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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더 보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코리아 디스카운트’ 사라질까

[이투데이 김미정 기자]

김미정 자본시장부 기자

2015년 7월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열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 결정을 내렸다. 당시 캐스팅보트(casting vote·결정권)를 쥔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지분 가치가 훼손된다는 비판에도 합병을 찬성하는 쪽으로 의결권을 행사했다.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직권남용혐의 등)과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업무상 배임혐의 등)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인정돼 1심과 2심에서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계기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에 대한 비난 여론은 컸다. 운용자산 규모 600조 원의 국민연금에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도입의 필요성이 대두됐고, 결국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위원회는 내년 하반기 이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것이라고 1일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도 국민연금을 뒤따를 것으로 보여 스튜어드십 코드 확산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뭔데 = 저택의 집안일을 맡은 집사처럼 기관투자자도 최선을 다해 고객의 돈을 맡아 관리해야 한다는 주주권 행사 지침이자 모범 규범을 뜻한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에서 처음 도입됐다.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는 일본, 미국 등 20개국이 채택해 운용 중이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16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를 공표했다. 이후 올해 7월 고려대 산학협력단에 연구용역을 발주하면서 검토 작업을 본격화했다.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는 총 7개의 원칙과 그 원칙에 따른 안내 지침으로 구성됐다. 7가지 원칙은 △수탁자 책임 정책 제정·공개 △이해 상충 해소 △투자 대상 회사 점검 △수탁자 책임 활동 이행 △의결권 정책, 행사 내역·사유 공개 △주주 활동 주기적 보고 △역량·전문성 강화로 요약된다.

현재는 11개 자산운용사, 2개 자문사가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고 있다.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공적연금인 일본공적연금(GPIF)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채택하자, 자산운용업계 전반으로 도입이 빠르게 확산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총 214개 기관이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고 있다.

◇거수기 논란 이제 끝날까 = 증시의 ‘큰손’이면서도 주주총회에서는 늘 거수기에 그친다는 비판을 듣던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키로 하자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한국 증시의 만성적인 디스카운트 현상은 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성, 낮은 배당성향 등이 그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의 주요 내용은 기관투자자는 이사회와 적극 대화하는 등 건설적인 관여 활동에 나설 책임이 있고, 충실한 의결권 행사를 통해 투자회사의 가치를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인 국민연금이 거수기라는 오명을 떨쳐내고, 스튜어드십 코드를 본격 도입할 경우 상장사의 경영에 미치는 파급력은 적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운용액은 8월 기준 602조7000억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지분 9.71%), SK하이닉스(10.37%), 현대차(8.12%) 등 3분기 말 기준으로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은 총 278개사다. 김준석 KB증권 연구원은 “기관들이 스튜어드십 코드의 본질인 수익률에 초점을 둘 것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 3월부터 기관들의 적극적인 주주 관여 활동이 기대된다”면서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한다면 국내 증시의 저평가 요인이 확실히 해소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재계 ‘연금사회주의’ 우려도 =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발표한 날, 고려대 산학협력단의 중간 연구 결과도 공개돼 관심을 모았다. 국민연금의 의결권전문위원회를 주주권 행사, 책임투자 관련 사항 전반에 관한 시행·감독 등 전권을 행사하는 ‘수탁자책임위원회(가칭)’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이 골자다. 특히 독립·상시기구로 ‘사회책임투자위원회’를 만들고 기업 재무 상황이나 환경경영(E), 사회책임경영(S), 기업지배구조(G) 등의 분야에서 투자 기업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비공개 대화나 공개서한 등을 통해 기업을 실질적으로 압박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여기에 중점관리 기업명단(포커스 리스트)을 작성해 공개하겠다는 방안도 있었다.

재계의 불만은 크다. 국민연금의 독립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어떤 의도를 갖고 기업의 경영에 개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른바 ‘연금 사회주의’로 흐르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방패 삼아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등 인사에 개입하고 주요 사업과 투자를 간섭할 경우, 기업의 경영 자율성이 훼손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

이를 의식한 듯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일부에서 기업의 경영 간섭 우려도 있는 만큼,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더라도 적용 범위와 대상을 아주 제한적으로 시작해 국민적인 공감대를 이뤄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은 “국민연금이 추진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는 일반적인 주주권 행사의 과정을 따라가는 수준”이라며 “세계적으로는 기관투자자들이 더 강력하게 행동하는 방식으로 변화하는 반면,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는 다소 완화된 수준으로 제정됐다”고 평가했다.

김미정 자본시장부 기자 m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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