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짐 싸는 셀트리온, 바라만 보는 거래소

입력 2017-09-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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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은 자본시장부 기자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을 결의하는 임시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이변이 없다면 간판 주의 코스닥 이탈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제 품을 떠나겠다는 자식을 또다시 허망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 7월 시가총액 2위 카카오가 코스피 이전 상장을 완료한 지 약 석 달 만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주주들이 합리적 선택을 하길 바란다”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지만, 소액주주를 중심으로 뜻을 모은 셀트리온의 주주들은 어느 쪽이 합리적인지 일찌감치 판단한 모양이다.

간판 주들이 잇달아 짐을 싸면서 코스닥 시장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위기에 놓이자, 거래소와 금융당국은 부랴부랴 ‘당근책’을 만들었다. 거래소는 코스닥 우량 종목을 코스피200 지수에 편입하겠다는 방안을 내놨고, 금융당국은 그간 지긋지긋하게 셀트리온 주주들을 괴롭히던 공매도를 때려잡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이미 떠나간 주주들의 마음을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은 제안이었다.

문제는 코스닥 이탈이 결코 셀트리온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지지부진하게 박스권을 맴돌고, 끊임없이 신뢰성을 의심받았던 코스닥은 최소한 우량주들에게 더는 매력적인 보금자리가 아니다. 기회의 가능성이 열린 길을 마다하고 굳이 의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것. 코스닥 시장의 발전을 위해 대표 기업들이 자리를 지켜줘야 한다는 호소는 ‘자본시장’에서 모순일 뿐이다.

하지만, 거래소가 눈앞의 셀트리온을 넘어, 미래의 위기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한 거래소 임원은 “네이버가 빠져나갔어도 코스닥은 살아남지 않았느냐”라고 반문했다. 살아남은 것은 다행이나 그런 상황을 굳이 만들 필요가 있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반드시 붙잡겠다던 카카오는 떠났다. 너라도 지켜야 한다던 셀트리온은 짐을 꾸렸다.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는 정말로 늦었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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