖으로 나와 일반 대중에게 노출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두번째 조건은 우수한 사육장비이다. 동물이 생활하는 집의 온습도는 물론 사육공간 산소농도와 공기흐름에 문제가 있다면 시험결과에 지장을 준다. 좋은 건물에 환자는 입원했는데 침대, 화장실이 비루하다면 환자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고, 개발중인 약이나 주사제가 들어간 동물이 먹고, 놀고, 자고, 배설하는 모든 과정을 관찰 기록할 수 있는 장비는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세번째는 실험동물의 생물 오염에 대한 정기적 모니터링이다. 특히 집단사육되고 있는 실험동물의 시험 중 감염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문제이다.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 연구 결과물이 감염사고 등으로 망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난다.. 철저한 사육공간 구분 및 개별 사육장치(IVC : Individually Ventilated Cages)로 2차 감염확산을 막아야 한다. 또 유전적 모니터링과 미생물학적 모니터링을 통해 사육, 시험중인 동물이 갖고있는 유전형질이 지속되고 있는지 미생물에 감염되어 있지는 않는지 정기적으로 혈액 검사 등의 방법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해야 한다. 최근에는 우정비에스씨가 동물의 피 한 방울만으로 검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해서 지금처럼 동물을 죽이지 않아도 검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외국으로부터 비싸게 구입한 동물과 계통 유지가 어려운 동물들도 한 마리도 희생치 않고 전수 검사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네번째는 관리 능력이다. 실험동물실의 유지보수(maintenance program)는 고장난 뒤 수리보다 예방이 우선되어야 한다. 다른 시설과 달리 갑자기 고장이 나서 정유공장이 멈추면 송유관이 막히는 것처럼 동물실 기능이 마비가 되어 동물이 죽거나, 감염이 일어나거나 하여 시험을 망칠 수 있다. 예방이 전부라고 정의를 내릴 수 있다. 전제 조건은 완벽한 시설과 함께 유능한 전문가가 철저한 표준에 의해 기록에 근거한 운영이다. 전문가 교육과정과 실무경험은 필수 요건이다. 지금은 일부 기관들 대상으로 컨설팅을 하고 있는데 곧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정규 편성하여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다섯째는 동물에 대한 바른 이해이다. 연구를 위해 유전자 조작을 하여 동물을 만든다고 해도, 그 동물이 완벽하게 연구자의 목적대로 기능한다는 법은 없다. 동물의 감정까지 읽어가며 실험할 수는 없겠지만 바르게 먹고 마시고 쉬게 해주는 보살핌과 무리속에서 관계를 잘 유지하게 적당한 놀이감을 제공하는 복지가 있어야 동물과 연구자는 환상의 짝이 된다. 신경계통 연구를 위해 고의로 동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경우는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인 연구에서 이 부분을 소홀히 하면 데이터가 잘 나오지 않는 곤란한 경우를 겪을 수 도 있다.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은 30여년만에 국가경제의 미래 중추산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 해외 빅파마 등 일류기업에 비하면 빈약한 형편이라 갈 길이 멀다. 다행히도 최근에 몇 개 국내기업이 잭팟을 터트렸고 뒤이어 발 빠른 기업들이 쫓아가고 있다. 이제 큰 시장이 열린 것이다.

매년 세계 유명 자동차 회사들은 사하라 사막을 횡단하는 '다카르 랠리'에 참가한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오프로드 자동차 경주로 최악의 경기조건과 일정으로 참가 팀 대부분이 부상이나 사고 등으로 중도 기권 또는 탈락해 지옥의 레이스, 죽음의 레이스라 불린다.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도 산업의 변방에 있던 1988년부터 문을 두드렸다.

매년 세계 빅파마들은 기술과 역량이 집결된 신약을 내놓고 주도권 다툼을 벌인다. 탄탄한 기초 과학 저변과 엄청난 자본 그리고 좋은 연구환경에서 나온 신약들을 아직 우리나라는 따라가지 못한다. 그러나 초기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이 용감하게 사막으로 차를 보냈던 것처럼 바이오 기업들도 지옥 랠리에 참가하는 각오로 사막으로 나가야 한다. 단 무모한 도전을 하기보다는. 그들처럼 모든 조건을 다 갖출 수는 없지만 신약의 효과와 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실험동물실 만큼은 완벽에 가까운 준비가 되어야 한다.

천병년 우정비에스씨 대표 bios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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