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보지 말고 휴가 가세요”… 휴가 독려 팔 걷고 나선 유통업계

입력 2017-06-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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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분들께서는 23일까지 2주 휴식 일정을 확정해서 제출해 주십시오. 임원 분들께 권장하는 여름 집중 휴식 기간은 7월 3주~ 8월 2주입니다.” (이랜드 임원이 받은 메일 내용 중 일부)

문재인 정부가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정책 기조를 제시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업계가 휴가 독려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삶의 질’에 대한 임직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업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그룹은 임원들의 올여름 휴가 일정을 먼저 확정 발표한 후 전 직원이 2주 휴가를 사용한다. 임원들과 팀장급들이 솔선수범해 휴가를 사용해야 ‘2주 휴식 의무화’를 빠르게 정착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이랜드가 이달 초 발표한 7대 조직문화 혁신안 중 하나로, 개인 연차와 대체 휴가를 사용하면 연중 2주간 집중해 휴식할 수 있는 제도다.

이랜드 관계자는 “여름 휴가 기간이 다가오면서 2주 휴가에 대한 직원들의 기대와 문의가 많았으나, 막상 휴가 신청은 상사 눈치가 보여 못할 것 같다는 피드백이 있었다”며 “10년 차 이상 직장생활을 한 직원들도 2주 동안 휴가 가는 것이 처음인 경우가 많아 여행 계획 잡기가 쉽지 않았는데 이번 휴가 독려로 직원들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고 전했다.

이랜드의 이 같은 제도는 정부가 연차유급휴가 의무 사용과 연속 사용을 위한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는 행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랜드는 이달 초 조직문화 7대 혁신안으로 △일과 가정 양립을 위한 자체 근로 감독센터 신설 △퇴근 후 업무 차단 △2주 휴식 의무화 △우수 협력사 직원 대상 자사 복리후생 제도 확대 △이랜드 청년 창업투자센터 설립 △출산 장려를 위한 배우자 2주 유급 출산 휴가 △통합 채용 등 채용 방식 개선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직원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장기휴가 제도는 다른 유통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지난달 경영에 복귀하자마자 일·가정 양립을 위한 혁신 제도를 내놓았다. CJ그룹 기업문화 혁신 방안에 따르면 매 5년마다 최대 1달간 휴가를 가질 수 있는 창의휴가제가 마련됐다. 이 제도를 통해 직원들은 기본 부여 2주에 개인 휴가 2주를 더해 4주를 연속해 쉴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도 새로운 휴가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존 하절기 7~8월에만 사용할 수 있던 여름 휴가를 연중 휴가로 확대했다. 또 샌드위치 데이를 지정 휴일로 정하는 등 임직원의 재충전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예산 550억 원으로 55만 명에게 휴가비를 지원하는 한국형 체크바캉스 제도와 연차를 10일 이상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체크바캉스는 프랑스가 시행한 제도로 정부, 기업, 근로자가 함께 기금을 만들어 근로자가 휴가 갈 때 교통, 숙박, 관광시설 이용비를 할인해 준다.

그러나 체크바캉스는 2014년에도 시범사업으로 도입됐지만 참여하는 기업이 부족해 1년 만에 중단됐다. 이에 3년 전에도 도입됐던 체크바캉스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려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외국에서는 10일 이상의 장기휴가가 자리 잡은 지 오래”라며 “직원의 휴가를 보장해 주는 기업에 대한 유인책과 직장인들이 맘놓고 장기 휴가를 떠날 수 있는 기업과 사회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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