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語 달쏭思] 시치미

입력 2017-10-16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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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다툼은 양측 중 어느 한 측이 거짓말을 하는 데에서 시작된다. 한 사람은 진실을 덮으려 들고 다른 한 사람은 진실을 밝히려 할 때 다툼은 시작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법정 공방도 거짓말을 하는 사람과 진실을 밝히려 하는 사람 사이의 싸움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이 시치미를 떼고 억지를 부리면, 당하는 사람은 분통이 터질 수밖에 없다.

재판이란 바로 서로가 시치미를 떼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어느 쪽이 정말 시치미를 떼고 있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당연히 제대로 밝혀야 한다. 만약 판결을 반대로 하게 되면 진짜 시치미를 뗀 사람의 악행은 벌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권장되고, 억울한 사람의 한은 풀리기는커녕 몇 배로 더 쌓이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부당한 재판이 몇 건만 생겨도 사회정의는 형편없이 무너지게 된다.

문제는 시치미를 떼는 사람을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데에 있다. 시치미란 원래 사냥을 하는 매의 꼬리에 방울과 함께 달아 둔 매 주인의 이름표를 이르는 말이다. 매를 이용하여 꿩과 같은 새를 사냥하는 매사냥은 지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매는 기르기도 쉽지 않고 길들이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어서 훈련된 매는 매우 고가였다고 한다. 그런 만큼 매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매의 꼬리에 방울과 함께 뿔을 다듬어 그 위에 주인의 이름을 쓰거나 새긴 이름표를 함께 매달았다. 이 이름표를 ‘시치미’라고 한다.

이렇게 이름표를 달았더라도 남의 매를 욕심내는 나쁜 사람은 본래 주인의 이름표를 떼어버리고 자신의 이름표를 붙인 후에 자신의 매라고 주장한다. 이게 바로 ‘시치미를 떼는’ 상황이다. 매는 모습이 서로 비슷한 데다가 말을 못 하는 짐승이기 때문에 이처럼 시치미를 떼어버리면 원래의 주인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법정에서도 시치미를 떼는 사람이 많다. 양심이라곤 없는 나쁜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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