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불통 혹은 설득의 투쟁

입력 2017-09-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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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종 문화체육관광부 주무관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설득 상대는 엄마였다. 총과 칼이라는 장난감에 홀릭된 어린아이가 그것을 갖는 유일한 방법은 엄마에게 ‘떼’를 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전략은 내가 유치원에 들어가면서부터 더 이상 통하지 않았다. 엄마는 생떼에도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그것이 왜 필요한지 조곤조곤 묻곤 했다. 일종의 당위성과 명분을 요구한 것이다. 이런 과정을 지나면서 난 사람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당위성과 명분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통해 성장해오지 않았을까 싶다.

인간은 누군가를 설득하고 또한 누군가에 의해 설득당하며 살아가야 한다. ‘생떼’를 최대의 무기로 하는 유아기를 지난 인간의 설득은 인격에 의한 다스림이다. 설득은 상대방의 의견을 뒤로하고, 내 의견을 관철해 나가는 과정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고, 그 입장을 이해하며, 서로 소통해 나가는 과정이다.

유대인 속담에 ‘말이 없는 아이는 배울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유대인 엄마는 아이를 키울 때 언어 교육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정성을 쏟는다고 한다. 우선 아이의 말을 경청해서 심리 상태를 파악한 후 부모가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한다. 그 후에 토론과 논쟁이 이어지고 합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우리는 “우선 내 말을 들어줘. 그러면 당신이 하는 말을 들어줄게”라며 상대보다 먼저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이러한 마음은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독일의 철학자 하버마스는 대화의 올바른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먼저 서로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고, 그 내용이 참이어야 하며, 상대방이 성실히 지킬 것을 믿을 수 있고, 말하는 사람들의 관계가 평등하고 수평적이어야 한다. 하버마스는 이렇게 이루어진 토론과 대화에서만 서로가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렇지 못한 대화, 혹은 논쟁과 토론은 그저 폭력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불통의 시대’를 해결할 유일한 돌파구는 역시 대화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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